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등록금의 나라』 등록금넷, 참여연대 기획 /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집필, 개마고원, 2011
지난 2011년 ‘반값등록금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라고 자신 있게 외치며 ‘미친 등록금의 나라’란 어마어마한 제목을 가지고 나온 책이 있다. 제목만 ‘딱’봐도 무슨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은지 알만하지 않은가. 당시 4년제대학 평균등록금이 국공립 443만원, 사립 768만원에 육박했으니 정말 저자가 '미친 등록금의 나라'라고 할만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등록금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다. 이야기는 대학등록금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된다. ‘대학등록금’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당사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통해 우리는 이 문제가 단순히 돈에 관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대학이 설립되고 성장해 오는 과정에서의 형이상학적 모순을 통해 본래 대학의 설립 취지와 현재 ‘대학’이라 불리는 곳에 ‘운영목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교육에 필요한 비용의 대부분을 학부모와 학생에게 떠넘기는 ‘수익자부담원칙’에 대한 비판과 함께 우리 사회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교육에 대해 말한다. 국민들의 ‘누구나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는 바닥에 나뒹굴고 사립대학에 모든 책임을 떠넘겨놓고는 나 몰라라 하는 정부의 태도부터가 문제라는 것이다.
또, 고등교육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법인으로써 누릴 수 있는 특혜는 다 누리면서도 정작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마땅히 이행해야 할 책임은 무시한 채 갖은 꼼수를 써가며 이를 회피하려는 재단의 모습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파헤친다.
여기서는 등록금 인상 요인을 두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교육에 대한 공공성에 책임이며 다음은 아이러니하게도 87년 민주화항쟁이후 제기됐던 ‘대학등록금자율화’다. 민주화항쟁의 성과로써 대학등록금은 대학에 자율화에 맡겨졌으며 이로 인해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 역할을 하는 것이 지금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불리는 대교협이다. 지난 2010년 당시 고려대 총장이자 대교협 회장이었던 이기수는 “교육의 질에 비해 한국대학 등록금 싼 편”이라는 말도 안되는 발언으로 많은 학생들을 분노하게 했다. 이런 대교협이 대학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나누지도 않고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서로의 눈치를 보는 자리로 전락하게 된 것은 이미 말할 것도 없다.
더불어 모든 사립대가 등록금을 인상해야만 하는 이유로 끊임없이 주장하는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는 명제에 대해서도 깔끔하게 반박한다. 대학들의 잘못된 예산편성, 부정축재, 과도한 예산낭비에 대해서도 콕콕 집어내면서 마지막에는 등록금 인하를 위한 제언까지 거침없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은 다음과 같다.
① 전국 대학의 87%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을 정부의 교육 지원을 더욱 강화된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만드는 것
② 저 등록금 정책을 통해 교육받을 권리를 확대하는 것
③ ‘무상교육’에 대한 국민적 인식 바로잡고 국민들 스스로 실천을 통해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것
④ ‘부자감세’철회와 4대강예산을 비롯한 토건개발 사업에 쏟아 붓고 있는 사회간접자본 등 낭비가 있는 예산을 감축하고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세원을 발굴하는 것
이렇게 책은 당면한 등록금문제에 대한 분석과 해결방안까지 제시해주면서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에게 등록금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로하고 객관적이고 옳은 시야를 가지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을 말한다.
여기서 인상 깊은 부분은 등록금에 대한 객관적 분석 뿐 아니라 대학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매우 쉽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등록금 인하, 교육의 질 그리고 사회적 논란이 있었던 기부금입학에 대한 인식까지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 된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단순히 ‘등록금은 비싸다’라는 명제로 각인돼있던 등록금 문제가 책을 통해 조금더 심화된 형태로 머리 속에 들어와 우리 사회에서 ‘등록금이 비싸다는 것이 왜 문제인지,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준다.
2011년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그동안 쌓여온 그야말로 ‘미친 등록금’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울분이 폭발하듯이 실제로 새해가 시작함과 동시에 대학생들과 시민들의 활발한 ‘반값등록금’ 투쟁이 진행됐다. 대중들 역시 문제에 대해 함께 공감하며 이는 사회전체의 문제로써 바르게 인식됐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연행되었으며 엄청난 벌금 폭탄을 맞았으나 이 과정들을 통해 그간 등록금 문제에 무관심했던 정치권에서 드디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민들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집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반값등록금을 문제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심지어 지방선거, 총선, 대선 할 것 없이 공약으로 들고 나오기까지 했으니 반값등록금이 당장이라도 시행될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정부는 대대적인 대학감사를 진행했으며 정부차원의 국가장학금이라는 제도도 만들었다. 그동안 등록금협상에서 등록금인하는 절대 불가능 하다고 이야기 했던 많은 대학들도 하나둘 눈치를 봐가면서 등록금인하를 선언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을 실천적으로 시행해 2012년 많은 대학생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는 그간 대학생들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얻은 결과로써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서울시립대의 학생들은 실제로 학자금대출을 받는 학생들이 줄었으며, 반값등록금 시행을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실천 의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과 함께 2012년 당시 총선과 대선에서 ‘반값등록금’ 공약은 없어서는 안되는 핵심공약중 하나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출간되고 어느 덧 2년이 지난 지금.
인상만 하던 등록금이 인상을 멈추고 동결 혹은 1~2%의 생색내기 인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액등록금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11년 ‘미친 등록금의 나라’에서의 해방을 위해 두려울 것 없이 싸웠던 대학생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제자리인 것처럼 보인다. 대학설립후 지금까지 내려가지 않았던 등록금이 상승곡선을 멈추고 ‘최초의 등록금 인하’라는 타이틀을 이제 막 손에 쥐었을 뿐인데 말이다.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