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의 결정적 계기가 된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고 서정민 박사가 죽은지 8년이 지났다. 일명 <강사법>이라 불리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의 시행의 길에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학의 3주체는 교수-학생-직원이다. 여기에 끼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강사였다. 학생들에게는 교수님이라 불리지만 정작 어떠한 대우도 받지 못했던 사람들. 대학교육의 30%에서 50%를 담당하지만 어떠한 법적 지위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강사다. 


이러한 강사들의 설움에 응답을 한 대학생들이 있다. <비정규직 강사는 우리의 미래다>, <강사법 솔선수범해라!>, <강사법을 핑계로 수업원가 낮추려는 경희대, 이제 대학도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강사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 목소리를 낸 경희대 학우들을 만났다. 




photo_2018-12-14_22-13-33.jpg


경희대 학생종합부 면접날에 맞춰 피켓시위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이었는지.


경희대학교에서 <자율학습능력향상>을 핑계로 대대적 구조조정 설명회를 열었습니다. 필수교양과목의 통폐합, 선택교양과목의 전면 인터넷강의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반발이 심한 정경대를 제외한 모든 단과대의 졸업이수학점을 10학점씩 축소하기도 했습니다. 대단한 말들로 포장되어 발표된 이 모든 구조조정에는 <비용축소효과>와 <시간강사 해고위험성>이 있습니다. 졸업이수학점이 축소되면 자연스레 강의 개수가 줄어들고 그 만큼의 노동력을 감축하게 되는데 가장 안정성이 취약한 시간 강사가 해고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교양과목이 통폐합 되면 기존의 수업 개수를 유지하더라도 기존 수업을 맡던 시간강사는 강의 재계약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강의는 특성 상 수업의 질이 낮아질 수 밖에 없고 노동력의 감축 효과가 가장 뛰어납니다. 학교는 이를 ‘교육에서 학습으로’라며 학습 능력 향상의 방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4년에 3천만원 내는 독서실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신입생들이 우리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응원하고, 현재 대학의 문제에 대해서 알리기 위해서 면접날에 맞춰 피켓 시위를 했습니다. 



강사법에 목소리를 내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비정규직 강사들의 미래가 우리의 미래입니다. 학생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게 됩니다. 우리가 그 전에 마주하는 대학 내의 노동 문제는 우리가 졸업하고 마주칠 노동시장의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강사법이 (비전임이라도) 교수님들의 인권 개선이니까 대단한 내용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평균 월 60만원에서 110만원 정도를 받고 전임교수들과 비슷한 노동을 하는 것, 방학 때도 전임 교수들과 같이 연구도 하고 수업 준비도 하는데 임금을 주지 않는 것, 생계로 시간강사를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계약 해지’라는 이름으로 매해 생존권을 박탈하고 위협하는 것,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 등을 시정해 달라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아르바이트에서 최저임금 또는 주휴수당, 4대 보험 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교육권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많은 교양 수업을 시간강사님들이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력이나 연구 실적이 부족해도 전임 교수들은 거의 정년퇴임까지 계속 수업을 개설할 수 있지만, 강사는 소위 ‘인기 강사’ ‘강의평가가 좋은 강의’라는 평을 받는 데도 학교의 손익 때문에 폐강 및 실직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임 교수와 비전임 교수는 얼마든지 훌륭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의 해고가 계속되면 우리가 듣고 싶은 수업은 점점 더 사라질 것입니다. 



강사법 시행이 됨으로써 시간강사 대량해고, 대형강의 신설 등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강사의 생존권을 위해, 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해 전체 예산의 0.3 프로에서 1프로 가까이 밖에 안되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시간강사를 대량해고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많은 대학에서 대량해고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만 강사법 때문이라기보다 강사법이라는 좋은 핑계로 대학의 교육 비용을 축소하고 있다는 말이 더 맞겠습니다. 


다행히도 8일 강사법 시행을 위해 288억이 증액된 예산이 통과 됐기 때문에, 더 이상 대학들이 돈이 없어서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엉터리 핑계는 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학들이 또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는 예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앞으로 강사법에 대한 활동계획이 있는지


학교를 계속 괴롭힐 계획입니다. 졸속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끊임 없이 대자보를 붙이고 피켓을 들고 나서고 학장과 총장을 찾아가야 겠지요. 중앙대, 경희대, 한양대, 고려대 등 대학들에서 교수들과 학생들의 반발이 뜨거운 만큼,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서 2019년까지 연대활동을 이어나가 싸워이기면 좋겠습니다.


행동하는 대학생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지


총장 및 학교 본부, 전임 교수들 다 별 거 아닙니다. 그냥 돈을 좀 더 벌거나 책을 좀 더 읽은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라고 생각하면 참 마음이 편해집니다. 권력자들을 항상 무섭지만 겁 없는 20대만큼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그냥 피켓 하나만 들어도, 대자보 하나만 붙여도 대학에선 예민하게 반응하고 무슨 일이 생길까봐 염려합니다. 딱 3번만, 3명 이상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재밌어요!


21세기대학뉴스

경희대특파기자


photo_2018-12-14_22-13-26.jpg


photo_2018-12-14_22-13-2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