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사립대 가운데 마지막으로 철학과를 유지하던 한남대가 폐과를 결정하자, 학과 재학생·동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남대는 지난달 28일 교무위원회를 통해 독일어문학과와 철학과폐지를 결정하고 철학과대신 철학상담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무위원회를 앞두고 이 대학 문과대학교수들이 두차례 성명서를 내고 ‘대학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구조조정의 방안이 무엇인지 숙고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측은 묵묵부답이었다.
학과재학생들은 ‘한남대철학과폐지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26일 “당사자인 재학생을 배제한 폐과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고, 대학공식기구인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에 반하는 비민주적인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이달 4일 열린 대학평의원회에서 교수·직원·학생대표 11명이 무기명표결을 벌인 결과 1명만 폐과에 찬성하고 9명이 반대했지만 학교측은 이들의 의견도 묵살한 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남대학교법인정관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는 교육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 자문하는 기구로 명시돼 있지만 학교측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대한 입장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구조조정의 근거로 내세운 ‘재학생등록률 90%미만’기준도 이치에 맞지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철학과의 낮은 충원율은 교내에서 학과간 무분별한 전과가 허용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함형남비대위원장은 “학과폐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처음부터 배제돼 있었다”며 “철학상담학과는 철학과와 전혀 무관한 학과”라며 비난했다.
비대위학생들은 27일오전 교내본관앞에서 ‘철학의 죽음’을 상징하는 장례행렬을 벌이고 결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남대철학과의 입학정원을 줄곧 40명을 유지하다가 2011년 35명, 2013년 올해 30명으로 줄어들었다.
한남대관계자는 “학생들이 원하면 일부 단과대학을 뺀 모든 학과로 전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신설되는 철학상담학과의 입학정원이나 교육과정은 다음달 결정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유하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