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해까닥’의 〈하녀들〉은 한마디로 ‘즐겁다’
그들의 작품은 단순한 극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연극과 더불어 밴드 ‘한살차이’(임성희, 황유림)가 극 중간중간에 부르는 부드러운 노래들이 어우러져 색다른 ‘해까닥’만의 〈하녀들〉을 만들어냈다.
또 극의 도입부와 극과 극 사이를 잇는 남자배우의 대사 한마디한마디는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의 극작가 장 주네의 원작 <하녀들>은 하녀 끌레르, 쏠랑쥬와 마담간의 명령하는 자와 복종하는 자, 가진 자와 헐 벗은 자로 나뉜 세상을 블랙코메디로 풍자한다.
극은 두하녀 끌레르와 쏠랑쥬가 마담이 없는 사이, 각각 마담과 하녀가 되어 연극놀이를 즐기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녀들은 놀이를 통해 평소 마담과 자신들의 상하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평소 그들이 느꼈던 계급차이에서의 오는 부조리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역할극에서 마담역할을 하는 끌레르(이지연)는 마담이 보였던 거만한 행동들을 흉내내고, 마담의 값비싼 옷들을 걸쳐보면서 으스댄다.
하녀역을 하는 그의 언니 쏠랑쥬(김은정)는 자신이 억압받는 상황을 즐기기도 하고, 마담으로 분한 끌레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거친 언어를 사용해 통쾌하게 복수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외출했던 마담이 돌아오고, 두하녀는 독이 든 차로 마담을 죽일 계획을 세운다.
마담은 하녀들에게 가족이라고 말하면서도 “너희들은 좋겠다. 옷을 주는 사람이 있어서, 난 옷이 필요하면 옷을 사야하는데” “너희는 내가 있어야 존재해”라며 그들의 신분관계가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마치 하녀들이 마담의 부속물이고 마담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사물과 별반 다름없다는 것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그런 마담과 하녀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하녀들은 계획대로 마담에게 달게 탄(마담이 차에 뭔가 이상한 것을 첨가했다고 느낄 수 없도록) ‘띠올’차를 마시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마담이 그녀의 남편이 가석방소식(마담의 남편 ‘무슈’는 하녀들의 모함으로 잡혀갔었다)을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가면서 그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하녀들은 마담이 돌아오면 자신들이 그녀의 남편을 모함한 것과 그녀들의 모든 계획이 밝혀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쏠랑쥬는 동생에게 “도망가자”고 외친다.
그러나 끌레르는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마담을 죽이기 위해 자신이 타온 차를 쏠랑쥬에게서 건내받아 마시고 죽음을 맞이한다.
끌레르는 차를 마시기 직전 쏠랑쥬에게 “언니속에 내가 간직될거야” “내가 언니와 하나가 되고, 언니는 우리의 삶을 완성해야 해”라고 말한다.
쏠랑쥬와 끌레르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삐뚤어진 거울이며, 치욕이라고 말한다. 또 마담은 ‘착하고, 예쁘고, 친절’하며 자신들은 ‘쓰레기’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사회구조로 인해 생긴 계급의 발생이며, 그것이 하등 그 개개인들의 잘못에 의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사회의 모순을 개개인들의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그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허우적대는 것처럼 보인다.
극의 끝에 쏠랑쥬는 자신의 허름한 옷을 벗고 마담의 옷과 구두를 신으며, 거울을 보면서 진한 화장을 하고 집을 유유히 빠져나간다.
작품시작전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재밌는 극이에요. 부조리할 뿐”
그렇다. 이 극은 요소요소들로 관객으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했지만, 한편 극의 시작과 끝까지 부조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회구조가 만들어 놓은 모순들과 그로 인해 결정되는 사람들의 가치. 계층이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하고, 생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계획했던 하녀들의(비록 그 방법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밖에 없다.
마담이 있기에 하녀가 존재하는 것일까?
마담은 정말 착하고, 아름답고, 친절하고 하녀들은 정말 악취가 나고 더러운 것일까?
그리고 마담이 하녀보다 정말 훨씬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극단 해까닥은 안내책자를 통해 ‘마담과 같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그녀들의 선택이 폭력적인 선택이며, 그들의 삶의 모습 또한 폭력적’이라며 ‘행복의 가치기준을 다시 한번 스스로 생각해봐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유하나·금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