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뜨겁게 사랑하다 간 화가의 편지와 그림들.
현대미술에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는 대표적인 화가로 이중섭을 들 수 있다.
|이중섭 작_황소|
이중섭의 그림은 민족성을 띈 ‘황소’그림이 가장 유명한데, 굳센 우리소를 생동감있게 표현함으로서 식민지 조국과 민족이 절대 나약하지 않음을 표현한 걸작 중에 걸작이다. 그런데 이중섭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함께 이야기해야하는 여성이 있다. 마사코, 그의 아내 ‘이남덕’이다.
이중섭은 일제강점기때 민족성을 담은 소그림, 한글자모그림을 그리고 서명은 반드시 한글로 썼으며 민족의식을 담은 졸업작품을 그리다가 학교로부터 취소되는 일을 겪는 등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이 있는 화가이다. 그런 이중섭이 일본 유학중에 만난 여성 마사코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에게 한글이름을 붙여준 시점 또한 일제 강점기때임을 기억해야한다. 그리고 일본인 입장에서 조선인은 ‘2등국민’이라는 의식이 당연한 일제강점기 말 일본여성이 조선청년을 사랑하여 현해탄을 건너 조선에서 결혼을 했다. 이런 점에서 이중섭과 이남덕의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간의 평범한 사랑 그 이상임을 알 수 있다. 나는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을 통해 이중섭의 민족애와 이남덕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결국 한뿌리임을 알 수 있었다.
|이중섭이 이남덕에게 쓴 편지|
/ 사람들은 아고리-이중섭의 별명-가 제 아내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아고리는 당신과 같은 사랑스러운 아내와 오직 하나로 일치해서 서로 사랑하고, 둘이 한 덩어리가 되어 참인간이 되고, 차례차례로 훌륭한 일(참으로 새로운 표현과 계속해서 대작을 제작하는 것)을 하는 것이 염원이오.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소중한 아내를, 진심으로 모든 걸 바쳐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일을 할 수 없소-중략-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의 표현이오. 참된 애정이 충만함으로써 비로소 마음이 맑아지는 것이오 마음의 거울이 맑아야 비로소 우주의 모든 것이 올바르게 마음에 비치는 것 아니겠소?-중략-힘껏 사랑하고 한없이 사랑하면 되오.-생략- / <이중섭편지와 그림들 중에서>
이중섭에게 예술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기 때문에 민족애를 담은 황소, 한글자모그림과 가족애를 담은 복숭아와 아이들, 제주도에서의 행복한 생활에 대한 그림 등 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이중섭은 아내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한때 친일파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서양미술을 그린 화가들은 대부분 일본유학파였고, 그들은 대개 부유한 집안의 사람들이며 조선총독부에서 주최한 출품회에 그림을 출품해서 인정받아야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친일에 부역한 화가들이 꽤 있었다. 물론 일본인보다 더 앞장서서 친일행각을 한 화가들도 있고 그 화가의 2세들은 지금도 화단의 기득권을 쥐고 있다.
그러나 이중섭은 부인이 일본인일뿐, 일본에 부역한 흔적이나, 그림들에서 친일흔적을 살펴볼 수 없다. 오히려 친일화가들이 광복 이후에 부유하게 산데 반해 이중섭은 지독한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고 결국 마지막까지 그들을 절절히 그리워하다 생을 마감한다.
그러고보면 이중섭은 일제강점기에서 전쟁시기까지 굴곡진 현대사를 살면서 친일화가들과 비교할 수 없게 생을 깨끗하게 마감한 편이다.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은 이중섭의 가족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이상을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이중섭이 끊임없이 가족을 그리워하고 곧 만날것을 거듭 약속하는 부분을 읽으면 그의 비극적인 결말을 알아서인지 더욱 절절한 마음이 전해진다.
예술이란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며 진실한 마음이 담겨야 한다는 신념으로 한생을 살다간 이중섭화가, 그의 신념은 편지와 그림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지금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시사톡 양고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