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측의 강연장소대관불허에도 불구하고 표창원전경찰대교수와 박주민변호사의 ‘국정원사건을 통해 진실과 정의를 말하다’ 강연회가 9일 본래 강연 장소였던 4.18기념관을 대신해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진행됐다.
강연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학생들은 고려대민주광장에서 ‘표창원전경찰대교수 강의실강연불허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가 정치적 편향을 근거로 강연회대관을 불허했다. 하지만 그것은 학우들이 판단할 문제”라며 “학교가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강연회를 검열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작된 강연회에서는 박주민변호사와 표창원전경찰대교수 등이 강연을 하고, 이후 질의응답을 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강연은 대학생과 대학원생, 교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변호사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우리는 왜 민주주의를 선택했는가’에 대해 물음을 던지며 “우리의 삶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런 삶에 가장 근접한 것이 민주주의이기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접민주주의가 정당성을 가지는 두가지는 국민이 투표를 할 때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으로 대표자를 뽑는 것과 대표자가 선출된 뒤에 비판, 감시하는 활동들이 보장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국정원은 이 두가지를 침해했다. 하나는 국가기관이 국민의 자유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이며 하나는 비판, 감시하려는 활동을 국정원이 개입해 차단하려고 한 것”이라고 일침했다.
박변호사는 정보원(국가정보원)이 인터넷웹사이트에서 활동한 내역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정보원이 ‘대북심리전담활동’이라고 말한 것들에 대해 ‘문재인후보 화면발 잘 받는다’ ‘문재인후보와 안철수후보 왠지 인간적으로 믿음이 간다’ 등의 글에 비추천을 한 것에 대해서 “이런 것들을 국민이 몰라야만 북으로부터 남이 안전한가”라고 되물으며 “국정원이 활동한 내역중 북에 관련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과거 나치에 의해 엄청나게 많은 수의 유태인이 학살될 수 있었던 것은 지시가 있으면 그대로 따르는 공무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며 “국정원은 반드시 개혁해야 하며, 공무원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 원세훈과 김용판 외에 실제 활동을 펼쳤던 국정원직원은 하나도 처벌받지 않고, 내부고발자만 처벌하고 있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더라도 일을 시키면 따라야 벌을 받지 않는다는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변호사의 강연에 이어 표창원전경찰대교수는 고려대의 이념인 ‘자유, 정의, 진리’를 이야기하면서 정보원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미국의 매카시즘열풍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국정원사건은 1950년대 미국메카시즘처럼 독재의 방법으로 자유를 지키려했던 것에서부터 잘못됐다. 자유는 지키는 방법도 자유에 의해야한다.”고 말하며 “남에서도 자유를 지키겠다며 국정원직원들이 벌인 사이버심리전에 의해 국민이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인터넷상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석기의원사건'에 대해서는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내란음모를 알아냈다고 과연 처벌할 수 있을까”라고 물음을 던지며 “이의원을 옹호하거나 법적절차를 언급하기만 해도 종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고대가 강연회대관을 취소한 것과 관련해서 이솝우화 ‘아들과 사자그림’을 이야기하면서 “고려대는 학생들이 너무나 여리고 착하고 순수해 편향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동조하고 세뇌되고 오염될까봐 우려해 강연을 불허한 것 같다”고 말하며 “그러나 정말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오히려 (학교측의 말에 따라) 편향되고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나같은 사람의 이야기도 들으면서 직접 비판하고 토론해 학생들 스스로 자유를 찾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