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일본군성노예제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영화, 책, 영상 등으로 많이 접해봤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저 슬프고 아픈 역사라고만 생각했었다. 처음 언니가 반일행동에 들어가 활동한다고 했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다. 그때의 나에게는 그저 언니가 멋있어 보이기만 하고 언니가 왜 이런 활동들을 하며 소리를 내는지에는 관심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반일행동에서 활동하는 언니 덕분에 내 또래보다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들었던 당시에만 이 문제에 관해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내 생활에 더 신경써왔다. 성인이 되고 언니를 만나 3월9일 처음 소녀상을 보러 갔다. 반일행동 인스타로 항상 보던 소녀상의 풍경이었는데 막상 내 눈으로 보니 다른 기분이 들었다. 특히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 역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옛날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나 자신이 너무 죄송스러웠다. 그 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2000일(반일행동)’ 책을 읽었다. 할머니들이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하며 숨겨왔지만 결국 용기를 가지고 목소리를 내셨는데, 막상 자신의 조국조차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원통하고 슬프셨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나였다면 배신감이 들었을 것이고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용기를 가지시며 목소리를 더 크게 내시는 할머니들의 용기에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이 책의 1부를 더 읽으며 우리가 생각보다 역사를 많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화가 났다. 초, 중, 고등학교에서 12년을 보내면서 역사를 많이 배웠고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우리가 해방되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역사책의 실상과 일본군<위안부> 관련 문제를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부정하고 미국의 말을 듣고 있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그렇기에 놀라웠고 화가 났다. 우리가 살아가고 알아야 할 역사인데 막상 아무도 이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아직도 해방되지 않은 현재에 자신들이 해방되었다고 생각하며 기뻐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역사를 어른들 중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을 텐데, 자신들이 스스로 이 역사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보고 힘을 내 목소리를 내며 오늘도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반일행동 언니, 오빠들에 대한 존경스러움이 들었고, 그걸 넘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2부를 읽었을 때는 많은 생각이 복합적으로 들면서 울기도 하고 욕하기도 하면서 읽었다. 책에서 함께 해주신 외국분 중 엉투완 베당 분의 말인 “꽃이 피는 것을 막을 수 없다.”라는 말이 굉장히 와닿았다. 결국 우리의 이 투쟁들이 결국은 승리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희망을 주는 말인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았다. 또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데 이 책을 보면서 이게 민중의 지팡이인 것인가? 이건 그저 민중을 막고 쓰러트리는 무기로 살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경찰이었다면 사명감을 가지고 경찰이 됐지만, 하는 일이 민중들을 막는 일이라는 것과 우리의 역사를 내가 스스로 밟아 버려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회의감이 들 것 같은데 어떻게 위에서 지시하는대로만 살아갈 수 있는지가 인간적인 도리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더욱 시민분들에게 감사했다. 이 책에는 반일행동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다른 무엇보다 함께 분노해주고 응원해주는 시민분들의 힘이 컸다고 적혀있다. 반일행동 한 단체만이 걸어가는 길이 아니었기에, 모두가 앞에 나와서 큰 소리를 내는 게 아니더라도 작은 손길과 작은 도움이 힘이 되었기에 지금까지 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크게 내 마음에 들었던 생각은 정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누구의 시선을 받기 위해 한 일이 아닌 목표를 향해서만 달려왔던 이 긴 시간이 승리라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일행동 언니, 오빠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우리 소녀상이 지켜지고 우리의 역사가 계속 진행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굳이 젊은 청년들이 힘들게 할 일은 아니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에 모두가 다른 사람이 할 일이라고 외면한다면 누가 우리의 역사를 지켜주겠는가? 누군가는 반드시 지켜가야 하고 이어가야 하고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기에 오늘도 반일행동의 농성과 시위가 계속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16일 소녀상 농성 3000일이 되는 날 행사에 참여하였다. 3월 9일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였다. 책을 읽은 후 많은 생각이 들었기에 더 새롭게 이 행사가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였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에 우리가 슬퍼하고만 있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와 정권이 바뀌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는 아직도 계속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한 나비들의 힘찬 발언들과 의지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발언들과 의지는 정말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지만 할 수 있는 힘이었다. 정말 그 누구보다 이 역사를 자기 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날 나에게 주어진 한 가지의 과제가 있다. 나라는 사람과 이 역사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나는 아직 명확하게 이 과제에 대한 답을 내리지는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함께 목소리 내며 알아가고 싶어졌다. 이 과제에 명확한 답을 내릴 날을 기대해본다. 3000일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4000일은 오지 않길 기대해보며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