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등 990만 노동절에도 못 쉬어
5월1일은 노동절, 영어로는 메이데이(May Day)다. 1886년 5월1일 미국노동자들의 총파업이 노동절의 시초다.그들은 노동력착취에 대항해 8시간노동을 보장받기 위해 대대적으로 싸웠다. 1889년 제2인터내셔널은 이를 기념하여 5월1일을 노동절로 정했고, 1890년 처음으로 메이데이대회가 개최된 이후 전세계로 확산돼 올해로122주년을 맞았다.
남코리아에서는 노동절이 아닌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른다. 1958년이후 대한노총창립일인 3월10일을 노동절로 정하고 1963년에는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노동절의 의미가 왜곡되고 이름마저 바뀐 것에 대하여 노동단체들은 5월1일 노동절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계속했고 그 결과로 1994년부터 날짜가 5월1일로 바뀌었다. 다만 이름은 아직 그대로다.
노동절은 ‘빨간날’은 아니지만 법적 휴일이다.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각국의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인만큼 근로기준법에 의해 정해진 유급휴일이다. 부득이하게 출근할 경우에는 휴일수당 등이 보장된다.
하지만 노동절에도 별다를 것 없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비정규직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를 합쳐990만에 육박하는 노동자들이 휴무 없는 노동절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득이한 출근’도 아니고, 휴일수당은 그저 남의 얘기다.
외국계기업이나 대기업에 다니는 정규직노동자들은 노동절을 맞아 최대5일까지 쉬는 경우도 있는 반면 비정규직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절에도 일해야 한다. 노동절에 유급휴무를 하려면 회사와 따로 협약을 맺어야 하는 관계로, 노조가 없는 곳은 노동절휴무가 어렵다. 우리나라 비정규직노조의 조직률은 2.8%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상 거의 모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노동절휴무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택배, 학습지교사, 화물차운전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구조상 자영업자처럼 돼있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에 갇힌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노동절뿐만 아니라 다른 공휴일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노동자‧알바생 등 힘겨운 ‘노동절 노동’
서러운 파업노동자와 해직노동자들
인천의 한 플라스틱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 살레모(36, 가명)씨는 오늘도 꼬박 10시간을 일해야 한다.오늘이 노동절인 걸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알긴 하지만 별 의미는 없다고 답했다. “노동절에 안 쉬는데 따로 돈을 더 주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 걸 바라면 당장 짐 싸야 하지 않나.”
지난 29일 이주노동자들은 서울 보신각앞에서 노동절집회를 열었다. 노동절집회인데도 5월1일이 아닌 29일이었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이 30인이하 영세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열악한 노동조건을 감내하며 잔업과 특근을 해야 하는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노동절은 오히려 힘빠지는 하루다.
부천에 사는 대학생 윤모씨(21)는 ‘알바생’이다. 아르바이트도 엄연한 노동인 만큼 일주일에 15시간이상 일하는 시간제근로자도 노동절근무시 법적으로 1.5배임금을 보장받게 돼있다. 하지만 실제 ‘알바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작년 노동절에도 휴일수당은 못 받았다. 아무래도 5인이하사업장이어서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다.”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하는 윤씨는 노동절에도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알바생’들에게 노동절휴무나 휴일수당 얘기는 비현실적일 뿐이다.
이들 외에도 공무원을 비롯해 공공기관 직원들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해야 한다. 이들은 근로기준법과 달리‘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따르는데, 여기에 ‘근로자의 날’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절까지 차별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현실적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해직노동자들과 파업노동자들은 더 서러운 노동절을 맞았다. 쌍용차해고노동자들은 2009년부터 줄기차게 투쟁해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21명이나 되는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에는 대한문 앞에 희생자를 위한 분향소를 차리기도 했다. MBC, KBS, YTN 등 언론노동자들의 파업도 몇달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절이지만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더 힘겨운 하루가 되고 있다.
강주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