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수석열사 추모의 밤. 다들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백양로를 지나다니며 한번쯤은 검정색의 추모플랑을 보았을까? 혹은 추모의 밤을 알리는 문구를 읽어보았을까?

3월29일, 백양관에서 봄날에 모여 노수석열사를 기리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모님 세대, 혹은 그보다 약간 젊으신 4~50대의 분들이 대부분이셨다. 28주기가 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그 날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다 목숨을 잃은 분을 기억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실은 잘 와닿지 않았다. '민주화를 위한 결의대회'라니. 나와는 멀리있는 사람, 멀리있는 대의로 느껴졌다.

28주기 노수석열사 추모의 밤은 민중의례, 열사약력 소개, 추도사, 재학생 발언,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2023년 사업보고 및 2024년 사업계획 공유, '그대 하늘길' 함께 부르기, 추모비 헌화 순서로 진행되었다. 숙연한 마음으로, 그렇지만 약간은 어색하게 앉아있었다.

추모사업회의 사업계획 공유가 끝나고 나서 우리가 모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떤 가치를 위한 것인가에 관해 논의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채감 때문이라고 답한 분도 계셨다. 결의대회를 열며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후배가 목숨을 잃게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텐데, 한 목숨이 스러지고 나서는 그 분이 결코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기억으로 남아버린 것이다. 그제야 거기 모인 분들의 심정을 조금은 알게되었다. 한 학생이 평화적으로 목소리를 내다가 산화되었다는 의미가 이해되었다. 대의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걸 위해 목소리내는 평범한 학생이 거기 있었다. 이젠 지나간 3월을 추억하며 그 봄날에 스러져간 생들을 가슴에 그려볼 수 있을 것 같다.

- 연세대학교 노수석생활도서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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