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기쁨에서 시작해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까지. 평범한 대학생들과는 다른 무언가를 지닌 학생들이 있다. 누군가는 에어컨 앞에서 쉬고 있을 시간에 밖에 나와 밭을 일구고, 마을의 생태공원조성을 하기 위해 삽을 들고, 사람들에게 도시농업을 이야기하기 위해 온라인강의를 제작하고 있는 생기발랄한 20대들, '씨앗들협동조합'이다. 21세기대학뉴스가 씨앗들협동조합 황윤지(27)대표를 만나 보았다. |
- 씨앗들협동조합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2010년 고려대학교에서 친한 친구들 5명의 친목모임으로 시작됐어요. 학교안에 텃밭을 만들어보자는 시도로부터 내부에 빈 땅을 찾아 허락받지 않고 경작을 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학교에서 협조를 해주지않아 경작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방법을 모색하던 중 프로젝트지원사업에 지원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지도교수를 찾고, 교육부공식 프로젝트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게 됐습니다. 사실 농사자체에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지원금을 좋은 곳에 사용할 방법을 찾다가 ‘우리가 농사를 짓게 되면 모르는게 많으니 공부하자’ ‘우리끼리 공부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같이 공부하고 실습하자’는 생각으로 ‘레알텃밭학교’라는 강좌를 만들게 됐어요.
고려대에서 처음 강좌를 열었는데 예상외로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어요. 수강생이 한 50~60명정도 됐으니까요. 당시 도시농업이라는 키워드가 활성화되지 않았는데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 학교안에서 직거래장터를 열어보고 그러다보니 관심있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모임이 연합동아리형식이 됐어요.
연합동아리형태가 되면서 ‘다른 학교에도 이런 강의를 계속 열고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생각했고, ‘‘캠퍼스텃밭’이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퍼뜨리자’고 의견이 모아져 이후 이화여대,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강좌를 진행했어요. 그렇게 ‘레알텃밭학교’를 운영했고, 그 과정에서 생태전반으로 관심사가 확장됐어요. 그래서 학습내용도 초기에는 도시농업과 농사에 국한됐다면 나중에는 생태전반에 대한 내용을 아우르는 강좌를 진행하게 됐어요.
함께하는 단체도 많아지고 여러가지 행사에 참여하게 되면서 초·중·고등학교 텃밭수업도 하게 되고, 수강생들의 폭도 넓어졌어요. 그런 방식으로 관련활동을 계속 했는데, 운영을 주도하던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서 학생이 아닌 친구들이 학교안 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모임운영형태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협동조합이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지난해 말 협동조합법개정시기에 맞춰 준비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했어요.
- 어떤 일들을 하는지
최근에는 단순한 텃밭경작뿐 아니라 토양회복을 위한 생태공원조성 등의 활동들도 하고 있어요. 생태공원조성은 영리사업은 아니고 버려진 토지를 회복시키는 사업이에요. 생태공원을 조성함으로써 토지회복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즐거움을 줄 수 있죠.
갈현동에서는 공동텃밭경작이 주말마다 진행되고,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도시농업과 관련한 사이버강좌를 인터넷강좌로 제작하는 활동도 하고 있어요. 동영상을 보고 누구든지 도시농업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하는 ‘레알텃밭학교’의 사이버버전이죠.
- 씨앗들협동조합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우리가 전면에 내걸고 있는 가치는 ‘도시농업보급과 도·농 공동체회복’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생태적 가치와 연관된 사업들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우리는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고, 사업체를 만들기는 했지만 영리사업보다는 협동조합내부의 공동체를 위한 사업이나 비영리활동들을 주로 하고 있어요.
- 어떻게 하면 씨앗들협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있는지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어요. 홈페이지(www.wedofarm.com)를 통해 신청이 가능해요. 가입신청만 하면 되고 현재 조합원은 40명정도가 있어요.
- 씨앗들협동조합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우선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요. 생태적인 활동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이 많지 않잖아요. 또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들이 많으니까 이 안에서 무언가를 할 때도 혼자가 아닌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혼자 어떤 사업을 하려면 위험한 것도 많고 걱정도 되지만 함께 하면 걱정도 불안도 줄어 들어요. 눈에 띄는 성과가 있어야한다는 생각보다 시도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고 나름대로 얻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대안문화적 가치도 아주 많아요. 농촌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기도 하고요. 농촌과 한학기에 한번씩 교류를 하는데, 농촌분들과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기회가 도시에서는 많지 않은데 이런 활동을 통해 농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거죠.
우리는 농산물을 재배하기도 하는데, 거기에서 관심이 그치지 않고 요리와 같은 소비부분까지 관심이 확장됐어요. 조합원들중 남자들도 많은데 요새 요리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우리가 농사를 지을 때 ‘우리가 먹을 거니까’라고 생각하고 친환경적으로 재배하는데 그러다보면 필요한 비료같은 것들은 직접 만들어요. 그 과정에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모으고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는데, 이것이 어떤 합의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다같이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하는 것’과 같은 가치를 지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친구들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 오줌을 모으기도 해요. 이 활동을 통해 채식을 하게 된 친구들도 많아요.
우리가 도시농업을 하는 청년단체다보니 농사를 짓는 어른분들과 특별한 유대감을 갖게 되기도 해요. 사실 어른과 유대감을 갖는 게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도시농업을 주제로 만났기에 어르신분들이 우리를 예뻐해주시고 우리가 다른 도시농업단체들과 다르게 세대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다른 세대와 연결될 수 있는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텃밭을 키우는데 이 활동을 통해 관심사가 같아지고 서로 이야기할 소재도 풍부해져서 가족간의 유대관계도 더 깊어졌어요.
사실 가치라는 것이 갖다붙이면 무엇이든 가치가 될 수 있는데 도시농업을 통해 도시에 살면서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면서 얻게 되는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봐요. 더불어 참여하는 친구들 개개인이 가치라고 느끼는 모든 것이 사실 모두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면
아무래도 같이 하는 친구들이 거의 다 학생이고 이 활동이 자발적 활동이다보니 일반적인 대다수의 학생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에 위배되는 것들이 많아요. 이 활동이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매우 많지만 자기만족, 행복, 보람같은 주관적인 것들이니까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가치환산이 안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다보면 같이 하는 친구들이 학업이나 다른 여러가지 상황들로 바쁘게 되면 활동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걸 유지해나가는 것이 어려움이죠. 활동의 지속성이 문제죠. 매번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지금까지 함께 한 친구들을 다 따져보면 그냥 수업들은 학생들까지 다해서 못해도 300~400명은 되는데 말이죠.
도시농업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우리 스스로 구조적 한계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씨앗들협동조합은 대학동아리처럼 활동하고 떠나는 조직이 아닌 공동체·가족처럼 잠깐 바쁘면 참여를 못하더라도 언제든지 와서 같이 놀고 함께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어 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니까 조합원들이 더 공동체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대학생들이나 청년들, 21세기대학뉴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고 싶은 첫번째 말은 ‘관심이 있다면 우리 단체에 와달라’는 것(웃음). 와서 착하고 좋은 친구들을 만나 같이 활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자신이 관심있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런 단체를 만들어보라는 거에요.
꼭 도시농업이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협동조합의 장점이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니까 출자도 공동으로 하고 수익도 분배하고 책임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이거든요.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여러명하고 책임을 나누게 되고 그에 따른 위험도 줄어 들어요. 협동조합은 청년들이 해보고 싶은 것을 도전 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주제의 협동조합을 만들어 보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도시농업이나 농촌봉사 이런 가치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인데 이런 것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기방에 화분하나를 키우거나 집에 텃밭을 키우는 이런 사소한 활동들도 전부 도시농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도시농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니까 그렇게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고 작은 것부터 해보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거에요. 그런 식으로 도시농업을 해보면 우리가 말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분명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한번쯤 시도해 보기를 권유하고 싶어요.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