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들어선 외국대학들의 정원미달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들 대학의 국내 설립을 심사하면서 정확한 수요예측 근거없이 무작정 승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지자체가 5년간 예산 190억원을 지원해 국내에 설립된 외국대학들은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투자활성화를 명목으로 외국대학과 국내대학의 합작설립을 허용하는 등 추가특혜를 예고해 비판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2일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당의원실에 제출한 외국교육기관 심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설립된 외국대학 3곳중 2곳인 독일의 프리드리히-알렉산더대학(FAU)부산캠퍼스와 네덜란드국제물류대학(STC코리아ㆍ폐교)이 학생을 얼마나 유치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는 교육수요조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설립을 승인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최초의 외국대학인 STC코리아에 대한 심사보고서에는 아예 교육수요에 대한 검토의견이 없으며 앞서 광양시가 제출한 설립필요성 자료에서도 "모든 수업과 학교운영 등이 영어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영어교육에 관한 한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전국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질문을 해오고 있음"이라는 모호한 예상만 있을 뿐 제대로 된 수요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국내최초의 외국대학인 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STC-Korea)은 개교 5년만에 정원미달에 따른 적자로 폐교했다. 그간 이 학교에 투입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44억6,200만원에 이른다.
교육부의 외국교육기관설립심사위원회는 FAU부산캠퍼스에 대해서도 "수요조사서는 별도로 없지만 독일FAU의 명성도와 부산지역내 5개 종합학교 학생규모를 고려할 때 학생모집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수요 충족' 판정을 했으며 그 결과 지난해 FAU부산캠퍼스의 재학생은 100명 정원의 절반도 안 되는 38명에 그쳤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설립승인 심사를 할 때 교육수요는 필수항목이긴 하지만, 반드시 수요조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민주당 유기홍의원은 "정부가 세제감면, 예산지원 등 혜택을 주면서 외국대학 유치정책을 편 이유 중 하나는 국내학생의 유학수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교육부가 정확한 수요예측조차 확인하지 않고 도장만 찍어줬다"며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대학 설립은 정부의 졸속추진으로 결국 국민혈세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무조건 유치만 할 것이 아니라 면밀한 사전 수요조사를 하는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방만한 행정처리와 무분별한 정책도입에 따른 외국대학의 운영실태가 도마위에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3월 조지메이슨대(미국)가 송도국제도시에 개교할 예정이며 유타대, UCLA대(미국), 에버딘대(영국) 등 15개 대학이 설립승인심사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설립신청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더 큰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4차투자활성화대책에 따라 경제자유구역과 제주특별자치도에 합작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대폭 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연구원은 "이미 무분별한 외국대학 설립승인의 부작용이 드러났는데 정부는 개선은커녕 더 큰 특혜를 주려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위기인 국내대학도 합작설립으로 퇴출을 모면하면서 외국대학에게 부여된 규제 완화를 누려 교육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성우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