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 한국외국어대 글로벌캠퍼스 명수당 앞에 친일행적이 있는 설립자 동상이 설치됐다. 

한국외대는 개교6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서울캠퍼스에 동상을 제막하려 했으나 동문과 학생들의 반발로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이에 학교측이 글로벌캠퍼스에 동상을 설치하려 하자 이번에는 글로벌캠퍼스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1일 학교측은 새벽에 학생들 몰래 동상설치를 강행했다.

학생들은 설립자의 친일파 행적을 문제삼았다. 1954년 한국외대를 설립한 김흥배박사는 군복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일제 전쟁지원 단체인 경성부총력연맹 이사를 역임했다. 

재단측은 <번 돈을 다른 곳에 쓴 것이 아니라 학교에 모두 투자했다>며 설립자의 친일 행위보다 학교설립에 의의를 뒀다. 그러나 총학생회측은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설치 반대를 요구해왔는데 설치를 강행한 학교법인을 만나 동상 철거를 정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친일행적이 분명한 설립자의 동상이 학교에 설치되어 속앓이를 하는 것은 한국외대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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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지난 2013년 서울의 중앙여중고에는 추계예술대와 중앙여중고를 운영하는 사학법인인 추계학원의 설립자 황신덕의 흉상이 세워졌다. 황신덕은 일제강점기 제자들을 정신대에 보내고, 조선 청년들에게 학도병으로 일제군에 지원하라고 독려하고, 국방헌금, 조선임전보국단 등 친일단체의 간부를 맡았다. 

영훈고, 영훈초를 운영하는 영훈학원의 설립자 김영훈의 흉상도 영훈고에 있다. 영훈초에는 김영훈부부의 전신상도 있다. 김영훈은 일제강점기 예산과 당진군수 등을 역임했다.

고려대 설립자 김성수는 고려대 본관, 중앙고 입구, 서울대공원, <동아일보> 사옥, 인촌기념관 등 8곳에 달하는 장소에 동상이 있다. 김성수는 일제의 전쟁 동원을 정당화한 친일단체 국민총력조선연맹의 이사였다. 

휘문고에도 민영휘의 동상이 있다. 민영휘는 조선의 강제합병에 기여한 공로로 귀족 작위를 받았다. 

상명대에도 설립자 배상명의 전신상이 있다. 배상명은 친일단체 조선임전보국단의 간부로 전시동원을 정당화하고 학병모집 등의 친일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연세대총장을 역임한 백낙준은 친일단체 간부로 학병을 독려 했으며, 그 또한 동상이 연세대에 있다.

이화여대에는 김활란의 동상이 있다. 김활란은 이화여대 초대총장으로, <징병제와 반도 여성의 각오>라는 징병독려 글을 썼으며, 조선임전보국회와 애국금차회 등의 간부를 맡았다. 

경북대에는 박정희의 동상이 있다. 박정희는 일본에 충성혈서를 썼으며, 창씨개명, 만주군 보병 중위를 역임하는 친일행위를 했다.

이외에도 인덕대설립자 박인덕, 서울여대설립자 고황경, 성신여대설립자 이숙종, 단국대 홍난파, 숭실대 안익태, 서울대 현제명 등 친일행적을 한 인물들의 동상이 각대학에 설치돼 있다.

다음은 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측이 밝힌 김흥배설립자 동상설립관련 진행상황이다.

<김흥배 설립자 동상 설립 관련 진행 상황>


3월 14일: 서울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는 홈페이지와 초청장을 통해 개교 60주년 기념식과 설립자 동상 제막식의 진행여부 파악


4월 7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학생처장과 면담 진행


4월 10일: 서울캠퍼스 비상중앙운영위원회 소집, ‘김흥배 박사 동상 제막식 반대 성명서 채택’ 안건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상정


4월 17일: 서울캠퍼스 제48대 총학생회는 총장으로부터 동상 건립 무기한 연장과 추후 학생대표자와 동상 건립에 대하여 협의할 것을 약속


5월 10일: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동상 건립과 관련하여 이사회 및 총동문회와 면담을 진행하였지만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종료


5월29일: 서울캠퍼스 중앙운영위원회는 동상 건립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여 동상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 외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공청회를 진행할 것을 총동문회에 제안했지만 회신 불응


5월 30일: 학교 측으로부터 동상이 글로벌 캠퍼스 백년관(신본관) 준공식 때 설치 될 예정이라는 소식 통보. 글로벌 캠퍼스 비상대책위원회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즉각적으로 학교에 반대의사를 전달


6월 20일: 글로벌캠퍼스 확대운영위원회는 학생복지처장과 간담회를 열었으나 입장을 좁히지 못함


7월 17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설립자 동상 설치 관련 긴급 성명서 발표


7월 23일: 글로벌 캠퍼스 <김흥배 설립자 동상 설치 반대 서명>운동 진행


7월 29일: 동상 설치 예정 부지 발견


7월 30일: 동상 부지의 진위 여부와 확인을 위해 학생복지처장과 면담


7월 31일: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 간 합동중앙운영위원회 진행


8월 1일: 오전 7시 30분 경, 김흥배 설립자 동상 설립 강행 완료 및 CCTV 설치 작업 


최나라니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