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영화제특별취재단] 베니스영화제에서 만난 기록영화 ‘목격: 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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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 리비아(Witness: Lybia)’는 다큐멘터리의 거장 마이클 만(Michael Mann)감독이 프로듀싱한 영화로 리비아의 다큐멘터리감독 압달라 오메이쉬(Abdallah Omeish)감독이 연출했다.


다큐멘터리 전문제작사인 HBO의 새로운 세대의 종군기자를 주제로 한 리비아, 멕시코, 브라질, 남부수단 시리즈의 4부분중의 하나로 제작됐다.

제작자중 한사람인 다비드 프랭크햄은 “‘목격’은 어떤 역사적인 함의를 담고 있지 않다. 만과 나는 사진사가 한조각의 진실을 포착하기 위해 생명을 내건 위험속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자체를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리비아 내전당시 종군기자로 활동하던 201142명의 친구(Chris Hondros, Tim Hetherington)를 잃고 부상당한 미국인사진작가 마이클 크리스토퍼 브라운(Michael Christopher Brown)은 카다피가 살해된 후 다시금 리비아를 찾는다.


친구의 추억이 묻혀 있는 곳, 아직 찾지 못한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는 리비아의 구석구석을 사진기를 들고 누비고 영화는 그와 그의 사진, 그리고 그의 친구들의 사진에 담긴 리비아의 모습들을 비추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화속의 리비아의 현실은 카다피의 독재에 대해 특별히 거론하지 않는다. 카다피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카다피가 언론을 통제했고 지난 42년간 리비아는 정체되어 있었으며, 개인의 꿈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울분을 토로하고 그 시대가 끝난 것에 대해 기뻐하지만 정작 개인의 꿈을 이루기엔 리비아의 상황은 너무도 위험하기만 하다.


영화속의 남자들은 어른이든 아이든 배운 사람이든 그렇지 못한 사람이든 누구나 무장하고 있다. 수배자사진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노트를 들고 자동소총을 난사하며 카다피잔당을 찾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리비아의 ‘혁명’이 얼마나 조직되지 못한 것이며 불안정한 것임이 드러난다. 그것은 혁명이라기보단 폭동이며 내전상황의 조성이다.


카다피의 고향마을은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연합군의 폭격으로 지도에서 소멸되었다. 그것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며 학살이다. 이에 대해 리비아사람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으며,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토로한다.


이 사실은 보도되지 않고 오히려 카다피군에 의해 수만명이 죽었다는 보도만을 반복했던 외신에 대해 리비아의 시민은 수만명이 아니라 사실은 1000여명이었다며 언론은 모든 것을 왜곡하고 부풀리며 항상 그렇다라며 매우 강한 불신을 표명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마지막 리비아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짙은 화장을 하고 큰 귀거리에 양장을 차려입은 한 여성주의자의 “카다피는 죽었습니다. 이젠 무엇이든지 할수 있어요. 우린 이제 그동안의 억압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해방돼야 해요”라는 외침을 대하는 여성들의 표정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그 냉담했던 표정의 리비아어머니들이 차도르를 두른 채 시위에 나섰다.


시위에서 그녀들은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며 그녀들의 권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지 않는다. 그녀들에게 정권이나 자신의 권리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단지 내남편과 아들과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고 누군가를 죽여야 하고 그 불안함속에 살아가야하는 현상황에 대한 종료가 무엇보다 중요할 따름이다.


그녀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모든 무기를 회수하라. 누구도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 이 외침은 영화속 모든 이의 이야기를 합친 것보다 무거운 무게를 느끼게 한다. 민주주의라는 이념보다 민족내부의 평화와 화해가 우선임을 목격자들은 전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입장에서 비롯된 시선인가다. 얼마나 올바르며 또 객관적인 입장에 설 수 있는가는 진실을 포착하게 하는 기본자세이자 광범한 사람들에게 크게 공명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진실을 담은 기록은 역사로 되어 힘을 가지게 되지만 진실을 왜곡하는 기록은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곱씹다 보면 영화속 사진기자뿐 아니라 우리모두가 인간으로서 인류와 역사, 진실을 대하는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는 것. 이것이야 말로 기록영화가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아닐까?


사진작가로서 최대한 진실하려고 노력했다는 크리스토퍼가 운명을 달리한 2명의 친구에게 바친다고 말한 ‘목격: 리비아’는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비경쟁부분 특별상영으로 세계최초로 공개됐다


김민정통신원(베니스영화제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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