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시절 독일의 모신부가 이런 말을 했다. 먼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갔다. 그런가 보다 했다. 다음 사민주의자들을 잡아갔다. 역시 그런가 보다 했다. 그 다음엔 급진적인 자유민주주의를 잡아갔다. 좀 이상하게 간다 했다. 그러더니 마지막으로 나를 잡아가더라. 표현은 알기 쉽게 다듬었을 뿐,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파쇼적 탄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쇼적 탄압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이보다 간명하게 보여주는 일화가 없다. 파쇼는 결국 다 잡아간다.
군사파쇼독재가 끝장난 이후 들어보지 못한 ‘내란음모죄’를 21세기에 들어볼 줄 누가 알았으랴. 오늘 언론은 진보세력 중 일부를 이 죄로 걸어 한바탕 검거선풍을 일으키겠다는 ‘정보원의 역습’으로 도배가 됐다. 한겨레는 정보원이 ‘언제든 걸면 걸리는 약한고리’를 잡아당기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누가 이 기사내용을 부정하겠는가. 진보든 개혁이든 심지어 수구든 정보원이 조직최대의 위기를 ‘한건’으로 뒤집어보려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정보원과 나아가 박근혜정권이 이 사건으로 최대위기를 수습할 수 있겠는가. 12.19부정선거와 정보원게이트라는 정보원이 해체되고 박대통령이 2중으로 하야할 사건을 무마할 수 있겠는가. 진보세력이 공안탄압에 잘 맞서고, 민주당이 기회주의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의식이 깨어있다면 이는 오히려 정보원해체·박정권퇴진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거다. 왜냐면 이래서 정보원과 박정권을 그대로 놔두면 결국 유신독재로 간다는 걸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보원해체와 박정권퇴진은 12.19부정선거와 정보원게이트 때문에 제기되는 거지, 진보세력일부의 ‘반정부성’과는 본질적인 연관이 없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 만약 과거 유신독재시절 박정희정권이 정치위기때마다 충격적인 공안사건을 조작해 국민들을 겁주며 독재정권을 강화했던 수법을 21세기에 고대로 써먹으려 한다면, 그거야말로 자기무덤을 파는 가장 어리석은 행위라고 아니할 수 없다. 박근혜가 ‘21세기 박정희’라고 국민들에게 확인되는 순간, 그 박정희유신통치를 무너뜨렸던 국민들의 의로운 저항이 다시 폭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조덕원
*기사제휴 : 21세기민족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