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특별취재단] 베니스특별취재단이 ‘두서없이’ 말하는 영화 ‘피에타’
베니스영화제에 취재를 하러 온 21세기대학뉴스 기자 대훈(남, 선배), 민정(여, 중간), 다민(여, 막내)은 영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등 온갖 외국어에 시달린 끝에 드디어 별 노력 없이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반가운 우리나라 영화를 보게 됐다.
그것은 바로 김기덕감독의 18번째 작품 ‘피에타’. 베니스에서 언론시사회를 통해 피에타를 본 기자들은 상영관을 나오자마자 바로 피에타에 대해 정말 두서없는 좌담을 나눴다. (스포일러 주의)
민정: 와, 마지막 장면 끝내줬죠?
다민: 전 상상하기 싫어요.
민정: 다행히 클로즈업 장면이 없었어. 그냥 길에 자국만 쭈우우우우욱.
다민: 우웩.
대훈: 김기덕감독 참 재밌는 사람이야.
민정: 뭐가요?
대훈: 올해 대선이 있잖아. 근데 지금 모습이 되기 전의 예전 청계천이 나왔단 말이지. 그 의도가 뭐겠어?
민정: 재밌네요. 주인공 이름도 강도잖아요. ‘이’강도.
(웃음)
대훈: 김기덕감독은 이 영화로 엄청 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야. 대선을 앞두고. 타겟은 50대 어머니층이 아닐까 싶어. 어머니들이여, 가만히 있지 마라.
민정: 어머니층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선쪽은 상당히 노골적이네요.
다민: 돌직구죠.
대훈: 이번 베니스영화제에 유난히 자식 얘기가 많아. 이번에도 어머니와 아들 얘기잖아. 미래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청계천이라는 배경에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소재라면 역시 전태일이 떠오르지. 작년에 마침 이소선어머니가 타계하시기도 했고. 이소선어머니에 대한 오마주가 있는 게 아닐까?
다민: 그럴 것도 같아요. 피에타라는 게 희생된 아들을 끌어안은 어머니그림이잖아요. 조각도 있지만. 영화에 청계천에서 기계관련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나오기도 했고. 그리고 철거 얘기도 많이 나왔잖아요. 그때 상황을 직설적으로 보여줘요.
민정: 맞아. 중간에 몇 명이 철거 얘기를 했지. 중간에 7층에서 뛰어내린 아저씨도 그런 얘기를 했고. 이명박이 청계천 바꿀 때 거기서 밀려나게 된 사람들이 많이 나오죠. 그리고 그 사람들은 사채빚을 질 정도로 가난하고요.
대훈: 중간에 그 대사도 인상적이었어. “돈이 뭐냐?”
다민: 포스있었죠.
민정: 강도가 엄마한테도 묻잖아요. “돈이 뭐예요?” 근데 엄마는 또 “돈은 시작과 끝”이라고 하죠. 성경 같아요. 알파와 오메가.
대훈: 그 엄마는 그 말을 하면서 마음이 어땠겠어.
민정: 근데 그 장면에서 마지막에 복수를 굉장히 강조하잖아요. “그래, 복수.” 이러는데 표정이 묘했죠. 사실 전 예고편 보고 곧바로 ‘아, 진짜 엄마 아니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중간에 손 박박 닦는 장면 보고 ‘아, 진짜 엄마 아닌데 자기 아들 복수하려고 찾아온 거네’ 했고요.
다민: 저도 중간에 눈치 챘어요. 복선을 좀 쉽게 깔아놓은 것 같아요.
대훈: 단순하지. 조금만 신경 쓰면 바로 찾아낼 수 있는 복선을 깔아놨어. 장어도 그렇고.
민정: 장어. 그야말로 노골적인 상징물이잖아요. 애정을 갈구하는 마음, 엄마에 대한 호기심과 미련. 약한 부분. 근데 그거 잡아먹는 거 꽤 웃겼어요.
대훈: 그 부분에서 김기덕이 유머러스한 장면을 하나 넣은 거지. 센스야. 거기서 장어 구워먹는 엄마라니 웃기잖아.
민정: 근데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더라고요. 김기덕감독 영화니까 전 되게 각오하고 봤는데.
대훈: 김기덕감독이 상당히 성장한 것 같아. 영화를 통해서 메시지를 딱 전달하고, 자극적인 장면이나 그런 건 상당히 순화시키고. 예전 영화와의 차이점이지. 몇년전 영화만 해도 보기 힘든 게 많았는데.
다민: 완전 다행이죠. 전 그런 거 못 봐요. 아까 냉장고 열 때도 눈 감았었는데 마지막에 흙 파헤치고 아들 시체 발견할 때 하필이면 봐 버려가지고! 아이고.
민정: 그 스웨터 결국엔 지가 입었지. 사실 친엄마 아닌 걸 그 휠체어에 앉아있을 때 다 알았으면서, 마지막까지 자기 엄마라고 살려달라고 그러고. 그런 걸 보면, 영화에서 상당히 느껴지는 건 강도가 아직 애같은 면이 있고 순수하다는 거예요.
걔가 날 때부터 악마는 아니잖아. 대사 중에 강도를 두고 태어날 때부터 악마새끼라고 하는 게 있는데, 사실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거죠. 사실 학교 다닐 때도 좀 노는 애들, 껄렁껄렁한 애들 있잖아요. 알고 보면 걔들이 더 순수하고 애같은 경우가 많아요.
다민: 맞아. 그렇게 보면 강도가 진짜 불쌍하죠. 마지막에 엄마도 뛰어내리기 전에 강도 불쌍하다고 그러잖아요. 복수를 위해서 다가갔지만 엄마도 사실은 강도가 정말 불쌍한 놈이란 걸 알게 된 거죠. 사람 온기 느끼지 못하고 자라서, 엄마 없어지고 다시 혼자 남으면 못 살 것 같다고 그러고.
대훈: 복수하려고 했던 엄마도 악마새끼 소리 듣는 강도도 사실은 불쌍한 사람들이잖아. 그 사람들이 바탕부터 악한 건 아니고. 특히 강도. 그러면 이 두명을 이렇게 얽히게 만든 건 뭘까? 강도는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밑바닥에서 사람 괴롭혀서 돈 받아내는 양아치로 자라고, 엄마는 사채빚 지고 자살한 아들 복수 때문에 가짜엄마 행세를 하고 결국엔 자살. 이 사람들을 이런 상황에 처하게 만든 게 뭘까. 이 영화가 던지는 물음은 그거야. 그리고 자본주의를 겨냥하지.
다민: 김기덕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의 병폐와 비극을 조망한다면서 “현대사회는 서로를 식인화한다. 작은 수직사회가 거대한 수평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대요. 서로를 식인화한다는 게 이 영화에서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민정: 드러나는 사실은 강도와 엄마지만, 사실 그 기저에 깔려있는 건 자본주의잖아요. 돈 때문에 아기를 버리고, 그 버려진 아기가 돈 때문에 거지같이 자라고, 돈 때문에 사채빚을 진 노동자들을 강도는 기계에 팔 넣고 해서 병신 만들고.
그렇게 받아낸 보험금으로 돈 갚고 사람들은 폐인 되고. 결국 돈 때문에 강도는 나쁜 놈이 된 거고, 돈 때문에 아들을 잃은 엄마는 강도한테 복수를 하게 되는 거죠. 사실 누구도 바탕은 나쁜 사람이 아닌데.
대훈: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원인을 생각해 보자는 거야. 그리고 이번 대선 때 행동을 하자는 거지. 이 비극의 원인을 알아챈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대선에서 ‘실천’을 해야 하는 거야.
대선직전에 예전 청계천, 그리고 돈과 복수에 얽힌 어머니, 아들을 그린 영화를 만들었는데, 김기덕이 말하고 싶은 건 이런 게 아닐까 싶어.
민정: 잘 만든 것 같아요. 아까 기자들도 프레스상영 끝나고 박수 오래 쳤고.
다민: 상 하나 탈 것 같지 않아요?
대훈: 그건 두고 봐야지. 근데 반응이 좋긴 한 것 같아. 지금까지 본 것중에 거의 1, 2위였어.
민정: 이거 사람들이 많이 보고, 이 메시지를 딱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번 대선 제발 잘 돼야 하는데. 영 마음이 안 놓여서 말이죠.
대훈: 이 영화가 얼마나 파장이 클지는 잘 모르겠지만, 김기덕 참 재밌어.
다민: 조민수 연기 잘 한 거 같아요. 여우주연상 받을 듯.
민정: 헉, 가요. 배시간 놓치겠어요.
기자들은 이렇게 좌담을 마치고 황급히 수상버스를 타러 떠났다. 베니스현지에서 피에타는 공식상영때도 큰 호응을 받았으며, 황금사자상과 여우주연상이 언급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베니스영화제특별취재단(윤대훈, 김민정, 김다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