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선택함과 동시에 포기하며 살아간다. 수많은 선택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한사람의 인생. 그 인생의 길에 내가 놓쳐버린 욕망을 채우며 살아가는 ‘또다른 나’가 있다면 어떨까? 내가 가지 않은 길로만 걸어가는 또다른 나를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가 벌어질까? ‘현재’에 머물러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또다른 나’의 존재는 위로와 응원이 될 수 있을까?'
소극장산울림에서 생동씨어터의 연극 <인시와 묘시사이>가 7일, 8일 이틀간 무대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생동시어터(cafe.daum.net/playnetwork)는 ‘보는 연극에서 하는 연극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5년 설립된 비영리연극문화예술교육단체 ‘생활연극네트워크’의 1년과정을 마친 150여명의 졸업생들로 구성된 전문극단이다.
이들이 준비한 연극 <인시와 묘시사이>는 나와 내가 선택하지 않은 운명을 선택한 또다른 내가 만나는 이야기이다. 인시와 묘시사이에 말이다.
비오는 날 밤 같은 바에서 ‘김정훈’이라는 이름이 같은 두남자가 만난다.
이름이 같은 사람이 같은 바에서 같은 날 술을 마시게 된 것을 기뻐하며 두남자는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를 한다. 그리고 첫사랑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의 이야기가 묘하게 비슷함을 느낀다.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두사람의 인생이 너무나 닮아있음을 느끼고 마침내 그 둘은 서로가 1989년 28살의 김정훈과 2001년 40살의 김정훈이며, 2013년의 바에서 시공간을 초월해 만났음을 알게 된다.
△1989년의 김정훈(왼쪽) 2013년의 바텐더(가운데) 2001년의 김정훈(오른쪽)
서로 다른 선택을 한 두남자. 아니 두남자이지만 한남자.
그 둘은 선택에 대한 후회에 대해 이야기하며 누군가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또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이야기한다.
과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사는 또다른 내가 존재한다는 것이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관객 스스로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인시와 묘시사이에 만난 기묘한 이야기. 첫사랑의 이야기에서 서로의 선택의 갈림길이 있었고 다른 선택을 했고 그 뒤의 결말을 공유하면서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둘.
서로를 만났다는 사실보다 다른 선택의 나 또한 그 나름의 어려움이 있고 그 나름의 결말이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지금 사는 이 삶에서 또다른 새로운 선택에 마주했을 때 선택에 따른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극이 아닌가 싶다.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