2002년부터 2016년까지의 무려 14년에 걸쳐 만들어진 영화가 있다. 올해초 일본군˂위안부˃문제를 다룬 영화로 화제가 됐던 영화 ˂귀향˃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부대행사로 전주영상위원회가 진행하는 ˂전주 씨네 골든 마우스-영화 ˂귀향˃ 14년의 이야기들˃ 프로그램이 4월30일 오후3시 전주시네마타운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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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가량 진행된 영화 <귀향> 조정래감독과의 대화에서 조감독은 영화제작기와 향후 작업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조정래감독은 영화 <귀향>이 <기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말했다. 조감독은 <고마운 분들이 참 많다. 그 이름들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 시간을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전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이용수할머니와 길원옥할머니의 미국방문에 함께하고 3일전 귀국한 조정래감독은 <미국에서 영화 <귀향>을 상영하며 현지 시민들의 깊은 관심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내에서도 영화 <귀향>과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보내주시는 많은 관심이 감사했지만, 해외에 가서 상영회를 가지며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조감독은 <지난 14년간 나눔의집에서 할머니들과 함께하며, 영화감독이 아닌 봉사자라는 마음으로 할머니들을 뵈어왔다. 이 강연도 감독이기 전에 한 봉사자의 이야기로 들어주었으면 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의 긴 제작기간에 대해서 그는 <지난 14년은 거절과 실패와 구걸의 역사였다. 아무곳에서나 무릎을 꿇을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사람이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만큼은 끝까지 포기가 안 되더라>고 말했다. 또 <영화가 상영할 때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 한분의 혼이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굳게 믿는다>며 <지금 해외상영횟수까지 집계하면 10만번에 가깝다. 관객분들은 절반에 가까운 소녀들을 고향에 보내준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평생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앞으로의 의지를 밝혔다.

조정래감독은 14년전 나눔의집에 갔을 때 강일출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보고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지만 투자유치가 쉽지 않아 난항을 겪었다. 그러나 기부에 가까웠던 개인투자자들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돈을 모금한 7만5000여명의 후원자, 그리고 개런티를 받지 않고 참여해준 많은 출연진들 덕택에 올해 2월에 영화를 개봉할 수 있었다. 

<영화 <귀향>을 만드는 데에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의 형식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관객에 질문에 조감독은 <나눔의집에서 본 할머니들은 몸만 늙으셨지 정신은 그 어린 소녀에서 그대로 멈춰 있다. 끌려갈 당시 나이가 평균 16세였다. 지금보다 더뎠을 그 시절의 성장 속도를 생각해보면 육체나이는 지금의 12살정도였을 것이다. 그때 겪은 일들을 기록한 증언집을 보면 대부분이 <소녀들이 어떻게 죽어갔나>를 담은 죽음의 기록이다. 그것을 그대로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 그렇기에 극영화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아는 사람은 적은 것이 사실이다. 어린 친구들의 경우 피해자할머니들이라는 말만 계속 들어와서, 영화속 주인공들이 왜 어린 소녀인지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바로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조정래감독은 이 자리에서 영화 <귀향>의 속편이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영화 <귀향>의 속편은 <귀향2>가 아닌 할머니들의 증언과 제작기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소녀들의 개인사 등 미공개촬영분도 포함될 예정이다. 조감독은 14년간의 기록을 편집해서 만든 이 다큐멘터리의 배급사를 찾지 못한다면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모든 힘겨운 과정에서 후회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감독의 대답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였다. 조감독은 <전혀 후회한 적 없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기적적으로 영화가 개봉했다. 후회는 없었지만 힘이 많이 들었다. 제작기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스태프로 참여한 아내는 영화를 제작하며 영양실조에 걸려 아직도 회복중이다. 일본군을 연기한 한 배우는 영화촬영이 끝난 후 병에 걸려, 의사에게 조심하지 않으면 1년 안에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시간 자체가 전쟁이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영화 <귀향>의 마지막에 살풀이굿을 지켜보는 군중들사이에 일본군이 서 있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조정래감독은 일본군<위안부>문제가 끝나지 않은 것임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한 평론가는 <좋은 영화란 극장밖에서 시작되는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귀향>을 보는 모든 관객에게 이 영화가 극장을 떠나고 나서도 새로운 생각과 실천을 불러오길 바란다.

전주국제영화제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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