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주동세력의 반민주적 사태에 대한 고려대학교 학생 결의
[친애하는 고대 학생 제군! 한마디로 대학은 반항과 자유의 표상이다.]
우리는 64년 전, 선배 고대 학생 제군들의 피로 쓰인 민주화의 역사 위에 다시 섰다.
지금, 2만 민족고대생은 역사가 쟁취한 민주주의의 정신과 학생사회의 근간 앞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일체의 압제에 저항해야 하며, 우리의 정치적 일상에 대해 자유로워야 한다.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독재정부 이후 최초의 비상계엄이 선포되었다. 대국민 담화에서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형, 반국가 세력’이 척결의 대상으로 언급되었다. 계엄사령관 육군 대장 박안수에 의해 포고령 1호가 발령되었다. 포고령 서두에서는 “자유 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체제전복을 도모하는 반국가세력”이 언급되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하고자 한 반국가세력은 누구인가? 그 내용도 절차도 위헌적인 계엄령으로써 입헌주의를 위협한 반국가세력은 누구인가? 국회 봉쇄와 군 진입으로써 권력분립의 원리를 파괴한 반국가세력은 누구인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결사와 집회의 자유를 빼앗으려들며 국민주권과 국민자치의 원리를 겁박한 반국가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 반공 이데올로기의 부활절을 제정하여 국론을 분열시키고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그 ‘세력’은 도대체, 도대체 누구인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진리탐구는 대학의 영원한 사명이며, 이를 침해하려는 내외의 모든 힘에 대하여 저항하는 것은 대학인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자 의무이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칙 전문의 가장 첫 문장은 이렇게 쓰여 있다. 우리 학생사회는 모든 불의에 항거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외쳐야 하고, 어떤 탄압 앞에서도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고 진리를 밝히는 겨레의 횃불을 자임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우리는 민주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회의(懷疑)의 밤은 가고 확신의 아침이 밝았다. 극악무도한 계엄세력은 3시간 만에 좌절되었고, 6시간 만에 침몰하였다. 그들은 이 나라의 주권자인 국민의 저항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의 총의도, 진실의 통로로서 언론의 목소리도 막지 못했다. 이제 학생사회는 불의에 항거하려는 목소리에 함께 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모든 압제를 단호히 거부해야만 한다. 우리의 저항과 자유로 하여금, 반민주 내란세력과 모든 민주주의의 적을 역사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일어설 때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청년이다. 언제 어디서든 모여 학문을 탐구하고, 대화의 장을 펼쳐나갈 수 있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를 당당히 누릴 수 있다. 세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언제든 들을 수 있고, 우리의 이야기를 듣도록 소리 높여 주장할 수 있다. 연구하고 싶은 것을 연구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성숙한 사회 시민을 원한다. 단지 우리 개인의 권리를 넘어 사회 발전과 민주주의 성숙을 위해 행동한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쟁취를 위해 맞서싸운 고려대학교 정신을 기억하며,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모든 시도를 단호히 거부한다.
하여 이 나라의 반민주정부가 또다시 독재국가로의 이행을 선포한다면, 우리 민족고대 학생 제군은 우리 선배 고대생이 그러했듯, 가장 먼저, 언제든지, 또 기꺼이 반국가세력을 자청할 것임을 선언하며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계엄 및 내란세력을 헌법 앞에 단죄하라.
하나. 우리는 위헌적인 계엄에 반대한다.
하나.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향한 일체의 압제를 규탄한다.
하나. 우리는 모든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