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주요대학 경영대학원 MBA과정에 기업윤리와 전문직 직업윤리를 가르치는 과목이 필수과목으로 채택됐다. 이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트린 2008년 리먼브라더스파산이후 그 파장이 미국 경영대학원에 몰아친 결과로 윤리의식의 강화가 경영학계에 대두됐기 때문이다.  


img_businees-ethic05.jpg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2008년 상반기 국내 보험·증권사는 7억2000만달러를 투자 손실을 입었다.

(사진 = http://weirdtothewest.wordpress.com)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경영대학원 마셜스쿨은 필수과목에 회계윤리가 들어있다. 회계학과 로버트트레저번트교수는 "이런 과목은 비리를 방지하는 문지기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NYU(New York University)경영대학원 스턴스쿨은 리먼사태 이후 필수과목에 전문인의 직업윤리를 집어 넣었다. 리먼사태를 불러온 리먼브라더스 전 회장 리처드풀드는 스턴스쿨을 졸업했다.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는 파산위기에 몰렸던 GM(제너럴모터스)의 사례를 공부한다.  GM은 강성노조탓에 비롯된 생산성하락과 원가인상에 자동차판매가 부진해 위기에 몰린 것이 아니란 사실을 학생들은 배운다. GM은 자동차판매보다 할부금융 등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사실상 금융회사였고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진실을 알고 난 학생들은 기업윤리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금융산업에 인재를 공급하는 원천인 경영대학원의 이런 자기성찰은 금융산업의 실패에서 비롯됐다. 리먼사태 이후 리스크관리과목을 시작한 보스턴대 마크윌리엄스교수는 "사실 우리는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우리는 실패자"라고 말했다.


이들 경영대학원교수들은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금융인의 윤리의식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한다. 레드랜즈대학 제프리스미스교수는 "바로 그게 문제였다"며 "금융인들이 사회전체의 이익을 위하지 않아도 돈 버는데 상관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럿거스대 경영대학원 댄파먼 회계학과장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해야 한다"며 윤리교육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현재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밟는 학생들이 현업에 뛰어 들었을 때 이런 윤리교육이 효과를 볼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회사의 문화와 관행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윤리과목을 배운다 해서 장차 금융산업을 이끌 인재들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비판도 있다. 회계부정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던 엔론사태가 경영인이 윤리과목을 수강하지 않아서 생긴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기업윤리를 가르치는 조지프바드라코교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쯤에서 우리나라 쌍용자동차사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리해고자와 가족이 자살하거나 돌연사하고, 임대아파트에서 투신하며 목숨을 버리는 한편, 차에서 번개탄을 피워놓고 자살을 선택했던 쌍용자동차노동자들 이 끝나지 않은 비극은 직업윤리, 기업윤리는커녕 최소한의 도덕성조차 상실한 철저하게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 했던 외국자본, 정부, 회계법인회사의 합작품으로 모든 것은 정리해고로부터 시작됐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정리해고는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을 때에만 실시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법률에 의거해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이 3000명이나 부당한 해고를 당해야만 했던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그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유동성 위기로 인한 부도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먹튀 완성을 위한 고의부도였다. 문제의 발단은 상하이자동차(SAIC)다. 2004년 상하이자동차는 약1조2000억원이라고 평가받던 쌍용자동차를 5900억이라는 헐값에 인수한다. 당시 인수조건으로 1조2000억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으며 그 이후에도 2005년 5월17일 4000억의 투자약속, 2006년 8월30일, 상하이자동차는 또 한번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3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중에 지켜진 것은 단 한건도 없다. 상하이차의 유일한 목적은 기술빼가기였던 것이다. 


통상적인 쌍용자동차의 신차 개발비용은 약3000억원이지만 상하이차는 잘나가는 쌍용의 신차기술을 헐값(카이런 240억원, 코란도C 600억원)에 가져간다. 또 중국본사에서 쌍용자동차의 전산시스템을 통째로 열람할 수 있도록 통합전산망을 구축해 기술도면을 마음껏 빼갔고 핵심기술인력 50여명도 중국으로 데려갔다. 심지어 국고지원을 받아 개발한 디젤하이브리드 기술도 빼가 당시 국정원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더 이상 빼먹을게 없다고 판단한 상하이차는 떠날 준비를 한다.(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 카이런의 기술을 가지고 로위W5라는 신차를 개발)


눈치를 보던 상하이차는 2008년말 세계금융위기가 터지자 대주주로써는 이례적으로 자진해서 대법원에 쌍용자동차 부도신청을 한다. 쌍용자동차가 갚아야할 어음은 932억원으로 그러나 보유현금은 74억원으로는 막대한 양의 어음을 갚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숨긴 사실이 있다. 그 당시 쌍용자동차가 상하이로부터 받을 돈이 약860억원이며 중국은행, 중국상공은행으로부터 2100억원의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산업은행으로부터는 중국은행에서 먼저 돈을 빌리면 추가대출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상태로 932억원이라는 이 어음을 충분히 갚을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상하이차가 의지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어음을 갖고 경영을 계속 해나갈 수 있었고 이것은 상하이차가 명백한 고의부도를 냈다는걸 보여준다. 한겨레신문은 2012년 9월21일자 기사에서 심상정의원의 외교부문서공개로 “중국 당국자가 밝힌 철수이유가 검찰 기술유출수사 때문”이란 사건의 진실을 보도한 바 있다. 


img_businees-ethic04.png

상하이차는 잘나가는 쌍용의 신차기술을 헐값에 가져간다.

(사진 = <쌍용차 사태의 진실>중에서)


둘째, 과도한 부채비율로 인한 부실기업화, 상하이자동차는 앞서 열거했던 자신의 먹튀행각이 사회적 비난을 받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 설득력 있는 철수명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상하이자동차는 쌍용자동차가 엄청난 부실기업임을 입증하기 위해 회계조작을 감행한다.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의 기업회계를 담당한 안진회계법인과 공모해서 2008년말 쌍용자동차의 유형자산평가액(토지, 건물, 구축물, 기계 같은 자산)을 대폭 낮춰버린다. 이전까지 유형자산 1조3,825억으로 평가받던 쌍용자동차를 장부상 8677억원으로 줄인 것이다. 자산평가액을 줄이면 부채비율과 순손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쌍용자동차의 2008년 3분기 재무제표에 나타났던 부채비율 168%는 2008년 4분기 재무제표에서 561%로 순손실 980억원은 7097억원으로 폭등하게 된다. 


실제 빚은 줄지 않았지만 장부상 자기 자산이 줄어들게 되면 분모가 줄어들게 돼 부채비율(부채비율 = 부채/자기자본 X 100)의 값이 상승하게 되며 자산이 5000억원 넘게 깎이면서 순손실 역시 급증하게 된 것이다. 장부상 숫자조작하나로 하루아침에 명실상부한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쌍용자동차의 유형자산평가액은 1조7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안진회계법인이 책정한 유형자산평가액 8677억원의 두배이며 부채비율은 150% 정도이고 순손실은 2000억원미만으로 재무상태양호라는 결과가 나온다. 이는 다른 회사의 부채비율(GM DAEWOO 184%, 기아자동차 178%)과 비교 했을 때 오히려 좋은 성적이다. 


img_businees-ethic05.png

 2008년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의 대한 부도신청을 하면서 떠날 준비를 한다

(사진 = <쌍용차 사태의 진실>중에서)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의 대한 부도신청을 하면서 회사재무상태를 실시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2009년 3월10일 한국감정평가원은이 위와 같은 평가를 발표하지만 안진회계법인은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회계조작내용을 3월27일 제출, 법원의 최종승인을 받게 됨에 따라 쌍용자동차는 부도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부실기업이 된다. 


이렇게 기술빼가기와 먹튀 논란으로 사회적 비난을 받던 상하이자동차는 자사로 안전하게 도망가게 되고 2009년 2월6일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중요한 결정들은 이명박정부가 내리게 된다. 만약 이때 산업은행과, 법원이 상하이자동차에 먹튀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잘못된 회계조작을 바로 잡았다면 오늘과 같은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오히려 정리해고의 근거로 적극 이용했다. 또 삼정회계법인은 안진회계법인의 조작된 회계자료를 그대로 인용해 기업회생방안으로 2646명(비정규직 500여명 포함 3000명)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회사는 전제부터 잘못된 보고서에 근거해서 일사천리로 정리해고를 몰아붙였다. 이때 쌍용자동차노조의 노동자들은 자기희생을 감수하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퇴직금을 담보로 긴급자금 1000억원 조성 / ∆임금삭감 50% 및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나누기 / ∆노조가 비정규직 고용안정기금으로 12억원조성 등 3가지안이 담긴 파격적인 양보안을 내놓지만 정부는 이를 철저하게 무시했으며 그 대신 노조의 77일간 점거파업을 용역깡패와 경찰력을 동원해서 무자비하게 진압했다.


그럼 여기서 이명박정부는 불필요했던 정리해고에 왜 그렇게 열을 올렸을까. 상하이차의 불법적인 기술 빼가기를 정부와 산업은행이 방조하면서 사태가 커지가 어떻게든 자신들의 잘못을 덮으려 했던 것이다. 국민적인 지탄을 피하기 위해 그들은 쌍용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2009년 3월26일 경기도 비상경제 회의에서 이명박전대통령은 “오죽하면 회사가 해고를 하겠느냐는 식으로 회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반대하면 조직을 위한 길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노동자들이 일을 잘하지 못해 쌍용자동차가 부실기업이 되었다고 몰아붙인 것이다. 그렇게 종업원의 40%를 날려버리고, 조합원의 신뢰가 두터운 노조까지 제압하면 쌍용자동차를 다시 매각하는게 쉬워진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이명박정부는 자기나라 노동자를 희생시켜 결국 2011년 쌍용자동차를 인도 마힌드라에 헐값에 재매각한다. 


img_businees-ethic06.png

 2008년 상하이차는 쌍용자동차의 대한 부도신청을 하면서 떠날 준비를 한다

(사진 = <쌍용차 사태의 진실>중에서)


돌이켜보면 누가 이득을 보게 됐는지 명확하다. 상하이자동차는 고급 SUV(카이런, 코란도 C)기술,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 핵심 연구원을 헐값에 확보 했고 이명박정부와 산업은행은 정리해고를 통해 쌍용자동차를 인도 마힌드라에 손쉽게 매각하며 채권을 조기에 회수하는 등 성과를 올렸으며 인도의 마힌드라는 마찬가지로 고급 SUV기술과 정리해고가 깔끔하게 정리된 회사를 인수받았다. 삼정회계법인은 2009년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안 작성으로 받은 수수료가 약3억2000만원이며 2010년에는 쌍용자동차 재매각 주간사로 선정돼(맥쿼리증권참여) 그 수수료로 약6억3000만원의 돈을 벌게 된다. 안진회계법인은 마힌드라가 대주주인 지금 여전히 쌍용자동차 외부회계감사로 활동하고 있고 당시 살인진압의 책임자인 조현오는 경찰청장으로 승진하고 당시 고영한 서울중앙지법파산수석부장판사는 대법관이 된다. 또 이명박정권은 정리해고에 맞서면 철저하게 응징 당한다는 본보기를 남기게 됐다. 


남코리아의 상장기업 및 대기업들은 몇 년전부터 신입사원 채용시 인성면접에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무엇인가와 그 사례를 설명하고 본인이 지원한 회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질문이 단골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CSR뿐만이 아닌 CSV(공유가치창출 : Creating Shared Value)를 설명하고 둘의 차이를 비교하는 질문도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영에서의 도덕성과 윤리의식 기업과 기업간의 상생(相生)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업들 스스로 소비자인 국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아야만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본연의 임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경기 침체 국면에서 협력 업체와의 동반성장을 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다짐으로 특히 지역 사회와 함께 공유가치를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회성의 금전적·물질적 지원보다는 지역사회가 스스로 삶의 기반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사회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직접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img_businees-ethic00.jpg

기업윤리가 단순히 학문으로 끝나지 않도록 실천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 아닐까?

(사진 = http://www.theguardian.com


경제·경영학을 전공한 대학생은 물론이고 졸업후 사회에 나가게 될 대학생들이 경영자의 입장에서든 노동자의 입장(대학생은 누구나 예비 노동자이다, 그 노동의 형태가 정신노동이던, 감정노동이던, 육체노동이던지 간에 모두다 노동이라는 범주에 속한다)에서든 그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올바른 윤리의식과 깨끗한 도덕성을 지켜 그 사회전체의 분위기와 그 질을 규정하는데 기여한다면 이것이 바로 지식에서만 그치지 않고 실천을 통해 자신의 내적 성질을 단련시키고 지성인으로서의 사회정의구현과 공동체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이지 않을까.


정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