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남대학교(총장 박재규)가 철학과폐지를 최종 결정했다. 19일 구조조정위원회의 철학과폐지결정이 있고 이틀후인 이날, 최고의결기구인 대학평의원회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회의는 오후3시에 본관소회의실1에서 열렸으며, 안건은 학칙개정으로 철학과와 사회복지학과에 대한 정원개정이 안건이었다. 이 회의에서 철학과는 2014학년도 모집정원이 40명에서 0명으로 개정돼 사실상 폐과되었다.
학교는 줄곧 재정상의 어려움을 내세워 철학과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반복해왔고, 이에 반발한 철학과학생들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여는 등 학교측의 폐과방침에 강하게 대항해 왔다. 학생들은 “경남대학교의 적립금은 1171억(전국 15위)이고 매년 큰 폭으로 축적되고 있는 추세(전국 16위)”라며 “한해에만 84억이 넘는 돈을 남겨온 학교가 재정이 어려울 리 없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날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학교측이 공지하지 않아, 회의가 열리기 이틀전에서야 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철학과학생들은,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학교에 나왔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철학과학생 30여명은 복도에서 폐과에 반대한다는 문구로 피켓시위를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대해 절차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철학과폐지비상대책위원회는 “2010년에 당시 철학과 학생들과 학교측이 작성한 합의서에는 2013년 9월30일에 폐과여부를 최초평가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며, 이날 폐과가 결정된 것에 대해 “학교가 합의서를 어기고 3달이나 앞당겨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 “대학평의원회가 학내의 일에 대해 결정하는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내구성원인 학생측구성원은 1명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이번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이 언뜻 보기에는 민주적으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학생들은 “문이 굳게 걸어 잠긴 채 회의가 진행됐다는 점과 겨우 30분만에 회의가 끝났다는 점은, 회의가 비민주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극명하게 드러낸다”며 대학평의원회를 다시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학생들의 주장에 대해 진민 기획처장은 “폐과여부를 9월30일에 결정하든 6월에 결정하든 결국 폐과결정이 될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대학평의원회를 다시 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번 결정된 것을 번복하라는 요구인데 그럴 수는 없다”고 맞받아쳤다.
학생들은 “총학생회장이 학생들을 따돌리고 비서실 문으로 회의실에 몰래 들어갔다”며 “겨우 1명 있는 학생측 평의원조차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비참하고 슬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 학생은 경남대학생 3000여명이 작성한 폐과에 반대하는 서명지를 몸에 감싸 들고, 회의가 진행되는 내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후 법적 대응 등 모든 방안을 총동원해 학교당국에 맞서 학내민주주의를 지키고, 돈의 논리가 대학안에서 팽배하는 일을 막아내겠다고 피력했다.
윤태우(경남대철학과)
*기고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