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던 이태원에서의 참사가 일어난지 1년이 지났다. 1주기 당일 159명의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1만여명의 시민들은 서울광장에 모여 추모와 연대의 물결을 이뤘다. 21세기대학뉴스는 추모대회에서 만난 대학생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1. 시민문화제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방성인 : 10.29참사1주기추모대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대통령과 책임자는 공식사과, 처벌을 제대로 하기는커녕 추모대회를 정치집회라며 대통령이란 사람은 참석도 하지 않았죠. 대통령이, 한 국가의 정부가 일을 제대로 했었다면 달랐을텐데, 당연히 함께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상황에서 더더욱이나 내가, 우리가 가야하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박지현 : 가족, 친구를 잃은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위로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데 나도 목소리를 같이 내고자 참여하게 됐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분명 우연이 아닌 저에게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김민주 : 작년 10월29일 자기전 새벽에 뉴스를 보다가 사람이 깔려죽었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당시에는 사람이 깔렸다고 해서 <부딪히고 넘어져서 다친정도인가?>라는 정도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였어요. 그 상황들을 글로도 보고 현장이 담긴 영상과 사진들도 보니 몇일간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어요. 한 나라에서 그것도 내가 지나다니는 근처에서 국가의 부재로 사람이 깔려서 죽는다는 것 자체에 정말 큰 충격을 받았어요. 이건 사고가 아니라 참사라고 생각하며 같이 추모하고 싶다는 마음에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 현장에서의 소감은 어떤가요?

방성인 : 자리를 찾아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서서 울고 계신 어머님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요. 저도 덜컥 울음이 났어요. 그리고 자리에 앉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노래공연이 있었고 후렴부분을 다함께 부르기도 했어요. 방식은 다양했어요. 그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같이 슬퍼하고 가슴아파 하는 것이지만 그 자리안에서도 각자의 방식대로 아파하고 함께하는 모습들을 보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문제를 계속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두겠구나를 느꼈어요. 유가족분들께서는 이렇게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힘을 얻고 같이 끝까지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박지현 : 도착하자마자 질서정연하게 시민 추모대회를 만들어 가고자 수고해 주시는 진행요원분들이 보였어요. 그 뒤로 저의 예상보다 더 많은 시민분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세상을 억울하게 떠난 분들을 추모했어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자리에 함께하는 아름답고, 멋진 영혼들을 만났고 아직 세상은 따뜻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봤어요. 

김민주 : 사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깜짝놀랐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인터넷으로만 봤을때는 점점 10.29참사가 빠른 속도로 잊혀지고 있다는 생각이 강했거든요. 그런데 추모대회를 가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추모하고 같이 눈물을 흘렸어요. 2시간 정도 추모대회를 진행했는데 그 자리를 모두가 지키며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았어요.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만 모두가 함께했기에 조금은 따뜻했던 것 같아요.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조금은 힘이 됐을거라 생각해요. 1부가 끝나고 유가족과 생존자의 이야기를 듣는 2부가 시작된다는 멘트가 나올 때 누군가 걸어나가더라구요. 알고보니 국민의힘 인요한이였어요. 1부에서는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공연이 있었고 2부에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할수 있는 시간인데 너무 당당하게 나가더라구요. 그 뒷통수를 보며 솔직히 정말 화가났어요. 이런 사람들 때문에 진상규명이 안된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마음 아팠던 시간은 유가족분의 편지낭독시간이였어요. 그중 삼보일배 얘기가 떠올라요. 10.29참사유가족들은 참사가 발생한지 300일째 되는 날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해 삼보일배 행진에 나섰어요. 비가 오는 날 아들, 딸의 사진을 품에 앉고 시멘트 도로에서 세걸음 걷고 한번 절을 하는거에요. 삼보일배를 하며 피해자들이 고통받았던 시멘트바닥을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해 다시한번 차가운 시멘트에 머리를 닿으며 절을 하는거에요. 유가족분께서 그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머릴 대며 바닥에 짖눌렸을 아들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들으며 정말 마음이 쓰라렸어요.


 3.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대학생·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방성인 : 추모대회가 처음이라 그런지 이자리는 추모 그 이상을 깨닫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였어요. 그리고 현 대통령이, 정부가 듣지 않는다고 우리도 가만히 있어선 안돼요. 우리는 유가족분들의 말씀을 듣고 함께 연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얼굴 한번 본적, 이름 한번 들어본적 없는 친구들이더라도 남이 아니에요. 우리의 문제에요. 함께 해요! 

박지현 :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생·청년들이, 아니 10.29참사를 알고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애도하는 물결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같이 소리내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이라 믿어요. 이번 10.29참사1주기시민추모대회에 정말 피치 못할 사정으로 현장에 오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10.29참사에 대해서 왜 <참사>라고 말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 혹은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심지어 입에 담기도 어려운 핑계로 함께하지 않은 대학생·청년들은 분명히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믿고 싶어요. 과연 여러분이 사랑하는 친구, 가족이 그 현장에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면 그래도 지금처럼 무관심할수 있을까요? 또 당신이 그날 이태원을 갔다가 이러한 일들이 벌어졌다면 억울하지 않을까요?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사회라는 것을 이해해요. 그러니 더더욱 힘을 합쳐서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 세상은 아니 삶에서 혼자서 이룰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그러니 주위를 둘러보는 시선과 타인의 상황을 이해할수 있는 마음, 그리고 제정신이 아닌 일에 맞서 싸울줄 아는 사람으로 모두가 했으면 좋겠어요. 

김민주 : 지난 날들을 돌이켜봤을 때 세월호참사에 이어 또다시 10.29참사가 일어났어요. 두 참사의 공통점은 젊은 청년들이 단체로 죽음으로 몰렸다는 거에요. 사실 저는 10.29참사를 보며 <더이상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나의 일이 될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10.29참사추모대회에 함께 자리하지 못해도 모두가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같이 소리쳐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혼자서 못하는 일을 결국 함께 모여 한다면 해결할수 있잖아요. 지금이 무엇보다 <함께>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때라 생각해요.


 4. 함께하고 있는 유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박지현 : 어떤 말로도 위로하기 어렵다는 거 너무나도 잘 알아요. 그러나 유가족 여러분들의 옆에서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진상규명을 요구한다면 또다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목소리가 되어 제정신이 아닌 세상이 분명 변화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도 끝까지 함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민주 : 10.29참사는 마음이 아프다는 공감으로 끝날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모두가 함께 싸워야해요. 그저 잊혀지지 않도록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싶어요. 무엇보다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5.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박지현 : 저는 <인성도 지능이다>라는 말에 공감해요. 타인을 생각할줄 아는 것은 똑똑한 것이죠. 마냥 성적이 뛰어난 것만이 똑똑한 것은 아니에요. 이 사회를 살아가는데 당연하게 지켜져야 할 것들이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고, 설득해야 하는 것이 돼버렸어요. 또한 <자유>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덮어씌운 무기를 가지고 상식을 넘는 사람들이 생겨났어요. 심지어 그 수가 다수가 되어 비상식적인 말들과 행동들이 합리화 되기까지 해요. 그럴때면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스스로는 뒤로 가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앞으로 더 많은 대학생·청년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힘듦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생각할줄 아는 강한 사람으로 살아가면 좋겠어요.

김민주 : 사실 인터넷을 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이야기는 <놀러갔다가 죽은건데 왜 모두가 추모를 하냐>라는 말이였어요. 우선 초점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이태원을 놀러갔던 일을 하러갔던 결국 국가의 부재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깔려서 죽었어요. 평소였다면 그 사람들은 죽지 않았을거에요. 여전히 10.29참사와 관련된 책임자들은 공직을 내려놓지 않고 오히려 뻔뻔하게 생활하고 있어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탓하는 이런 모습은 분명히 잘못됐다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봐야하는 것은 피해자들이 이태원으로 향한 이유가 아니라 그 시간에 책임자들은 무엇을 하고있냐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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