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S접대, CNK주가조작, 민간인사찰, 파이시티까지
이명박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정권실세로 ‘왕차관’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박영준전차관의 굵직한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9월 SLS그룹 이국철회장은 박영준전차관에게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회장은 박전차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직을 수행하던 시절 총리실에서 ‘박차장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니 접대하라’는 연락이 왔으며 이에 일본현지법인장 권모씨에게 지시해 술과 식사 등 400~500만원어치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박전차관은 당시 권씨와 저녁을 함께한 사실은 있지만 식대는 자신의 지인이 지불했다며 관련 영수증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씨는 검찰조사에서 실제로 박전차관을 접대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박전차관은 12월 검찰에 소환됐지만 무혐의로 처리됐다.
박전차관은 CNK주가조작사건에도 깊게 연루돼있다. CNK가 카메룬 다이아몬드광산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이에 CNK주가가 몇배로 치솟았지만 사실상 카메룬광산은 경제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허나 박전차관 등 고위외교관의 가족과 친척이 보도자료 배포전에 주식을 매입했다 주가가 폭등하자 주식을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총선시기 민간인사찰파문이 일었을 때에도 그의 이름은 빠지지 않았다. 박전차관은 이명박정부에서 청와대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국무차장, 지식경제부차관으로 승승장구하며 ‘왕차관’으로 불려온 만큼 민간인사찰사건에서도 배후의 ‘몸통’으로 지목된 바 있다.
박전차관은 최근 논란에 휩싸인 파이시티비리에까지 가담했다. 28일 한겨레에 따르면 그는 서울시에서 정무국장직을 수행하던 시절 파이시티사업을 앞당기려고 서울시 공무원에게 압력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 전직고위간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교통담당부서에서 일하던 2005년 박영준정무국장이 찾아와, ‘파이시티사업 관련 부서의견을 아직 내지 않았던데, 빨리 정리해 의견을 내달라’고 했다”며 “당시 박국장이‘인허가를 해주는 데 긍정적인 답변을 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또 이정배전파이시티대표는 브로커 이동율씨를 통해 박전차관에게 한번에 2000~3000만원씩 3~4회에 걸쳐 돈을 전달했다며 박전차관은 인허가관련 공무원들에게 다리를 놔주는 역할이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박전차관이 또다른 사업청탁을 대가로 10여차례 돈을 받은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박전차관의 돈세탁창구로 지목된 제이엔테크 이동조회장의 계좌 등에 모두 9명이 뭉칫돈을 입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입금자들을 불러 조사한 결과 문제의 돈은 부동산건설 등 각종 사업의 편의를 봐 달라는 청탁과 함께 전달된 것으로 밝혀졌다.
“박영준 비리 못 잡으면 검찰이 허수아비라는 뜻”
박영준게이트는 이명박정권 도덕성의 완전파괴
검찰은 최근 박전차관을 구속하고 여러 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왕차관’의 구속은 이명박정권이 주장하던 일말의 ‘도덕성’까지 완전히 파괴됨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많다.
‘방통대군’최시중에 이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굵직한 비리사건들에 가담해온 박전차관의 구속, 그리고 역시 검찰조사를 받고 있는 이상득 등 이명박정권의 실세들이 하나같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흐름이 진정한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명박대통령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