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적인 개혁안에 맞선 집회 이어져

 

칠레대학생들이 지난 5월16일 교육제도개선을 위한 대규모투쟁에 나섰다.

 

AFP 등의 보도에 의하면 학생들과 학부모, 교수들이 오전11시경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플라자 이탈리아광장에 결집했다. 집회참가자들은 독재대통령 아우구스토 피노체트(Augusto Pinochet)가 남긴 제도에 맞섰다. 1974년부터 1990년까지 역임한 피노체트는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공공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재정지원을 반이상 삭감했다.

 

참가자들은 또 현직대통령이며 보수파인 세바스티안 피녜라(Sebastián Piñera)정권에 무상교육과 질적이며 보편적인 공공교육 제공을 요구했다. 칠레학생들의 집회는 1년이상 진행됐으며 지난해에도 40회이상의 대규모집회가 열렸으며 올해 3월15일에는 산티아고 집회에서 최소 50명이 체포됐다.

 

경찰은 참가자를 2만여명으로 추산했지만 학생연합에 따르면 10만여명의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이날 경찰은 집회참가자들을 향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발사했으며 70여명을 체포했다. 칠레학생연합(The Chilean Student Federation, FECh)대변인 가브리엘 보릭(Gabriel Boric)은 "교육제도가 가장 빈곤한 계층을 소외시키고 차별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염원은 "피노체트독재의 유물인 이 모든 것을 한번에 청산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올해 대통령이 교육부문에 더많은 재정지원을 투여하는 개혁을 승인했으며 현재 6%에 달하는 학생대출이자율을 2%까지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완전한 무상교육은 ‘불공정’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학생연합대변인 보릭은 "이런 개혁은 학생들의 투쟁을 가라앉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보릭은 "우리는 현존제도를 조절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뿌리깊은 것까지 바꾸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운동지도자이며 학생연합부대표인 카밀라 발레호(Camila Vallejo)는 교육문제에 관한 대통령연설에서 모순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민중들에게 진보적인 정책과 그렇지않은 정책들을 함께 진행할 것이며 보다 정당한 수입분배를 약속했지만 대통령의 이같은 개혁제안은 완전히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P뉴스 인용보도에 따르면 집회참가자 크리스토발 스테펜(Cristobal Steffens)은 수의사이지만 학생대출의 이자율이 치솟는 탓에 담보로 맡겼던 가족의 집을 잃었다. "우리 가족들은 나에게 최고로 잘해주려 했고 내가 전문직종사자가되길 원했으며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상 이 대출은 우리 삶을 앗아갔다"며 "칠레교육제도는 기만적이다. 우리는 매일같이 악몽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1년넘게 이어지는 집회에도 불구하고 칠레교육개혁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공립학교와 교사들의 질이 담보되지 않고 사립대학등록금은 비싸며 은행들이 학생대출로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

 

학생대출부채가 1조달러로 추산되는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중산층가정들이 대학등록금을 지불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중에서도 OECD조사에 따르면 칠레의 고등교육부담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스칸디나비아국가 가정에서는 교육비지불시 소득에서 5%이하를 지불하는 반면 미국가정은 40%, 칠레에서는 75%이상을 지불한다.

 

라틴아메리카통신사 프렌자 라티나(Prensa Latina)에 따르면 칠레학생연합은 5월24일 학생들의 요구에 정부가 반응하지 않는데 대해 다음달부터 다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카톨릭대학생연합(the Federation of Catholic University Students)대표 노암 티틀만(Noam Titelman)은 젊은이들은 정부가 공공교육을 강화하고 이윤추구를 끝내는 것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규탄했다.

 

1년이상 이어진 요구에 기만적인 개혁안으로 응대하는 정부에 칠레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정부가 철저한 교육개혁안을 내놓지 않는 이상 학생들의 외침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