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을 말하다’
29일 제5회 대학마르크스주의포럼의 부분행사로 충남대 인문대학에서 노동자연대학생그룹 충청모임이 주최로 지금의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자들의 송전탑농성을 비롯한 지난 10년간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투쟁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지가 확장되고 있다
허수영활동가는 “현재 송전탑에 올라간 지 43일차”임을 알리며 “울산에서 송전탑농성에 대한 지지가 점점 확장대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시민들의 56%가 농성을 지지했고 61%가 정규직전환을 지지하고 있으며 활동가가 한달동안 모금활동을 한 결과 걷힌 금액이 480만원”이라며 “지금 ‘대단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현대차투쟁이 지지를 받는 이유로 “노동자들이 10년동안 끈질긴 투쟁이 빛을 보는 것”, “국민들의 재벌에 대한 개혁의지”를 꼽았다. 허수영활동가는 투쟁의 주요한 요구중 하나가 ‘정몽구구속’이라며 재벌개혁에 동의하는 국민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작년 한진중공업의 김진숙지도의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것, 쌍용차사태에 대한 전국적인지지 등을 예로 들며 “현재의 노동자투쟁의 전진하는 분위기”를 꼽았다.
사내하청? 불법파견?
원래 사내하청이란 원사업주(원청업자)로부터 업무를 도급받은 수급사업주가 원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하청업자에게 고용된 노동자들은 사업주의 작업장에서 일하되 수급사업주, 자신을 고용한 하청업자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이에 비해 파견은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파견근로자)를 다른 업체(사용사업주)에 파견, 사용사업주의 지시·감독을 받아 일하도록 하는 근로제도다. 파견과 하청의 차이는 노동자가 누구의 감시·감독을 받는지에 따라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허수영활동가는 1997년 제정된 파견법에 따르면 제조업은 파견이 불가능해졌고 하청과 도급만 가능하지만 사실상 하청과 도급이 불법파견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대차가 하청노동자들을 감시·감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옷은 똑같은데 가슴팍에 쓰인 회사이름만 다른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있다”면서 “2004년 노동정이 현대차사내하청업체 9234개의 공정에 불법파견판정을 내렸지만 아직도 사측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 송전탑에 올라가있는 최병승노동자도 이미 대법원서 정규직으로 전환해 재고용하라고 했지만 사측에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장된 연대, 놀라운 변화
그는 “투쟁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분위기때문에 사측에서 조금씩 불법파견을 시인하고 있다”면서 “7년만의 굉장한 변화”라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똘똘뭉쳐 노동자를 억압하던 정부, 사측의 입장이 서로 달라지고 있다”면서 “이채필고용노동부장관은 사측을 향해 대법원판결이행을 촉구하며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놀라운 변화”라고 언급했다.
또 법원에서 송전탑에 올라간 노동자들의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의 2차례나 기각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는 “농성과 투쟁에 대한 지지의 반영”이라고 분석했다.
비정규직노동자 3000명 정규직전환의 함의
“그러나 사측이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라면서 “이번에도 비정규직노동자중 3000명만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제의를 했었고 이는 일부만 정규직전환하고 나머지는 신규채용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허수영활동가는 “이런 제안은 3가지 의미를 지닌다”며 “첫째로 시간끌기다.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다는 것은 불법파견인 작업장이 있고 아닌 곳이 있다는 의미다. ‘불법파견공정추출’과정이 필요하게 되고 이를 가려내기 위한 시간이 필요된다”고 분석했다.
“두번째로 정규직노조가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사측의 판단에 정당성이 부여돼 이로 인한 비정규직노조와 정규직노조의 갈등이 유발되고 마지막으로 현장이 술렁거리게 된다. 연대가 끊어지고 결국 노동자들의 분열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연 비현실적일까?
허수영활동가는 노조는 이런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으며 올해 4월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는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것을 골자로 하는 ‘원하청공동요구안’에 합의하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요구안은 다른 작업장에게도 의미가 있다”면서 현대의 계열사중 하나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사내사청비율이 70%에 이른다는 것을 밝히며 현대차의 투쟁이 승리로 끝날 경우 다른 사업장에 미칠 반향이 클 것임을 예상했다.
또 “비정규직노동자 전부를 정규직화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이 아닌가란 지적도 있지만 이는 옳지 않다”며 “현대차노동자의 정규직전환비용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의 9.6%만 투자하면 된다”며 비현실적이란 인식은 결국 ‘고용유연화’임을 짚어냈다.
노동자는 1회용깡통이 아니다
“비현실적이란 지적은 결국 고용유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러나 고용유연화는 결국 노동자를 쉽게 고용하고 해고하겠다는 것, 결국 노동자를 ‘일회용깡통’ 취급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모두를 정규직화하면 정규직노동자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고용유연화는 결국 정규직노동자에게도 영향이 미친다”며 “비정규직노동자를 해고하고 나면 정규직노동자의 차례다. 이건 이미 증명된 수순”임을 알리며 결국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가 중요함을 역설했다.
또 “다른 시각에서 결국 이러한 요구안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은 정규직노동자들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일견 타당해 보일수 있지만 이는 올바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규직노조가 커지면서 노조안에서 사측과의 협상만 전담하는 간부가 생기고 이런 간부들이 보수적 성향을 띠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규직노조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라면서 “이러한 의견은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해서 정규직노동자들이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데 이는 사측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며 “결국 고용유연화로 이득을 보는 것은 자본가뿐”이라고 비판했다.
2시간의 가능성
허수영활동가는 강연이 있던 29일 낮에 있던 경고파업을 언급하며 “이번 투쟁이 가능했던 이유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확고한 결심, 그리고 정규직노동자들의 연대가 함께 했기 때문”이라며 울산에 있는 현대자동차 1-5공장이 파업에 참가했으며 1공장의 경우 정규직노동자들의 대체인력투입을 막아내 2시간동안 라인을 멈췄던 일화를 소개했다.
덧붙여 “송전탑에서의 농성과 작업장의 파업의 연계와 지속에는 연대가 중요하다. 함께 연대해야 한다”면서 “최근 투쟁들이 소강상태를 보이는데 이번 경고파업은 그 소강상태를 뚷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학생들에게도 작은 일에라도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
강연이 끝난 이후 학생들과 강연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은 하청, 도급과 파견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묻기도 하고 지금의 현대차의 상황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이에 허수영활동가는 “파견법이 8월2일 개정되어 전에는 불법파견노동자가 2년을 채워야 정규직전환이 가능했던데 비해 개정이후에는 불법파견으로 판결난 작업장에서 하루라도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생겼다”면서 “현대자동차는 6월에 ‘단기직영계약직’을 만들어 법망을 피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직영계약직은 말그대로 현대차에서 직접 고용하기 때문에 파견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또한 단기계약직이므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어서 “6개월, 1년의 단기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이 46세인데 비해 이들은 20대초 여러분과 비슷한 연령의 노동자들”임을 밝히며 “현재 1600명정도인데 노조도 없다보니 사측이 정말 쉴 틈도 없이 ‘부려먹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고용유연화는 신자유주의체제하에서의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고 문재인대선후보의 비정규직노동자의 50%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포퓰리즘정책이 아닌가"란 한 학생의 의견에 다른 학생들도 활발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허수영활동가는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히며 "IMF이후 고용유연화정책이 확산돼 왔지만 이에 대한 만만치 않은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면서 “지금은 신자유주의가 대세가 아니고 이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과 비정규직
대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는데 허수영활동가는 “박근혜대선후보는 2008년도 사내하청도급법을 발의한 바 있는데 이 법의 내용은 불법파견을 법제화해 이를 인정하자는 것”이었다며 대선공약에 비정규직을 해결하겠다고 하는 모습에는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또 "민주당역시 2007년도 비정규직법을 발의해 오히려 비정규직을 확대하는 구실을 마련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허수영활동가는 “내년에는 경제위기 때문에 결국 모든 화살이 노동자에게 향해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지금의 투쟁은 내년을 예비하는 투쟁이 될 것”이라 분석했다.
“정규직 전면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요구자체가 불가능하지 않고 이를 실현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투쟁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송전탑, 파업, 이에 대한 지지연대가 함께 가야 한다. 이에 대해 노동자의 입장, 사측의 입장, 정부의 입장, 지지하는 입장, 반대하는 입장 등 어떤 시각으로 접근할지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한 작업장의 투쟁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이는 체제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라고 전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민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