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사전적 의미로 해가 뜨기 직전. 하루 중 가장 춥지만 가장 밝다. 암흑같던 밤이 지나고 희망찬 아침을 밝히는 태양이 떠오르는 그 순간. 그래서인지 암울한 시대를 정면으로 맞받아쳐나가며 민중에게 해방을 안겨준 역사 속 영웅들에게 새벽이란 칭호가 붙는다. 광주민중항쟁의 영웅인 <새벽기관차> 박관현열사가 대표적이다. 영화 <새벽의 7인> 속 주인공들도 단지 새벽에 목숨을 잃어서 새벽의 7인으로 불리진 않을거란 생각이 강하게든다.

프라하하면 유럽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영롱한 야경과 꼴레뇨와 안성맞춤인 흑맥주가 단연 떠오른다. 프라하시내에서 우리나라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관광지로 유명해진 프라하에서 반나치투쟁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프라하 시내를 여전히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시릴메소디우스성당은 일명 <유인원작전>이라 불리는 하이드리히 암살 작전에 파견된 전사들의 최후격전지다. 그리고 성당에서 독일군에 항전하다 죽음을 맞이한 전사들을 다룬 영화가 <새벽의 7인>이다.

프라하에 새벽부터 쏟아지던 비는 시릴메소디우스성당에 다다를때까지 추적추적 내렸다. 우산을 쓰기도 애매한 여우비는 성당의 분위기와도 제법 잘어울렸다. 성당 외벽에 나있는 작은 직사각형 구멍이 눈에 띈다.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막혀있지만 7인의 전사들이 독일군과 싸울때 성당밖 동향을 살피고 주변을 감시하는 용도로 쓰던 구멍이다. 또 독일군이 성당안 전사들을 수장시킬 생각으로 물을 채워넣은 죽음의 구멍이기도 하다. 구멍주변에는 지금도 새벽의 7인을 추모하는 향과 꽃들이 놓여져있다.   

시릴메소디우스 성당 지하실은 나치에 맞서 죽음으로 항거한 <새벽의 7인>을 추모하고 2차세계대전 당시 나치군과 맞서싸운 사람들의 투쟁을 기억하는 장소를 탈바꿈했다. 지금도 남아있는 총알자국과 탈출을 위해 벽을 판 흔적은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밀폐된 지하실에 나치군에 의해 물이 턱밑까지 차올라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순간. 마지막까지 남은 얀과 요셉이 서로를 향해 겨눈 두발의 총성이 귓가에 맴도는 듯했다. 

영화 <새벽의 7인>에서 눈길을 끈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특수작전부대원들 외에도 그들과 함께 싸웠거나 다방면으로 그들을 도왔던 사람들이다. 가정주부, 음악학교학생, 의사 등등 직업도 다양하지만 모두 지하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곤 상상하기 힘든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지원과 협조가 없었으면 새벽의 7인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역사는 이러한 평범하지만 정의로운 사람들에 의해 전진해왔다. 새벽의 7인 전사들의 투쟁은 분명 역사에 남을 영웅적투쟁이다. 그러나 거대한 적 나치를 궁극적으로 몰아내기 위해선 소수 군인들의 나치 인사 개인암살이 아니라 나치에 핍박받는 전민중이 함께하는 싸움이어야한다. 우리나라 식민지해방의 역사가 겹쳐떠오르는 순간이다. 

성당을 나오며 영화를 다시 생각한다. 파시즘 나치정권의 권력자로 부와 명예를 모두 누렸지만 결국 암살당하고 끝내 사람들에게 외면받은 하이드리히와 개인의 안락을 포기하고 조국을 위해 싸운 대가로 목숨을 잃었지만 성당내 흉상과 영화로 남아 지금도 우리의 가슴속에 머무는 7인의 전사들. 가족을 살리고자 동지와 조국을 배신하고 나치에 밀고했으나 해방후 사형당한 츄다와 사랑하는 연인을 남겨두고 동지들이 기다리는 성당으로 들어간 얀. 역사는 누구를 기억하는가. 어떤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지는 스스로가 결정하는거다. 시릴메소디우스 성당은 우리에게 묻는다. 어떤 삶이 참된 삶인가. 역사의 심판은 한결같다.

연세대특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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