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기 대학생자동차유럽대장정단(http://cafe.naver.com/pilote) 단장, 사회적기업 공감만세(http://fairtravelkorea.com) 2013년 서유럽청소년인문학기행인솔등을 했던 경험을 통해 유럽에서 보고 듣고 느낀점들을 21세기 대학뉴스에 유럽여행기를 기고합니다. 오랜 역사의 현장과 선진적인 문화수준들에 대한 느낌을 글로 적어 간접 경험으로나마 많은 분들과 공유하면서 삶의 철학과 인생의 좌표를 함께 잡아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스위스에 가기 전날 비가 정말 억수같이 내렸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당일 자동차로 가는 동안은 해가 아주 쨍쨍했다. 
너무도 화창했다 유럽에서 이보다 화창한 날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 도로가 무지하게 반짝였다. 반짝반짝반짝
스위스의 도로들은 미끄럽단다. 아마 눈이 많이 내리니 그럴게다. 알프스에는 만년설까지 있으니. 그래서 미끄럽지 말라고 도로에다가 다이아몬드를 섞어 두었다고 한다.

비가 오염물을 싹~ 씻어가고 해가 쨍쨍하니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란다.
다이아몬드를 아스팔트에 깔다니... 와우
 
DSC02209.JPG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다리이다.
이 곳은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카펠교다.
루체른은 호수와 구시가지가 정말 이쁜 곳이다. 그 호수를 가로지르는 이 나무로 만들어진 다리가 카펠교다.
 
DSC02216.JPG
▲가운데 위치한 첨탑은 중세시대 정치범수용소로 사용되던 곳
 
카펠교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다.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주변의 건물들중에는 영국 여왕의 건물들이 있다고 한다. 호수가 정말 아름다운 이곳을 구경하기 위해 영국에서 와서 지어놓은 거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호수를 가로지르는 목조다리 가운데는 높이 솟은 석탑이 있다. 그 석탑은 중세시대에 정치범수용소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영화 <남영동>에 나오는 주인공 같이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사람들, 지금으로 치면 BBK 주가조작 사건에 MB가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자 그냥 감옥 보내졌던 정봉주같은 사람들,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한평생을 옥에 계신 비전향장기수선생님들이 계시던 곳이다.

지금 저탑은 기념품가게로 쓰인다. 거기에서 파는 우표나 편지지와 같은 기념품에는 카펠교가 많이 그려져 있다. 우표에 나온다는 것은 이나라 사람들이 이곳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거다.
 
이나라 사람들이 중세시대 진보적인 활동가들을 탄압하고 수용했던 상징과도 같은 이곳이 자랑스러울리는 없다.
아마도 중세 봉건제를 무너뜨리고 왕조의 기득권을 공동에게 나누어 근대화를 앞당긴 자신들의 뿌리와 기상이 자랑스러울 것이다.


근대화를 앞당긴 상징이 바로 저곳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내자식에게 이런 불합리에 맞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역사의 현장을 알려줄 곳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카펠교에서 차를 타고 한 5분 정도 이동하면 빈사의 사자상이 나온다.

사자 한마리가 배에는 창이 박혀서 죽어가는 모습이다.
 
SDC10535.JPG
▲스위스용병을 기리기 위한 빈사의 사자상

이 사자상은 스위스의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조각했다. 루이16세와 마리앙뚜아네트가 프랑스의 짱이었던 시절에 시민들은 프랑스혁명을 일으켰고, 혁명군은 단두대에 그들을 올려 처형했다.

그 당시에 혁명군을 막아섰던 용병들이 있었고, 그 용병들이 바로 스위스출신의 용병들이었다. 
물론 모조리 전사했다. 그 스위스의 용병들의 죽음을 기린다고 한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왕을 보호하려는 스위스 용병들의 충성심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충성심이었다. 

백성들이 들고 일어난 이유는 하나다. 왕을 위한 국가가 아닌 우리 공동을 위한 국가가 필요했던 거다. 하지만 스위스 용병들은 그런 백성들의 민의를 거역하며 왕조를 끝까지 지키며 죽었다.
 
이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탁! 스위스라는 나라가 이해가 됬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는 충실성!!
'세계를 쥐락펴락 하는 사람들의 충실한 용병이 될 좋은 유전자를 가졌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유럽연합에도 가입하지 않고, 스위스의 은행에 전세계의 비밀 계좌들도 있는 거겠거니 싶었다. 
과연 어느 누구도 공격할 수 없는 중립국일 수 있겠구나...

가난해서 그 나라의 관광지 주변에 타국 여왕의 숙소로 건물을 지어놓던 나라, 타국 왕족들의 용병으로 팔려갔던 국민들이 지금은 아스팔트에 다이아몬드를 깔고, 어렸을 때부터 알프스산맥의 만년설 위에서 스키와 보드를 타러 다니고 있다.

단지 관광사업으로 스위스 국민들의 삶의 질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아닐거다.
 
스위스 은행의 비밀 계좌로 들어가는 세계의 검은돈들중 우리나라 전직대통령의 비밀계좌도 있다.
작년말쯤에 재미언론인 한분이 '미국 의회 프레이저보고서 청문회 문서 공개'를 받아내 박정희 전대통령의 비밀계좌를 폭로한 바 있다.
 
물론 내가 가 본 나라들 중 가장 아름답고 멋진 곳이 바로 이 곳 스위스였다.
레져의 천국, 한여름에 본 만년설, 구름을 뚫고 올라갔던 알프스.. 정말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의 이면에는 어쩌면 세상 가장 어둡고 비밀스러운 모습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형준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