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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특별취재단] 원하지 않았는데 유명해진’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슈퍼스타(Sup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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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개막3일째에 본 첫영화였다. 30일 오전1130, Palazzo del casino 1층에 있는 Sala perla에서 상영했다. 상영관 크기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상영관중 조금 큰 정도였고, 나는 중간줄 가운데에 앉았다.


경쟁작이라 별 생각 없이 ‘당연히 봐야지’ 하고 들어갔는데, 첫대사가 나오자마자 프랑스영화란 걸 알고 바짝 긴장했다. 내 머릿속의 프랑스영화가 참 난해한 이미지라서 그랬다. 문제는 프랑스영화에 자막이 이탈리아어와 영어였다는 거다.


물론 국제영화제니까 우리말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적어도 영어자막이 영상에는 입혀져 있을 줄 알았다. 영상에는 이탈리아어 자막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고, 영어자막은 아래쪽에 별도로 마련된 긴 박스에 트는 방식이었다. 가뜩이나 영어 이해하는 속도가 느린 나는 자막 보느라 영상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다. 다행히 어려운 대사는 안 나왔지만.


주인공은 막땅 칸진스키(캐드 메라드)라는 평범한 중년 남자다. 그는 조금 뚱뚱한 체형에 머리가 벗겨졌고 결혼을 하지 못했으며 아이도 없다. 컴퓨터부품을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공장에서 일하는데, 공장동료들이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이다.


영화의 첫장면은 막땅이 TV쇼에 출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가 왜 TV쇼에 출연하게 됐냐면, 유명하니까. 게다가 그냥 유명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유 없이’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매일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평범한 남자 막땅은 어느 날 늘 하던 대로 지하철의자에 그냥 앉아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갑자기 지하철안의 모든 사람들이 술렁술렁거리더니, 막땅을 알아보면서 사인을 해달라는 둥 사진을 같이 찍자는 둥 유명인 취급을 한다.


막땅은 “당신들이 뭔가 잘못 알고 있다”, “왜 이러냐”며 잔뜩 당황해서는 지하철을 빠져나가지만, 이런 일은 이후 쭉 지속된다. 마트를 가도 길거리를 걸어도 사람들이 모두 알아보고 이름을 외친다. 영화에 나온 것도 아니고 무슨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아무 이유 없이 거짓말처럼 모든 사람이 그를 알게 된 것이다.


온갖 신문사와 방송국, 쫓아다니는 사람들과 파파라치에 시달리다 못해 막땅은 어느 변호사를 통해 TV쇼의 스탭 플뢰흐(세실 드 프헝스)와 만나게 된다. TV쇼에 출연하게 된 막땅은 왜 이런 일이 내게 벌어졌는지 알고 싶다고 호소하지만 별로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한다. 그리고 그가 얻은 유명세는 오래 가지 않아 사라진다.


영화를 보고 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은 두가지 단어인데, 하나는 ‘왜’이고 다른 하나는 ‘명성’이다. 막땅은 대체 사람들이 왜 자기 사진을 찍고 쫓아다니고 사인을 해달라고 하는지, 도대체 이유가 뭔지 전혀 모른다.


그래서 연신 왜, 왜를 외치지만 대답해주는 사람도 답을 아는 사람도 없다. 그냥 막땅이 하는 말마다 따라하고 하는 행동을 이슈로 만들 뿐이다. 사람들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귀 기울이지 않고 ‘나와 같다’, ‘이해한다’며 막땅을 자신들의 대변인처럼 생각한다.


사람들 사이에는 막땅이 외치는 “왜(Pourqoui)?”가 유행처럼 번진다. 막땅은 그냥 전처럼 공장에서 일하고 싶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싶고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 모든 게 파괴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막땅은 갑자기 이유 없이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고 잊혀진다. 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 영화가 ‘명성’을 다루고 있는 건지 사실 확신은 없지만, 아주 보편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는 그런 것 같다. ‘유명해지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유명해진 사람’, 그게 막땅이 출연한 TV쇼에서 그에게 붙인 수식어였다. 원하지 않았는데 유명해져서 평범한 삶이 모두 없어졌고, 막땅이 갖는 의문을 거의 모든 사람들은 신경쓰지도 않았다.


이해하려고 노력이라도 하는 사람은 거의 플뢰흐뿐이었다. 사실 플뢰흐와의 러브라인이 좀 어색하고 쌩뚱맞게 표현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결국 막땅은 이전의 삶에서 튕겨져 나와 버렸다. 거기에 본인이 만족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이전의 삶을 막땅이 싫어한 것도 아니다.


갑자기 유명해졌다가 대중에게 미움을 받고 잊혀졌는데 그 모든 것에 아무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막땅의 의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막땅은 끊임없이 ‘왜?’를 외치면서 그것과 맞서다가, 결국에는 그냥 ‘새로운 평범한 삶’으로 돌아온다.


내가 영화를 보면서 계속 답답했던 건, 막땅에게 문제가 생겼고 그걸 해결하려고 TV에도 두번씩이나 출연하면서 이것저것 해봤는데 뭔가 제대로 된 결말도 없이 굉장히 미적지근하게 끝나버렸다는 거다. 그리고 ‘이건 뭐지?’ 싶은 러브라인!


플뢰흐는 원래 TV쇼의 PD와 불륜관계였는데 막땅을 만나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PD랑 깨진다. 그렇다고 막땅이랑 본격적으로 사랑에 빠지고 그런 건 아니다. 물론 가능성이 열려있긴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유명해진다는 플롯이 어느 정도는 신선하고, 가끔 어떤 장면에서는 공감도 가는 영화였지만 마지막에 다 보고 나오면서는 기분이 참 애매해졌다. 뭔가 더 숨겨진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내 눈으로 보이는 건 그게 다였다.


갑자기 명성을 얻은 사람과 본인 의사를 상관하지 않고 좋아했다 싫어했다 하는 대중, 명성을 얻은 사람에게 다가오는 유혹과 시련 뭐 이런 거. 나중에는 잊혀지고 다른 차원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 막땅이 내게는 그렇게 인상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프레스 컨퍼런스 때 실제 인물을 보고 나니 그 어리둥절한 표정이 줬던 둔한 이미지가 좀 날아가긴 했지만, 주인공 성격 자체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여주인공 역시, 성격도 역할도 분량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히 너무 우울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은 영화여서 베니스영화제 첫영화로는 나쁘지 않다 싶었다. 사실 기괴한 영화들만 나올까봐 좀 겁먹고 있었기 때문에. 슈퍼스타가 의미하는 게 뭔지, 결국 막땅은 어떻게 된 건지는 좀 더 곱씹어봐야겠다.


김민정통신원(베니스영화제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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