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졸라는 드레퓌스사건을 통해 알게 되었을 뿐, 그의 책은 읽어 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드레퓌스사건을 통해 본 에밀 졸라는 진실을 위해 국가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었고, 이러한 부분에서 충분히 호감을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19세기후반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19세기후반에 그려진 인상파화가들의 그림 때문이었다. 인상파화가들은 그림을 그리는 대상을 단순히 대상으로만 표현한 것인 아니라 초점을 달리하여 화가자신이 그림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의 관점으로 그림을 그리는 등, 변화하는 19세기 도시의 풍경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물론 산업화에 의해 변화된 도시풍경에 대한 예찬과 도시인의 삶에 대한 긍정성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간간히 하층민의 고단한 삶을 묘사한 작품들도 있다.
특히 드가의 <압생트>를 보면 하층민·노동자의 고단함과 그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독주를 마시는 순간을 그림으로 표현했음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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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압생트>

이렇듯 19세기의 예술은 그 시대를 생생히 재현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더욱, 동시대 문학작품인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에 호기심이 생겼다.
『목로주점』은 제르베즈와 그 주변인들의 부흥과 몰락에 관한 이야기이다.
부흥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것은 아니고 하층민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인데 이 또한 말아먹고 결국 비참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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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문부터 흥미로운데 에밀 졸라가 이 책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밀 졸라는 이 책을 민중의 언어로 적었는데 당시 상류층언어의 문학이 지배적이었던 현실에서 상스럽다는 이유로 지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에밀졸라는 민중의 삶은 민중의 언어로 서술해야 하며 이번 작품은 저급한 것인 아니라 자신의 작품중 가장 수준 높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듯, 이 책은 자연주의문학으로써 민중의 비참한 삶을 너무나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민중에 대한 동정도, 냉소도 없이 그들의 삶을 서술하고 있다.
이 작품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제르베즈가 랑티에로부터 버림받음, 쿠포와의 재혼 및 부흥, 그리고 몰락.
제르베즈가 버림받고 쿠포와 결합하고 종국에는 쿠포에게도 폭행을 당하며 무기력하고 자포자기한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하층민의 삶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거라고 볼 수 있다.
하층민의 삶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폭력과 알코올이다.
제르베즈가 어린 시절 폭행을 당해 왔고 그 기억 때문에 남성들의 부조리한 행태에 적절히 대처하기 못하게 된다.
그 결과 폭행을 당하지 않기 위해 부조리함을 외면함으로써 현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된다.
 
그리고 제르베즈가 나름 부흥을 하였고, 그러면서 사치스럽게 변모하는 과정이 나오는데 결국 생활이 무분별하게 변하게 되고 그것이 몰락의 계기가 된다.
사실 하층민으로 생계가 불가능했으며 소시민적인 사람이 생계이상의 것을 꿈꾸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성공이 사치까지 이어지며 자만해진 것이다.
또한 제르베즈가 꿈꾸는 것은 소박한 집에서 살다가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었다.
이상을 꿈꿀 수 없는, 오히려 너무나 당연해야 하는 삶이 이상이 되는 현실에서 그 이상이 현실이 되었을 때 더욱 인간다운 삶을 꿈꾸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인생이 몰락하는 가운데에는 독한 증류주가 존재한다.
그 증류주는 하층민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묘약이기도 하지만, 문제는 알코올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다는 점이다.
그 독주로부터 쿠포, 제르베즈 모두 자유롭지 못했고, 그 둘을 비롯한 많은 하층민이
실제로 알코올중독에 빠져 얼마 없는 재산도 탕진하는 현실이, 19세기 파리의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 19세기 파리의 현실을 가감없이 표현한 이 책은 그 사실성 하나만으로도 문학적 가치가 있는 훌륭한 소설이다.
 
사족으로 이 책을 읽으며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보바리부인』이 떠올랐다.
『보바리부인』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보바리부인의 인생에 대한 작품인데 워낙 건조한 문체로 마치, 사건을 서술하듯 묘사하고 있어서 처음에 읽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보바리부인의 몰락에 대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세세한 묘사와 건조한 문체가 이 책 『목로주점』과 일맥상통하였고 두작품 모두 출간 당시 문제작이었기 때문에 읽으며 『보바리부인』이 떠올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에밀 졸라와 귀스타브 플로베르 둘이 친구였다고 한다.
역시 같은 시대에 살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끼쳤던 관계였기 때문에 읽으며 유사성을 느꼈던 것 같다.
아무튼, 고전은 고전인 이유가 있다. 좋은 작품이다.
 
양고은(시사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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