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이번 '5.18광주민중항쟁' 왜곡 등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일베의 등장부터 5.18역사왜곡까지 이를 분석한 기고를 연재한다. ① 이명박5년 … 그리고 파쇼들의 등장 ② 데카르트로 일베 보기 ③ 일베에 대한 단상 ... '너 일베충이니?'를 보고 ④ 5.18, 그리고 의북증? ⑤ 플라톤으로 일베 분해하기 |
오늘의 주제는 플라톤. 나는 일베인들이 보이는 그 뛰어난(?) 정치적 의문점들에 대해, 정확히는 그 의문점들이 가지는 '급진적' 질문들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편이다. 예컨대, 모든 '주류'담론에 태클을 가하는 그들의 'B급'정서는 충분한 문제제기를 해내고 있다. 그들의 환상을 정당화해주는 '팩트'라는 기제에의 집착은 강력한 주류담론의 헛점을 강력하게 파고든다. 그러나, 저번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그 비판적 시선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점과 비판의 효능자체도 의문시될 뿐더러 비판자체가 표피에 머무르는, 정확히 말하면 데이터화된 총체적 시각이 아니라, 단편적인 부분에 대한 집착쯤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일베인들의 소위 그 '팩트에 근거한', '비판적 시선'이란 것에 대해 비웃게 된다.
일베인들의 사고속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점들이 생기게 된다. 첫째,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급진적으로 만들었을까? 둘째, 그들의 급진적 의문들은 어디서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 것일까? 셋째, 무엇이 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놓았을까?
일련의 질문에 대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대답을 플라톤으로부터 도출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플라톤의 '동굴의 우화'는 매우 유명한 우화로 알려져 있고, 또 그것이 함축하는 인식론은 일베인들에 대한 어느정도의 이해를 돕게 해줄지도 모른다.
플라톤은 자신의 저서 『국가』에서 동굴의 비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동굴안에는 죄수들이 갇혀 있다. 그들은 동굴벽에 있는 그림자만을 바라보고 있으며, 그것이 '그림자'라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러나 동굴밖으로 나간 죄수는 곧 그것이 빛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그러한 실재를 알리기 위해 동굴안으로 다시 들어가나, 동굴속의 죄수들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할 뿐이다.
이 우화를 분해해보자. 첫째, 동굴밖으로 나간 죄수는 '계몽된 자' 혹은 사물의 실재를 알고 있는 자이다. 둘째, 동굴안의 죄수들은 사물의 실재를 모른 채, 자신들이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여기는 자들이다. 즉, 보이는 것만이 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동굴밖의 태양, 나무, 바람 따위를 보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그림자만이 사실이며 전부라고 생각한다. 셋째, 이들 동굴안의 죄수들에게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존재, 다시 말하면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불'의 존재는 일종의 창틀이며 프레임이다. 그러나 종종 이러한 '불'의 존재는 망각된다. 다시 말해, 그들이 보는 그림자는 '불'이라는 기제를 통해 투영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틀의 존재가 종종 망각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베인들이 보이는 그 '합리주의'라는 착각, 즉 자신들은 팩트를 통해 진실을 보고 있다고 믿는 것에서 그 '팩트'는 객관적 조건하에서 판단되는 것인가, 아니면 파쇼적 관념하에서 취사선택되는 것인가?
일베인들이 극우가 된 것은 몇가지 환상에 기인한다. 첫째, 한국사회가 좌경화됐다는 그들의 '근거없는' 경험론적 인식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그러한 '환상'을 실재라고 믿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동굴밖의 죄수'가 됐고, 그들의 실재에 대한 인식은 다분히 경험적이다. 종종 이들은 자신들이 '실재'를 보고 있다고 착각하며 그위에 덮여진 '불'의 존재, 곧 이데올로기의 존재를 망각한다. 여기서 웃기게도 일베인들이 스스로 '난 합리주의자'라며 자위하는 별 괴상한 퍼포먼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보이는 계몽의 한 부분, 즉 실재를 보아야 한다, '팩트를 보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일베인들의 괴상한 행동들은 그들을 '동굴밖의 죄수'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나, 그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그 '실재'가 사실 빛에 의해 '보여지는' 것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모든 부분은 사실 '빛'의 존재에 의해 우리눈에 반사돼 보이는 것 뿐이다. 그림자 역시 마찬가지다.
일베인들은 여전히 '동굴안의 죄수'일 뿐이다. 예컨대, 5.18을 보자. 그들은 사건의 총체성을 부정한 채, '북한군이 개입했을 것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지엽적인 주장과 사건에 집착하여 '폭동'이라는 규정을 손쉽게 내려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객관적 시선'이라 정의함과 동시에,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여기에 아무 환상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항간에 떠돌던, '김일성 전지전능설'은 이들의 환상을 아주 훌륭하게 풍자하고 있지 않은가?
일베인들이여, 환상에서 깨어나라! 당신들이 아무리 부정해도 당신들은 객관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다. 당신들의 그 파쇼적 관념하에 걸러진 것들을 두고 '합리주의'라고 색칠할 때, 스스로 그 모순에 빠진 변희재는 5.18을 '사태'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무식함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
최태준(인천대)
*기고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