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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전 윤창중의 ‘grab'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박근혜대통령 방미중 발생한 윤창중 성범죄사건은 처음에 성희롱으로 덮으려는 것을 성추행에 강간미수까지 번지면서 급기야 박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지우고 개인의 문제로 돌리며 급히 사건을 무마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중매체에 넘치는 여자아이돌의 안입은듯 입은 옷차림과 섹시미를 강조하며 추는 몸짓들은 이제 너무나 익숙해진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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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회현상의 본질은 남성의 시선으로 여성을 대상화·객체화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와 별개로 박근혜대통령이 대통령후보시절, 여성지지율이 높았다는 점과 ‘국정원여직원감금’사건(현재 본질이 드러나고 있는 국정원사건)이 여성의 공분을 샀던 것은 이 사회 여성의 주체성 회복의 의지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여성으로서 겪는 개인의 문제는 사회문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이고 둘사이를 분리하는 순간 왜곡된 판단을 하게 된다.


마치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박근혜대통령의 역사성과 사회의식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로 대통령을 뽑는 것과 같이.

 

이런 의미에서 역사적으로 여성의 모습이 어떻게 형성 발전했는지, 그리고 누구로부터 형성됐는지 알아보는 점은 현재를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림으로 읽는 조선여성의 역사』의 저자 강명관교수는 현재 여성에게 강요된 이미지,즉, 트로피를 연상하는 듯한 날씬한 여성의 모습은 보편적이지 않은 만큼 ‘남성-자본’에 의해 객체화된 이미지이듯, 조선시대여성에게 강요된 이미지는 ‘남성-양반’에 의해 객체화된 이미지라고 결론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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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선여성의 주체적 모습은 역사적으로 철저히 배제돼왔음을 그림과 역사적 사례를 바탕으로 해설하고 있다.

 

또 이러한 조선여성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해설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여성의 주체성이 보장됐던 고려후기의 작품을 통해 비교 해설하고 있다.

 

조선여성의 객체화는 조선시대의 중심사상인 유교사상을 기반으로 한다.

 

공자가 말한 ‘일부종사’와 ‘삼종지부’는 지금도 익숙한 내용이고, 성종때 『경국대전』을 통해 이를 법제화하면서 여성의 종속성을 제도화하였다.

 

또한 여성의 축첩제도에 대한 정당한 항의를 ‘투기’라고 규정하여 여성을 탄압하는 구조를 만든 것 또한 조선 초·중기시대이다.

 

즉 조선시대 유교사상을 중심사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제도적으로 여성의 객체화가 철저히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여성의 주체성과 객체성에 대해 대표적으로 초상화와 미인도를 통해 해설하고 있다.

 

카메라기술이 없던 과거, 초상화는 사대부를 중심으로 후손에게 자신의 모습을 길이 남기고, 후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모와 조상에게 경의를 표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초상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한 사회에서의 주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된다.

 

그리고 여성이 상대적으로 주체성이 있던 고려 후기부터 조선 초·중기까지는 그림 및 문헌을 통해 여성도 초상화에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려후기작품인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그림을 보면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초상화작품을 통해 그 사회의 여성의 주체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의 객체화의 상징인 미인도 또한 고려후기에도 존재했다.

 

고려시대는 ‘상대적’으로 여성의 주체성이 인정됐던 것이지, 본질적으로는 남성중심사회였고 그렇기 때문에 ‘감상의 목적’으로의 미인도 또한 널리 성행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윤복의 ‘미인도’와 같이 미인도는 조선후기까지 내려오면서 여성을 감상의 대상, 즉 객체화하는데 한몫을 하였다. 이런 미인도의 기능은 오늘날 고스란히 이어져 ‘미’를 상품화하고 여성의 외모를 강조하는 풍토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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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외에 삼강행실도 ‘열녀편’의 그림이나 도화서에서 그린 그림들은 의도적으로 여성이 삭제되거나 남성에게 봉사하는 여성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조선시대 전사회적으로 여성을 철저히 배제함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어떠했을까? 조선시대경제의 양축인 농사와 길쌈 중에서 길쌈의 결과물인 옷감은 조선시대 화폐대용으로 쓸 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한 수단이었으며 길쌈은 여성고유의 노동이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여성 또한 경제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한 한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점은 길쌈하는 여성 그림을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경제생활의 한축이 여성이 정치·사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배제됐다는 점과 오늘날의 여성 또한 경제생활의 한축을 담당함에도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리가 배제된다는 점은 여전히 양성평등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이 책은 이러한 조선시대여성의 삶에 대해 미술을 통해 해설함으로써 독자에게 쉽게 해설하고 있다.

 

더불어 강명관교수는 앞으로 에두아르드 푹스의 『풍속의 역사』와 같이 풍속을 통해 우리민족과 민중의 삶을 기록하고 싶다고 한 것처럼 민중중심의 역사의식을 지닌 저자이다.

 

관점과 내용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참고할 부분이 많아 읽으며 즐거웠다.

 

더불어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는 유럽민중의 삶과 시대상을 풍속을 통해 알려주는 책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서적이다.

 

내용이 방대하고 읽은 지 오래되어 자세히 소개하지 못하지만 민중의 삶과 풍속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양고은(시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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