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대교수 12명은 4일오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부산교육대학교 교수시국성명’을 발표하고 박근혜정부가 국정원‧경찰의 부정선거개입과 관련해 공식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정부는 우리사회가 그간의 피맺힌 민주화과정을 통해 일구어낸 사회적 합의들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고 가히 유신시대를 상기시키는 일련의 불미스런 사태를 조장함으로써 사회를 급격히 퇴행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선개입사태와 관련해 ‘더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응당 이루어져야할 조사를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훼방놓음으로써 민주주의기본원칙을 저해하고 사회의 기강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선거를 포함한 모든 정치적 과정은 국민 앞에서 투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의혹이 있을 때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민주화의 결과로 이룩된 우리사회의 합의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촛불시위를 특정정파의 의견인 듯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하며, ‘국민들의 대대적인 항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반시대적인 공안정국을 연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생이라는 허울좋은 논리로 물타기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기초노령연금, 고교무상교육, 반값등록금 등 대선공약이 줄줄이 후퇴되는 것에 대해서도 규탄하며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박근혜대통령이 지난 대선 철석같이 약속했던 공공부문일자리창출과 공공기관합리화정책, 쌍용차해고노동자문제해결 등은 우리 주변의 비정규직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일침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부산교대교수들은 ‘이번 시국선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퇴행을 막는데 작은 보탬이나마 되기를 희망한다’며 ‘만일 계속해서 반민주적 행태를 일삼을 경우 머지않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부산교육대학교 교수 시국성명


무릇 민주주의란 장밋빛 이상향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일정한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를 지향하기에, 만일 불의가 힘을 얻을 때에는 이에 당당히 맞서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미래의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 우리 교수들은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불의가 도를 넘어 최소한의 상식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으니 이를 질타하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교육자의 당연한 직분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가 그간의 피맺힌 민주화 과정을 통해 일구어낸 사회적 합의들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고 가히 유신 시대를 상기시키는 일련의 불미스런 사태를 조장함으로써 사회를 급격히 퇴행시키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이 국가정보원과 경찰, 그리고 일부 여당 정치인의 불법적 개입에 의해 상당한 하자가 있었음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는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응당 이루어져야할 조사를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훼방 놓음으로써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저해하고 사회의 기강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선거를 포함한 모든 정치적 과정은 국민 앞에 투명하게 드러나야 하고 의혹이 있을 때에는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 민주화의 결과로 이룩된 우리 사회의 합의사항이다. 따라서 지난 대선과 관련된 국민들의 합리적 의심은 존중되어야 마땅하건만, 주말마다 전국에서 수 만 명이 참가하는 촛불시위마저도 마치 특정 정파의 의견인 듯 무시하는 행태야말로 이 정권이 자신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국민들의 대대적인 항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반시대적인 공안정국을 연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민생’이라는 허울 좋은 논리로 물 타기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진정으로 민생을 염려하고 있는지는 지난 대선 때 국민들에게 철석같이 약속했던 복지와 교육 공약 등의 실행 여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고교무상교육 등이 전면 백지화로 치닫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도 대거 삭제되거나 변질되었고,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도 결국 공기업 민영화로 나가고 있으며, 송전탑 공사를 수년 째 온몸으로 막고 있는 밀양의 할머니 할아버지들, 장기간의 집단 단식 중인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무수한 비정규직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현안 중의 하나로, 후쿠시마 사태 이래 공론화된 원전 철폐의 문제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특히 뼈아픈 것은 이 정권이 역사교육마


저 정략적으로 활용하려 획책하고 있다는 점인데, 박 대통령의 한국사 수능 필수화 언급과 수능 개편안 발표,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편향된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교학사 발행 한국사 교과서의 검인정 방조, 이와 더불어 논란 많은 우익 인사들의 국사편찬위원장 지명 및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임명 등 일련의 사태는 이 정권의 문제점이 지난 대선의 공정성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박근혜 정부가 집권한지 단 반년 만에 한국 사회는 급속히 퇴행 일로에 있다. 여당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논란으로 물 타기 하고, 억지춘향으로 실시에 합의한 국정조사마저 각종 트집 잡기와 태업으로 결국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이 같은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과 방송은 여당 감싸주기와 촛불집회 외면 혹은 왜곡보도로 일관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이러한 세태가 우리 사회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 교육자들은 과연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 땅의 민주주의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을 방치해놓고는 어떻게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와 정의를 감히 입에 담을 수 있다는 말인가? 


바로 이러한 취지 아래 우리 12인의 부산교대 교수들은 본 시국선언을 통해 우리 사회의 퇴행을 막는데 작은 보탬이나마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엄중히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 요구를 조건 없이 수용하여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있었던 국정원 및 경찰의 부정적 선거 개입의 실상을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히고 그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는 동시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공식 사과하며, 청와대와 국정원을 일신하고, 교육과 복지, 경제민주화 등에 관한 애초의 공약을 성실히 실행에 옮겨야한다. 만일 계속해서 반민주적 행태를 일삼을 경우 머지않아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바이다. 


2013년 10월 4일


위기에 선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부산교육대학교 교수 12인 


김경태(실과교육과), 박종훈(국어교육과), 박채형(교육학과), 박한숙(교육학과), 심성보(윤리교육과), 오인택(사회교육과), 이경애(실과교육과), 전진성(사회교육과), 정은경(음악교육과), 한춘희(사회교육과), 허승희(교육학과), 홍갑주(수학교육과)  


강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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