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경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실명을 내걸고 부착했던 <서울의봄 대자보>가 4시간 만에 학교측에 의해 철거됐다. 부경대대자보는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의 하나회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지 44년이 되는 12월12일 오전 부산대학가에 붙은 글 중에 하나다.
하루전 부경대 대연캠퍼스 호연관인근에 게시된 대자보는 현재 누구도 볼수 없는 상태다. 대자보 부착 당일 학교측에 의해 강제로 철거됐기 때문이다.
12·12를 맞아 패션디자인학과 4학년 학생은 <실패하면 반역, 승리하면 혁명이라구요?>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야외게시판에 붙였다. 그는 <영화는 군인들이 승리를 자축하며 끝나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라며 의견을 글로 개진했다.
하지만 이 대자보는 반나절도 가지 못했다. 학교측은 이날 낮 12시 학생이 쓴 글을 게시판에서 바로 제거했다. 이에 대해 부경대관계자는 운영규정 따른 조처라고 밝혔다. 그는 <게시물은 학교의 승인을 받게 돼 있는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학교관계자도 <대학본부와 총학생회를 거치지 않은 자보나 광고는 게시판에 붙일수 없다>며 이를 당연한 조처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게시물을 그렇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반응은 달랐다.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는 자연대 소속의 학생은 <그냥 의견을 개진한 글인데 쓰자마자 이걸 일방적으로 뗀 건 좀 아닌 것 같다>라고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대자보에 대해선 <영화를 보고 나서 자보까지 쓴 건 대단히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글을 작성한 당사자 학생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학생은 <어제 낮에 가보니 자보가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됐다>며 <말할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승인만 따지는 학교의 조치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