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르네셰르피(Lone Scherfig)
배우 조카잔, 제리배러셜, 타하르라힘 

줄거리
클라라(조카잔)는 경찰인 남편의 폭력을 피해 두 아이들과 함께 뉴욕으로 도망친다. 돈이 떨어지고 승용차를 견인당한 클라라는 추적하는 남편때문에 신분을 속이고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도움을 요청하지만 거절당한다. 클라라는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식당과 상점에서 도둑질을 하고 날마다 잠을 잘 곳을 찾는다. 클라라는 어느 교회에 찾아가 하룻밤 숙박을 부탁하는데, 거기서 퇴근후 자원봉사활동 삼아 집단상담치료를 하고 있는 응급실간호사 앨리스의 도움을 받아 하룻밤을 보낸다. 신분을 속이고 있는 클라라는 <도와주겠다>는 앨리스를 떠나 또 다시 아이들과 거리를 헤맨다.

클라라는 <겨울궁전>이라고 불리는 러시아요리전문식당에서 음식을 훔치다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나온 식당지배인 마크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작은 아들이 사고로 앨리스가 일하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클라라는 어쩔 수 없이 마크와 앨리스에게 사정을 털어놓았고, 마크는 자신의 친구인 변호사 존을 소개해 준다. 클라라는 존의 도움으로 남편의 폭력성을 법정에서 입증하게 됐다. 남편은 교도소에 수감되고 클라라는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클라라는 뉴욕으로 이사와서 자신과 아이들을 돌봐주었던 마크에게 감사의 선물을 주면서 그 동안의 빚을 갚겠다고 한다. 마크는 클라라에게 애정을 고백하고 클라라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마크와 존은 과거의 상처 때문에 앨리스가 운영하는 집단치료상담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클라라를 도우는 과정에서 더욱 친해진다. 사실 앨리스역시 과거의 실연과 응급실에서 날마다 겪는 참상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지니고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무료급식소와 교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있다. 앨리스와 존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호감을 갖게 된다. 결국 엘리스가 용기를 내서 존을 저녁에 초대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주자, 존은 이를 받아들인다.

영화의 끝은 상처받고 자본주의경쟁에서 도태된 집단치료 참가자들과 앨리스, 그리고 클라라가 서로의 상처를 고백하고, 위로하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 것으로 끝난다. 감독은 관객들에게 <당신은 친절을 베풀 수 있는가>고 묻는다.



베를린영화제의 개막영화는 <낯선 사람들의 친절(The Kindness of Strangers)>이다. 이 영화에서 감독 르네셰르피는 <왜 우리는 상처받은 이웃들과 어려움에 처해있는 낯선 이들에게 자비와 친절을 베풀지 않는 것인가>고 묻는다. 영화속에서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가지 자원봉사에 매달리고있는 응급실간호사 앨리스는 우리에게 감독의 화두를 던지고있는 던지는 감독의 화신이자, 이야기의 진행자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선 남편의 폭력에서 아이들과 도망쳐 나와 곤경에 처한 클라라가 주인공이지만, 감독의 주인공은 앨리스다. 겉으로는 모범경찰과 집안의 가장으로 인정받고있는 남편은 클라라와 아이들이 그의 폭력에 맞서거나 도망갈 수밖에 없는 우리사회의 위선적인 권력이다.

감독은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제프를 통해 적자생존의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비판한다. 한편으로는 제프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앨리스와 티모페이를 통해, 그리고 제프도 다른 사람을 도와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이 삭막한 자본주의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조언한다.

이야기의 주무대는 삭막한 도시와 자본주의사회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나름대로 트라우마가 있는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하고 의지하고자 하는 집단상담치료소며, 점차 기울어져 가는 사정에도 정감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러시아전문식당 <겨울왕국>이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앨리스가 운영하는 상담치료에 참가하고있는 식당지배인 마크와 함께 이 식당에서 서로 정을 나누곤 한다. 식당주인 티모페이는 사려 깊은 노년신사로서 이 모든 사연들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보고있는 관찰자이다. 그는 방관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관객들에게 <당신도 언제든지 곤경에 처한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우리 모두가 다정하고 자비로운 선택을 하기를 조용히 기다리고있다.
 
영화는 파편화돼가고있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우리들이 겪고있는 소외에 대한 해법으로서 의사소통과 상호연민, 도움이라는 연대의 정신을 말하고있다. 어찌보면 감독의 소시민적인 접근방법에 만족하지 않는 관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감독은 비정한 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곤경에 처한, 애가 둘이나 딸린 엄마의 간곡한 청을 거절하는 인물들도 등장시켜 타인의 곤경을 외면하는 우리들을 강하게 책망하고있다. 나아가 감독은 폭력적인 남편을 유능한 경찰로 등장시키고,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마크를 통해 국가권력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시하고있다. 이 영화에서 놓쳐서는 안될 것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감독이 특별히 신경을 쓴 영화음악이다. 거리를 떠도는 모자들이 위안을 삼은 것은 겨울궁전의 창문을 열면 들려오는 콘서트홀의 클래식음악이며, 모자들이 몰래 잠을 잔 곳은 티모페이가 연주하고 하곤 했던 피아노밑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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