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몽골제국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는가˃ 몽골제국의 약점을 파고든 대몽‘민중’항전 이야기. -이경수 지음-
1220년대 몽골의 칭기스칸이 유럽대륙침략을 시작한후 25년이라는 단시간 안에 유럽대륙은 점령되고 몽골은 세계최대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리고 고려는 1231년~1270년까지 40여년의 긴시간 대몽항전을 진행하다가 항복을 선언하게 된다.
단순히 ˂유럽은 쉽게 정복되었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라는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는 고려의 대몽항전이 초점이기 때문에 유럽대륙점령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고려와 비교하여 유럽이 단시간에 점령된 이유가 짐작이 간다.
저자는 몽골이 강화도로 천도한 고려정부를 점령하지 못한 것에 대해 몇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먼저, 몽골에게 수세적인 자연 조건을 이야기한다. 몽골은 대륙에 살면서 물이 부족하고 그래서 물을 신성시하며 두려워할 정도이다. 그런데 고려는 3면이 바다이고, 강화도는 조석간만의 차가 커서 바다에 넓은 간석지까지 천연요새를 갖추고 있었으며 손돌목이라 불리는 곳은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몽골의 입장에서는 낯설고 두려울 수 밖에.
더해 몽골은 봄, 여름에는 말을 살찌우며 휴식시간을 갖고, 가을에 침략전쟁을 벌였는데 가을 강화도 인근에는 유빙이 둥둥 떠 있는 상황이었다. 2011년에 강화도 유빙 때문에 여객선이 결항되었을 정도이니 고려때에는 유빙 때문에 침략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겹겹이 둘러쌓인 성곽까지, 몽골은 바다를 건너기도 힘들었을 뿐더러 만약 건넌다해도 수성전에 약한 몽골이 강화도의 겹싸인 성곽을 뚫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적(객관적) 조건만 이야기한다면, 이 책은 참 시시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전쟁은 자연이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외세에게 굴복당하지 않고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고려 민중들은 말그대로 목숨을 걸고 전쟁을 했다.
몽골의 침략이 시작되자 귀족들은 다 도망가고, 육지에 남아있던 향, 소, 부곡에 살던 하층민들이 성을 지키며 항전에 임했다. 그리고 국지전으로 귀한 승리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강화도 정부가 살아남을 수 있었고 몽골과의 외교에서도 좀 더 당당할 수 있었다.
몽골군대가 어떤 군대인가?
점령지의 사람들을 무참하게 도륙함으로써 살아남은 민중들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던 군대이다. 몽골군은 고려의 수복된 성의 사람들을 남김없이 죽였다. 예컨데 박항이라는 관리는 춘주성에 돌아와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하는데 시신이 산처럼 쌓여 부모님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부모님과 비슷한 시신을 모두 거두어 묻었는데 그 시신 수가 300구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무참히 죽었겠는가? 고려민중들은 이런 몽골과 목숨을 걸고 항전을 했다.
몽골이 유럽대륙과는 달리 고려를 빠르게 수복하지 못한 것은, 천연요새인 바다와 산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육지에서의 민중항전이 없었다면 고려정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유럽의 민중들은 고려보다 자주성이 부족해서 빨리 점령되었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기반으로 유럽 상황을 짐작해 보면, 고려민중들의 자주성이 높다고 해도 민중이 조직되어 있지 못하다면 대몽항전이 힘들었을 것이다.
고려는 중앙집권제다 보니 전쟁시 육지 주민들은 산성안으로, 바닷가 주민들은 섬으로 대피하는 것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살아남은 민중들은 산성과 섬 안에서 조직적으로 항전을 벌일 수 있었다. 반면에 1200년대 유럽은 중세 지방분권제 사회였기 때문에 민중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한계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즉, 몽골 입장에서 고려는 객관적 환경이 불리한 상황에서 조직된 민중의 자주적 항전에 부딪혀 고려정복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유럽은 익숙한 환경에 비조직적인 민중과 전쟁을 수행했으니 고려에 비해 한결 쉬었을 것이다.
이렇게 결사항전으로 민중이 전쟁을 벌였지만 결국 고려정부는 몽골에게 항복을 하게 된다. 왕권은 흔들리고 있었으며 몽골은 더욱 거세게 공격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배계급은 민중항전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항전이 끝난 후 오히려 민중들에게 죄를 묻고 다시 수탈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민중들은 차라리 몽골에게 지배받을 것을 선택하기도 했다.
즉, 민중의 자주성을 꺾고 대몽항전을 실패로 만든 요인은, 강력한 몽골이 아니라 고려의 지배계급이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고 민중의 자주성을 역행하는 지배계급의 속성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고려의 지배계급이 싫어서 몽골지배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민중의 자주성을 올바르게 조직하고 외세를 몰아내는 일은 민중의 지지를 얻은 정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왜 몽골제국은 강화도를 치지 못했는가˃를 통해 민중의 자주성과 지배계급의 속성을 발견하며 오늘의 시대를 바라본다.
현재 우리 민중들은 부정한 정권을 겨냥하여 조직을 만들고, 촛불을 든다. 그 촛불이 가리키는 방향은 민중의 자주성과 민주주의 대한 열망을 억압하는 잘못된 정권에 향하고 있음을, 지금의 정부가 빨리 깨닫길 바라지만, 부패한 고려 지배계급과 현 정부가 뭐가 다르겠는가. 민중의 자주성을 역행하는 지배계급의 속성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답답하게 하지만 민중이 자신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것도 시대를 초월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시사톡 양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