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레지스탕스』조한성 지음
최근 인터넷상의 화제는 ‘역사의식 부재’와 ‘갑과 을의 관계’다.
그 중 ‘역사의식 부재’는 5.18광주민중항쟁전부터 일명 ‘일베충’들의 민주화폄훼와 ‘무한도전’의 역사의식 환기로 역사를 알아야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의미있는 역사책들이 재조명을 받기도 하고, 새 책이 출간되기도 한다. 그 중 ‘한국의 레지스탕스’는 일제강점기 지하조직을 통해 항일운동을 한 혁명가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보고 먼저 든 생각은 왜 제목이 ‘한국의 레지스탕스’인가 였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조선의 레지스탕스’라고 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조선은 사라졌다고 하지만, ‘대한제국’은 17년만에 멸망하였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당시 민중들은 자신들을 대한제국민이 아니라 조선인으로 인식했다는 점, ‘대한민국’은 해방이후 미국을 등에 업은 이승만정부가 단독정부수립을 선포하면서 세운 나라라는 점에서 ‘한국의 레지스탕스’라는 제목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레지스탕스라고 제목을 붙인 작가의 마음을 짐작해 보자면 지금 오늘, 여기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일제강점기는 ‘한국 근현대사’로 분류되며 이렇게 통칭하는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레지스탕스, 저항.
신민회, 대한광복회, 대한민국임시정부, 의열단, 조선공산당, 성진회와 독서회 중앙부, 조국광복회, 조선건국동맹.
‘한국의 레지스탕스’는 각각의 지하조직에 대해 소개하면서 그 조직들의 특수성과 조직과 조직의 연관관계를 통해 항일운동이 어떻게 발전하였는지 설명한다.
일제강점기 초기, 계몽운동세력이 주축이 되어 입헌공화국과 민족계몽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한 신민회는 초기 민족계몽운동에서 서서히 무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그 후 조직된 대한광복회는 계몽운동세력과 복벽주의(=왕정복고주의)를 바탕으로 한 의병운동세력과의 연대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민족주의세력의 집결을 통해 건설된 대한민국임시정부와 항일무장투쟁의 과도적형태로써 테러를 선택하는 의열단의 모습까지, 각 조직들이 반목을 해소하고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이 조직의 결성과 재결성을 통해 잘 해설되어 있다.
더불어 이 책의 장점은 사회주의세력의 항일운동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근현대사가 선택과목이라 역사의식의 부재가 필연적이라면, 10년전에는 근현대사를 필수적으로 가르쳤음에도 1930년대 항일운동에 대해서 교과서에서 거의 언급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그 이유는 1930년대이후 항일운동의 중심세력은 사회주의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 국가보안법과 이를 바탕으로 한 반공반북이데올로기가 존재하는 한 근현대사 교육은 반쪽짜리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요즘의 근현대사교육은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1/4쪽짜리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저자는 1920년대 초기 사회주의세력의 형성과 이들의 활동, 그리고 이들의 한계를 뛰어넘은 항일무장투쟁세력과 반일민족통일전선체인 ‘조국광복회’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현실에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서술에 한계가 있었을 텐데도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여서 새삼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끝으로 여운형선생이 조선건국동맹을 건설하며 우리민족의 단결을 모색하고 해방으로 나아갔으나, 우리민족의 의도와는 달리 연합군에 의해 해방이 되고 새로운 외세의 개입으로 친일파 청산이 이루이 지지 않은 채 대한민국이 건국된다.
이 책에서는 일제강점기 지하조직에 대해서만 나와 있을 뿐, 해방이후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 위대한 항일혁명가들이 해방직후 살해당하거나 월북을 하게 되고 결국친미세력으로 탈바꿈한 친일세력과 이승만정부가 ‘대한민국’을 건국하는 과정은 다른 역사책 한권만 읽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특히, 이 책에서도 이승만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시절, 자신의 야욕을 위해 항일세력을 이간질하면서 패권을 장악했던 사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분단이 고착화된 채로 지금까지 흘러 왔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우리민족이 지닌 민족모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지금이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레지스탕스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 싶었던 뜻은 민족해방과 자주적인 국가건설이었다.
그러나 역사를 살펴보면 모순은 해소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흘러왔다. 그렇다면 지금의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역사와 현재를 바라봐야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답을 찾고 그렇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삶이 ‘한국의 레지스탕스’들의 뜻을 계승하여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양고은(시사톡)
*기고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