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R&D(연구개발)예산안이 지난해보다 4조6000억원 삭감된 25조9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과학기술계, 대학계등 반발이 거셌으나 당초 5조2000억원 삭감안에서 6000억원을 증액하는 데 그쳤다.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R&D예산안이 통과됐다.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원 대비 15%가량 삭감됐다. 전체 정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에서 3.9%로 줄었다. R&D예산삭감이 이뤄진 것은 1991년 이후 33년만이다.
공개된 예산안에 따르면 기존안에서 증액된 6000억원중 대부분은 연구자의 고용불안완화에 사용된다. 전체증액분중 5230억원이다. 앞서 과학기술계는 R&D예산삭감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의 고용을 지속할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존삭감안에 비해 6000억원이 증액됐지만 R&D예산삭감에 대해 연구현장등 과학기술계의 우려와 비판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다.
한 출연연관계자는 <당초 삭감안과 비교했을 때 일부증액이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각 연구기관의 주요사업의 타격은 불가피한 수준>이라며 <R&D예산삭감의 후폭풍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체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환서강대명예교수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삭감 자체보다 과정이 더 큰 문제였다. <약탈적 카르텔>, <이권카르텔>이라고 하는 고약한 명칭을 썼다.>며 <정부예산을 줄일수는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아주 많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우수인력의 해외유출문제에 대해서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번에 더 불안해지는 경험을 확실하게 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뿐만아니라 R&D예산삭감으로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정부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신명호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정책위원장은 <연구현장에서는 <예산삭감으로 인해 과제가 실패로 끝났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냐>는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문제가 생긴다면 법적소송등을 통해 대응하는 방법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연구는 상용화전 실증단계를 거치는데, R&D예산삭감으로 실증단계에 들어가지 못하고 사장돼버리는 연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 실증단계에는 각종 기계와 시설을 들여오는 등 실험실연구보다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바로세우기과학기술계연대회의 공동대표도 <R&D예산삭감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책임질 조직을 명확히 해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종호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22일 브리핑에서 이번 R&D예산삭감 대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나가는 과정>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이 과학기술 경쟁력을 높일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체계로 탈피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