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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독서뿐』 정민 지음

 

삶을 살다보면 딱히 큰일을 겪지 않아도 갑자기 지치고 힘든 순간이 온다.

 

사람마다 이유가 제각각 이겠지만 공통적으로 발산과 수렴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이 바로 지치는 순간인 듯하다.

나 또한 얼마 전 이런 이유로 지치는 순간이 왔다.

 

내 안에 있는 정신적 양식을 다 끄집어내어 일을 한 후 한계에 다다른 순간.

 

이럴때 계속 일을 하면 실수가 따르기 마련인데 다행히 일이 일단락 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휴식을 취할 틈이 생겼다.

 

이때 또 잘 쉬어야 발산과 수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법, 그래서 이 시기에 나는 보통 옛사람이 남긴 글을 찾아 읽는다.

 

내가 휴식시간에 고전을 읽은 이유는 옛사람이 남긴 삶의 총화중 일부분을 읽고 있으면 나의 고민이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일이 성과나 한계에 부딪쳐 휴식을 취할 때 자만과 낙담 사이에서 내 자신을 세우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특히 이번에 읽은 ‘오직 독서뿐’은 선조들이 남긴 독서와 책에 대한 글귀를 모으고 그것에 대해 정민교수가 해설을 붙인 책이다.

 

‘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이 남긴 핵심 독서전략’이라는 부제 탓에 자기개발서의 냄새가 나긴 하지만 읽다보면 깊이 있는 지식과 그 지식을 기반으로 한 실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요즘 개인적으로 학습의 부재를 느끼는 상황에서 ‘독서’를 ‘학습’으로 바꿔 읽으며 내 자신을 북돋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신영복 선생은 ‘강의’에서 학습(學習)의 개념을 배움과 실천의 개념으로 이야기한다. 특히 습(習)은 그 글자모양이 부리가 하얀 어린 새가 날갯짓을 하는 모양으로 실천의 의미로 읽어야 한다고 해설했다.(강의 144p) 이런 의미에서 독서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실천을 통해 타인과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방도라고 볼 수 있다.

 

‘오직 독서뿐’에서는 주로 독서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종이를 벗어나 몸으로 깨달아라(양응수)’, ‘배운다는 것은 앎과 행함을 합친 이름이다(안정복)’, ‘독서란 장차 이치를 밝혀서 일에다 펼치려는 것이다(홍대용)’ 등등 조선 중, 후기 개혁적 지식인의 글귀를 중심으로 모아 놓아서인지 학습과 실천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여담으로 지인중 오전에 아침을 거르고 공부하는 것의 효율성에 대해 항상 강조하시는 분이 계신다. 그런데 이와 같은 말을 한 ‘이덕무’의 글을 읽으며 웃음이 나왔다.

 

이덕무는 ‘이목구심서’에서 ‘음식의 기운이 청명한 기운을 막는다’며 빈속공부를 강조했다.

 

내가 아는 그 분 또한 평생 학습과 실천으로 단련된 분인데 이덕무 또한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고 칭할 정도로 학습에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니 오전에 빈속공부가 확실히 효율성이 높은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독서의 중요성과 방법, 그리고 학습과 실천을 강조한 선조들의 글과 해설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모든 것이 책이다(홍길주)’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책’이기 때문에 그 어디에서나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으며 무릎을 탁 쳤다.

 

예전에 독서를 하며 느낀 건 ‘사람은 한권의 책이고 한권의 책은 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사람을 대할 때 책을 읽듯 배움을 구하고 책을 읽을때 사람을 대하듯 귀하게 여기면 어디에서나 배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을 상기시켜 준 ‘모든 것이 책이다’라는 글귀는 이 책을 마무리하는 언어로서 손색이 없는 멋진 말이다.

 

마지막으로 사실 정민교수가 쓴 책 중에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삶을 바꾼 만남’이었다.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을 중심내용으로 서술한 이 책은 스승과 제자와의 만남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약용의 방대한 저작물은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가능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약 일년전에 읽어서 서평을 쓰는데 무리가 있어 소개하진 못했지만 언제 기회가 된다면 ‘뜻 맞는 이’를 만날 때의 감동과 집단지성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길 바란다.

 

양고은(시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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