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과의 경쟁력이 취업률로 평가되는 현상황 전면 검토해야”
‘대학구조조정의 근본문제와 해결방안모색토론회’가 22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도종환, 김광진, 장하나, 김재연, 정진후 의원실과 예술계열대학생대표자연석회의, 철학하는예술가, 한대련(21세기한국대학생연합), 민주당대학생위원회, 통합진보당학생위원회, 반값등록금실현과교육공공성강화를위한국민본부, 전국교수노동조합,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토론회는 대학구조조정의 사례발제와 주제발제 후 오세곤(한국예술대학․학회총연합의장, 순천향대교수), 조원영(민주당대학생위원회교육정책국장), 안진걸(반값등록금실현과 교육공공성강화를 위한 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등의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학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비민주적구조조정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경남대비대위 윤태우학생은 “경남대철학·사회학과학생들은 지난 2010년부터 ‘대학은 기업체가 아니라 학교’라고 호소하며 총장에게 무릎까지 꿇고 폐과를 재고해달라고 빌었지만, 총장은 ‘철학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다른 학교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경남대는 지난달 15일 구조조정위원회를 열어 폐과를 합의하고, 21일에는 대학평의원회에서 구조조정 대상학과 학생들을 자리에서 따돌리고 폐과를 확정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남대비대위 장영희학생은 “지난 5월 철학과와 독어독문학과는 전과로 재학생충원률이 90%에 미달해 폐과가 결정됐다”며 “이후 학생들은 구성원들에게 철학과 폐과의 부당함을 홍보했고, 지난 6월4일 대학평의원회에서 의원11명이 무기명투표를 한 결과 기권1명, 반대9명, 찬성1명으로 해당학과 폐지결정이 부결됐지만 학교측은 대학평의원회는 의결 권한이 없고 심의기능만 있다며 철학과와 독어독문학과를 강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당국의 두학과 폐지결정이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에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처럼 대학평의원회의 결정을 유명무실하게 만들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태영 중앙대공대위위원장은 “중앙대는 2009년 기업M&A전문경영 컨설팅대로 18개 단과대를 10개로, 77개 학과를 40개로 줄이는 학과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며 “지난 4월15일 인문대 부총장은 중대신문을 통해 ‘(학과구조조정에) 후퇴는 없다. 전진만 있을 뿐’이라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또 “대학이 학생들에게 구조조정의 이유를 설명하며 ‘학과운영에 전기세와 수도세가 많이 나온다’고 말하는가 하면, 면담자리에서 ‘학칙은 중요하지 않다. 나(총장)의 의지가 중요할 뿐’, ‘나는 너희들과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음성을 교환하는 것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며 “이외에도 학교는 폐과대상학과 지원학생들에게 전화해 전공선택을 바꾸라고 종용하는 등 상식밖의 발언과 행동을 하며 학과구조조정을 학칙과 상관없이 강행 중”이라며 분노했다.
토론회에는 학생들뿐 아니라 덕성여대영어영문학과 윤지관교수, 상지대경제학과 박정원교수, 방송통신대법학과 임재홍교수, 한국예술대학·학회총연합의장인 순천향대무용연극학과 오세곤교수 등 교수진과 민주당 도종환‧김광진의원, 통합진보당 김재연의원 등 정치인도 토론회에 참가해 의견을 나눴다.
윤지관교수는 “최근 학과통폐합이 수십개 대학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은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정상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마구잡이식 퇴출정책”이라며 “그보다는 서울의 대형연구중심대학이 학부정원을 줄이는 체제개편을 통해 구조조정이 지방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지방거점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곤교수는 서남수교육부장관이 인문학과 예체능계열의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지표를 없애겠다는 발표에 대해 “서장관의 발표를 환영하지만 향후 어떻게 그 발표가 실현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정부는 인문·예술 교육평가지표에 ‘취업률’만을 제외하는 미시정책만을 내놓지 말고, 예체능계 전공자와 종사자가 비정규직으로 대우를 받는 현실 등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종환의원은 “피카소‧황석영‧고은은 취업을 안하고도 프리랜서로 살면서 당대의 문화를 이끈 어른이 됐다”며 “모든 대학과 학과의 경쟁력이 취업률로 평가되는 현상황에 대해 우리사회는 전면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 후 대학생참가자들은 회의를 열고 이달안에 ‘대학구조조정 공동대책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9월 개강에 맞춰 전국규모의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