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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번 '5.18광주민중항쟁' 왜곡 등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일베의 등장부터 5.18역사왜곡까지 이를 분석한 기고를 연재한다.


① 이명박5년 … 그리고 파쇼들의 등장

② 데카르트로 일베 보기 

③ 일베에 대한 단상 ... '너 일베충이니?'를 보고  

④ 5.18, 그리고 의북증?


얼마전 페이스북담벼락에 ‘의북증’이란 제목의 글을 공유한 적이 있다. 글의 내용인 즉, 자신의 아내에 대해 심각할 정도의 망상을 품으며 그것이 ‘사실’이라 믿는, 정신질환의 하나인 ‘의처증’에 빗대어, 소위 ‘애국’세력이 북한을 전지전능하게 묘사하는 것(예컨대 철통 같이 포위된 광주에 특수부대 600명을 투입했다거나, 그들이 땅굴을 파고 서울이남까지 침투할 수 있다거나)을 비꼬는 말이었다. 그 내용이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져서 웃음보다 허탈함이 앞섰던 기억이 난다. 


그 글을 한참동안 곱씹고 있자니 진중권이 ‘그들’의 증세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들의 집단적 광기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들은 왜 5.18을 자꾸 폄훼하려 할까. 그리고 왜 역사의 상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왜곡하고, 조작하고, 바꾸려 할까. 그들은 어떤 면에서 가장 충실한 이데올로그들이다. 아니, 이데올로그는 차라리 자기일관성이라도 있지,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끔’ 역사를 호도하고 있다. 기억하지 아니하는 것도 서러운데 ‘폭동’이니, ‘북한군 개입’이니 하는 근거 없는 낭설을 퍼뜨리고 그 희생자들을 향해 ‘홍어’라며 막말을 내뱉는 저들의 극도의 광기는 어디서부터 기원하는 걸까.


보아하니 참 우습게도 이들은 그것을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모양이다. 암, 표현의 자유고 말고. 그래야 내가 너희들을 마음껏 조롱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이들이 자신들의 집단적 광기를 ‘표현의 자유’라며 어설프게 떠들고 다닐 때, 너희들에 대한 최대한의 조롱과 비난을 할 자유 역시 표현의 자유일지라. 테러리즘이 표현의 자유라면, 너희를 매장할 자유도 표현의 자유겠지.


각설하고, 다시 돌아가서 이들의 집단광기현상을 진중권 말마따나 ‘심리학적’ 측면에서 고민해본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결벽증이다. 더러운 것은 절대 참지 못하는, 티끌 하나라도 먼지가 있다면 털어내야 하는 극도의 결벽증. 역사에도 결벽증이 있다면 저 소위 ‘애국’세력이 그러한 존재가 아닐까 싶다. 역사에 티끌만한 과오가 있다면 바꾸고 조작해서라도 지워야만 하는, 그래서 영영 잊혀지거나 영영 지워져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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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피겔’지에 실린 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든 아이사진


5.18은 한국현대사에 있어서 뼈아픈 경험이다. 자국군인이 선량한 양민들을 학살한 사건이고, 부당한 권력에 항거에 시민이 총을 들어야만 했던, 그래서 더욱 많은 희생을 치렀던 ‘아픈’ 기억이다. 그런데 이 아픔이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공유되지는 않는 듯 하다. 이 아픔이 누군가에게는 숨기고 싶은 과오이기에, ‘양민을 학살한 것은 계엄군이 아니라 북한군’이란 소리가 나오고 ‘북한군 600명이 투입돼 벌어진 폭동’이라는 소리까지 해가며 자신들의 존재적 정당화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가해자는 절대로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어선 안된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은 절대 양민을 학살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 죽은 사람들은 북한군에 의해 죽었거나, 아니면 북한군에 의해 ‘선동되어’ 거리로 나와 계엄군이 ‘어쩔 수 없이’ 진압해야만 했던 사람들이다. 참으로 지독한 결벽증이다. 그놈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한 티끌의 과오조차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자랑스러운’ 역사로만 채워져야 한다.


이들은 언제나 ‘자랑스러운’이라는 형용사를 꼭 국호앞에 붙인다. 아무렴. 자랑스러워 해라. 자랑스러워야지. 누군가의 피와 누군가의 눈물과 누군가의 땀으로 일구어진 나라인데, 자랑스러워할만 하지. 자랑스러워 하는 건 좋은데, 제발 그 쓰라린 아픔만큼은 너희 멋대로 바꿀 생각일랑 말아라. 자랑스러운 너희 대한민국이 그랬을 리 없다고? ‘자랑스러운’ 너희 대한민국은 오늘도 차디찬 새벽이슬 맞아가며 살아가는 저 철거민들에게 용역깡패를 보냈고, ‘자랑스러운’ 너희 대한민국은 길바닥에 텐트 쳐가며 힘겹게 살아가다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한 24명의 목숨에도 눈깜짝하지 않고 있다.


최태준(인천대)

*기고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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