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카이스트(KAIST)교수협의회가 영어강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23대 교수협의회(회장 김광준)는 영어강의 제도에 대한 교수협의입장을 담은 교수협의회보를 통해 “영어강의의 예기치 않은 결과와 관련 개선여부에 대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었으면 한다”면서 “국제화를 위해 전임서남표총장때 도입한 영어강의가 결국 ‘미국화’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이 우수한 분야도 있지만, 제조기술과 소재·부품 분야는 비영어권 선진국이 미국보다 우세하다”면서 “2003년 카이스트 전체 전임교수들의 박사학위취득국가 7.8%가 비영어권 선진국이었지만 전면 영어강의 정책이후 2.5%로 대폭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말 현재 카이스트 조교수·부교수 283명의 박사학위 취득국가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 66.4%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남코리아가 26.9%, 영국·캐나다 등 영어권이 1.4%였다. 비영어권은 2.5%에 그쳤다.
김회장은 “이같은 결과는 국제화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미국화”라면서 “카이스트내 미국박사학위 편중현상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승오 항공우주공학과교수도 “강의는 교수와 학생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면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을 영어로 강의한다고 하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강의에 집중할 수 없고, 동기부여가 망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이스트내 외국인유학생들도 오히려 100%영어강의로 인해 우리말을 배우려는 동기와 노력이 부족해지는 문제도 있다”면서 “강의의 고객인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익호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말과 글은 겨레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다”면서 “외국학생이 우리말과 글을 배워서라도 카이스트의 명강의를 들으려 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제화”라고 역설했다.
카이스트교수협의회는 22일 강성모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교수회의를 열고 전면 영어강의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신현준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