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편집자주] 이번 '5.18광주민중항쟁' 왜곡 등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일베의 등장부터 5.18역사왜곡까지 이를 분석한 기고를 연재한다.


① 이명박5년 … 그리고 파쇼들의 등장

② 데카르트로 일베 보기 

③ 일베에 대한 단상 ... '너 일베충이니?'를 보고  

④ 5.18, 그리고 의북증?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는 기본적으로 방법론적 회의를 전제한다. 내가 느끼고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들은 사실 100%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과학의 기본적인 전제,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 것만이 믿음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 다시 말하면 우리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모든 것들은 조작의 여지가 있으며 의심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 이러한 의심을 전혀할 여지가 없는 것만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데카르트는 심지어 자기자신마저 의심하는 '패기'를 보였다. 


내가 지금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있는가? 비록, 내가 감각적으로 느끼는 모든 것이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나'만큼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가? 그러나 여기에도 역시 의심의 여지는 남아 있다. 어떤 원통형의 수조안에 우리의 뇌가 담겨있고, 그뇌에 전기충격을 가해 우리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고 느끼게 조작하는 것이라면 어떠한가?


일견 공상적으로 보이는 이 '방법론적 회의'는 때로는 매우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일베가 보이는 도착증적 팩트에의 집착은 일견 이런 방법론적 회의의 일환으로 보인다. 


좌익들의 그것은 언제나 믿을 수 없다. 언제나 조작돼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실재의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바로 실재를 볼 수 있는 주체다. 


이러한 생각들의 이면에는 분명히 의심과 회의가 담겨있으며, 그들 망상의 가장 기본 전제 '한국사회가 좌경화됐다는 환상'에 의거해 자신들이 믿고 보고 듣는 것들이 전부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들은 담론이 의도적으로 조작된 부분을 실제로 확인했고 - 광우병파동 당시, 그 담론 이면에 조작되고 과장된 이미지를 그들은 포착해내지 않았던가? - 그러한 행동들은 그들의 망상을 어느정도 뒷받침해 주었다. 분명 이들은 정말이지 '급진적인' 회의감을 품고 있다는데에 있어서 데카르트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냉소다. 이들은 명백히 '모든 것을 비웃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것이 쿨한 것인 양, 이들은 담론의 모든 부분을 비웃고 냉소한다. 이것이 이들이 빠지는 함정이다. 냉소주의자들은 - 그것이 비록 어떤 긍정적인 면, 예컨대 기존질서에 대해 냉소함으로써 어떤 새로운 정치적 포지션을 낳는다는 점이 있을지라도 - 근본적으로 대안을 창출해낼 수는 없다. 


또 하나의 함정은 이렇게 냉소주의에 빠지게 된 결과, 다시 말하면 극단적인 현실을 지각하게 된 결과, 환상을 믿어버린다는 점이다. 현실의 극단은 인간으로 하여금 혼란의 상태에 빠지게 한다. - 이러한 혼란은 종종 인간으로 하여금 그 혼란상태 자체를 '조화로운 것'으로 믿어버리는 환상을 낳는다. 이들에게 국가와 법은 언제나 조화롭고 선하며, 또한 여기에 대한 비판은 모두 '적'으로 간주된다. 냉소가 만든 환상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가 가지는 한계는 그것이 철학적으로 유용한 도구를 제공했을지라도 그것이 자가당착적이라는 데에서 비롯한다. 절대적 확신만이 우리의 믿음을 뒷받침해준다면, '절대적 확신만이 믿음을 뒷받침해줄 수 있다'라는 명제자체도 절대적으로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회의는 기본적으로 자기회의와 부정의 과정이다. 


0523 일베.png 

일베 홈페이지 캡쳐


일베는 결코 자신들의 기본적인 믿음 - 팩트만이 실재다! - 자체를 회의하고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의 회의론은 좌익에 대해서는 무서운 급진성을 발휘하지만 자신들의 도구 - 국가, 법치, 나아가 '북한'으로 표상되는 외부의 악마적 존재와 그에 대한 기술적 대응(통상 일베는 이것을 '종북'이라고 지칭한다), 자신들의 모든 이데올로기 - 앞에 서면 그 회의는 에포케(판단중지)에 들어가게 된다. 그 모든 회의론은 - 엄밀히 말하자면 - 사실 그들의 정치적 요구 - 즉, 자신들의 존재론적,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구의 일환인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말, "너 자신을 알라"는 자신의 무지함을 깨달으라는 것이다. 자신의 무지함을 모르는데 남에게 어떻게 지식을 가르쳐 주며, 지혜를 가르쳐줄 수 있는가? 난 이걸 좀 다르게 해석해보고 싶다. "너 자신을 회의하라" 일베는 자기자신을 회의할 수 있는가? 그들의 그 모든 회의와 의심의 칼날을 자기자신을 향해 돌릴 수 있는가? 많은 면에서 그들은 여전히 방어적이며, 심지어 그러한 정신적 빈곤함은 그들로 하여금 엄청난 사이버 테러리즘과 탈레반스러운 행동들을 양산해내는 근원이라고 보여진다.


최태준(인천대)
*기고글임을 밝힙니다.

엮인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74 1987년 그 뜨거웠던 6월, 그날을 되새기며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10
573 [기고] 6월항쟁 26주년 ... '이한열열사는 아직 살아 있다'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11
572 이한열열사 26주기추모제 열려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10
571 6.10민주항쟁 26주년 맞아 시민들과 함께하는 각종행사 진행돼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10
570 교육부 시정명령에도 꿈쩍 안하는 대학들 … 대학평의원회설치 올해는 가능할까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9
569 중앙대 구조조정에 맞선 공대위 ‘학교의 주인은 꿈을 찾아온 학생’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8
568 한대련 ‘6·15 남북공동행사 성사,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8
567 중앙대 비교민속학과학생들 “전통문화를 지키기위해, 우리의 꿈을 지키기위해”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7
566 알바연대, 알바생들 노동조건과 근로기준법준수여부 파헤치다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7
565 경남대철학과폐지비상대책위 ‘대학은 기업체가 아닌 학교’ 기자회견열어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5
564 반값등록금국민본부 “정부와 국회는 반값등록금 실현하라”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5
563 “고려대는 입학금산출근거와 사용내역 공개하라” 고려대 ‘고함실천단’의 고함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4
562 누구를 위한 민간투자인가 … 부산대총학생회 ‘효원굿플러스문제해결’ 촉구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4
561 사립대교비회계예산공개 ‘구멍이 숭숭’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3
560 세종대에 이어 울산대에서도 실험실 안전사고 발생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3
559 ‘국가장학금’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 탈락률 높아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2
558 예술전공대학생들 “취업률 중심의 대학평가지표 개선해야”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2
557 대학생들을 위한 ‘제1호 반값기숙사’ 홍제동에 착공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1
556 박원순 서울시장 “반값등록금은 의지의 문제”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1
555 박대통령 취임100일 ... 풍자영상 〈아임 마더 파더 젠틀맨〉 나와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6-01
554 이대생들 “김활란 동상 철거하라” 쪽지플래시몹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31
553 ['일베'분석 연재기고] ④ 5.18, 그리고 의북증?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31
552 대전사립대 경리팀장 공금횡령 후 잠적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30
551 시간강사도 퇴직금지급 판결 … ˝학교측의 시간강사들의 일방적 퇴직에 제동걸만한 계기되기를˝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30
550 '온국민의 알바화?' … 박대통령 '시간제' 발언에 각계 반발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30
549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새로운 국제민주경제질서' 컨퍼런스개최 21세기대학뉴스 2013-05-30
548 세종대, 가계곤란 학생들 명단 발표해 논란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9
547 중앙대 ‘학칙개정만 하면 구조조정 사실상 마무리’ … 학생들 “소통에 대한 의지부족”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9
546 학자금상환원리금, 기숙사비도 소득공제받는 법안 추진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8
545 충남도, 지방대 수도권이전 방지를 위한 법률개정에 나섰다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8
544 문병동 〈세이프〉, 깐느 단편부문 황금종려상 수상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8
543 광주시 “5.18민주화운동 역사왜곡·훼손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강력히 대처”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8
542 비정규직노동자에게 가장 큰 차별은 '임금'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7
541 [서평] 『한국의 레지스탕스』그들은 무엇을 위해 목숨을 걸었는가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7
540 ['일베'분석 연재기고] ③ 일베에 대한 단상 ... '너 일베충이니?'를 보고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6
539 인하대, '학생들의 단결된 힘'으로 막아낸 대학구조조정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6
538 조선대, 윤창륙교수평의회의장 '대학정상화'위해 무기한단식투쟁 돌입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5
» ['일베'분석 연재기고] ② 데카르트로 일베 보기 21세기대학뉴스 2013-05-24
536 '짓밟힌 순수미술' ... “청주대 회화학과 폐과결정 취소하라”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4
535 ['일베'분석 연재기고] ① 이명박5년 … 그리고 파쇼들의 등장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3
534 대학교수들, 경산지역 청소노동자 총파업지지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3
533 연세대, 2013도서문화제 책과 함께 광장으로 '중도하차'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3
532 '일베'인증하면 학점 주고 '좌좀'들은 전부 F … 교수인증논란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3
531 [5.18광주역사기행참가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1
530 서울대상대로 '예산편성 정보공개' 행정심판에 승소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1
529 충북지역대학들 잇단 구조조정… 학생들과 마찰 불가피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1
528 경기대, 학생 때린 재단이사 고소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0
527 정보원 '박원순서울시장제압'문건에 이어 '반값등록금운동차단공작'문건 논란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20
526 국공립대 교수들이 뿔났다… '성과급적 연봉제, 단기성과만 강요하고 교수사회 분열과 갈등 조장해'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19
525 대학이 '민주화의 성지' 이제는 옛말?… 대학가에서 5·18관련 대자보 훼손, 철거 file 21세기대학뉴스 2013-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