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고려대 정대후문앞에 붙은 대자보 한장이 얼어붙어있던 대학생들의 마음에 커다란 울림을 주면서 전국대학가로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27)씨가 작성한 ‘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하는 대자보를 계기로 SNS에서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이름의 페이지가 개설돼 하루만에 1만2000여명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img_cantbeokay.jpg

▲큰 반향을 일으킨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



주씨는 대자보를 통해 철도노조파업에 이은 직위해제, 밀양송전탑등을 언급하며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안녕하신지 모르겠다’고 물으며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 합리화뒤에 물러나있는 건 아닌지 여쭐 뿐’이라고 말했다.

 

정대후문에는 2일만에 해당 대자보에 화답하는 대자보 40여건이 연달아 붙었다.

 

뿐만아니라 성균관대, 연세대, 광운대 등에서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대자보가 게시됐으며, SNS를 통해서도 릴레이대자보가 이어지고있다.


img_cantbeokay1.jpg

▲이틀만에 붙은 40여건의 ‘안녕하지 못한’대자보들

 

13일 성균관대에 붙은 정외과09학번 최종학씨의 ‘성균관학우여러분은 안녕들 하십니까’에는 ‘대학오기전부터 광화문촛불을 보고, 대학입학한 해 용산에서 철거민이 불에 타 죽는걸 봤지만 복학후1년간 과거의 나를 세탁하고 ‘안녕하고자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며 ‘스펙쌓고 학점관리를 잘한다면 성공할 수 있고 언젠가 취업 또는 고시에 최종합격할 것이라 믿었다. 오늘부터는 다시 안녕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여러 대학에 붙은 대자보들은 ‘안녕들 하십니까’페이지(facebook.com/cantbeokay)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대자보가 처음 부착된 고려대 정대후문에서는 주씨 등이 ‘나는 ~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내용의 포토서명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이들은 ‘안녕하지 못한’학생들과 14일 오후 3시 고려대정경대후문에 모여 서울역까지 걸어가는 ‘서울역나들이’를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고려대 주현호씨가 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전문이다.

 

< 안녕들 하십니까? >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유하나기자

번호 제목 날짜
3916 국공립대기성회비반환청구소송 항소심, “오늘 또다시 우리 학생들이 승리했다” file 2013.11.07
3915 서울대총학생회, ‘시흥캠퍼스’문제 총투표로 학생들 의견 모은다 file 2013.11.12
3914 서울대총학생회, 시흥캠퍼스 전면재논의 위해 ‘삭발·단식’ file 2013.11.15
3913 정의를 노래하는 스무번째 촛불, 제20차범국민촛불대회 file 2013.11.17
3912 EI회장 “박대통령, 전교조 '해충'에 비유 … 충격적” file 2013.11.19
3911 '해도해도 너무한다! 박근혜가 책임져라!' ... 제21차범국민촛불대회 file 2013.11.25
3910 한대련 신임대표자들과 집행부들 위한 ‘대학교육아카데미’연다 file 2013.11.30
3909 ‘자치언론’전성시대 … ‘학내 예민한 문제뿐 아니라 지역공동문제까지 다룬다’ file 2013.12.02
3908 소르본대교수 “프랑스에서 일본군'위안부'문제 여론화하겠다” 2013.12.04
3907 ‘송전탑반대 밀양'할매들' 이야기’ ...〈밀양전〉동아대에서 상영 2013.12.04
3906 ‘전국대학은 등록금인상근거와 적립금관련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 file 2013.12.05
3905 한신대·장신대 등 신학대 시국선언 이어져 file 2013.12.08
3904 감신대‧성공회대‧한신대, 연합 시국선언 준비 file 2013.12.10
3903 내년부터 대학생도 동원훈련실시 ... 43년만의 부활 file 2013.12.11
» ‘하 수상한 시절에 안녕들 하십니까’란 물음에 대학생들 ‘안녕하지 못합니다’ file 2013.12.13
3901 성소수자인권단체,〈로빈슨주교의 두가지사랑〉상영금지 사과하라 file 2013.12.13
3900 ‘박근혜심판대학생농성단 100℃’ 활동개시! file 2013.12.14
3899 한대련 ‘대학생들도 힘차게 연대하겠습니다’ 철도파업 지지 file 2013.12.14
3898 대학가를 울리는 물음, ‘안녕들 하십니까’ file 2013.12.16
3897 부경대교수 '군사쿠데타' 주장 논란 file 2013.12.16
3896 [동국대] '우리 대학생 모두가 얼마나 안녕치 못합니까' file 2013.12.16
3895 대학생을 넘어 청소년, 주부, 직장인까지 ‘안녕들하십니까’ file 2013.12.17
3894 대선1주년, 전세계 해외동포 촛불시위 … '박근혜사퇴' 촉구 file 2013.12.17
3893 [명지대] '노동자가 될 학우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file 2013.12.17
3892 새누리당사에 내걸린 ‘새누리당해체와 박근혜대통령사퇴’ file 2013.12.18
3891 ‘박근혜심판대학생농성단, 100℃’를 만나다 file 2013.12.18
3890 조달청 '학력사항기재 없앤다' file 2013.12.18
3889 [연세대] '민주광장을 가로막은 철판을 뒤덮은 대자보 행렬' file 2013.12.18
3888 ‘우리 제자들이 안녕하지 못해 우리도 안녕하지 못합니다’ file 2013.12.19
3887 중앙대 청소노동자들, ‘용역업체면담’ 요구하며 총장실점거 file 2013.12.19
3886 희망청년연대 '청년들이 앞장서서 제2의 6월항쟁을 일으키자!' file 2013.12.19
3885 ‘대선1주년, 안녕하지못한 대학생들의 합동기자회견’ file 2013.12.20
3884 [이화여대] '안녕할 수가 없다, 안녕해서도 안된다' file 2013.12.20
3883 파리에서도 “안녕들하십니까” ... '박근혜사퇴' 촛불집회 열려 2013.12.22
3882 시대의 안부를 묻다 … ‘안녕들하십니까’대자보번개 file 2013.12.22
3881 반값국본, ‘국가장학금예산증액하라’ file 2013.12.24
3880 새누리대선캠프활동 대학생, ‘인턴 낙하산’ 논란 file 2013.12.25
3879 ‘안녕들하십니까, 전국나들이’ 26일 광주에서 첫 시작 file 2013.12.27
3878 27차 촛불집회, ‘멈춰라! 민영화, 힘내라! 민주노총, 밝혀라! 관권부정선거’ file 2013.12.28
3877 2013.12.31, 연세로 ‘신촌대첩’! '안녕하기위한'2014년으로 file 2014.01.03
3876 '박근혜퇴진, 민영화저지, 노동탄압분쇄촉구' 민주노총 총파업결의대회 file 2014.01.05
3875 중앙대 ‘100만원짜리 대자보’ 비판하는 학생들 대자보 잇따라 file 2014.01.06
3874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 '안녕들하십니까' 보도 file 2014.01.06
3873 중앙대 청소노동자 파업, 중앙대동문들도 나섰다 file 2014.01.08
3872 서울지역대학생들 “등록금 인하하고 민주적 등심위 구성하라!” file 2014.01.09
3871 북의 김책공대학생위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화답, 남에 편지보내 file 2014.01.11
3870 '힘내라 민주주의! 멈춰라 민영화!' 29차 범국민촛불대회 열려 file 2014.01.14
3869 중앙대 학생들, ‘대자보백일장’ 열어 file 2014.01.14
3868 여러분의 ‘안녕하지못한 사연’, 단행본으로 나온다! file 2014.01.14
3867 “2차 희망버스 타고 밀양으로 갑니다!” file 201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