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학내 민주성과 투명성 등을 높이기 위해 ‘개정사립학교법’시행에 의해 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사립대도 평의원회설치가 의무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재단과 학교측의 거부감과 처벌규정미비로 8년째 표류하고 있다.
이법에 따라 평의원회는 ‘학내 교육관련 최고심의기구’로 대학발전계획, 학칙제·개정 등을 심의하고 교육과정운영 등을 자문하도록 돼있다. 교원·직원·학생 등이 학교운영에 함께 참여해 학내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행정운영의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3개 사립대는 “학교 운영에 간섭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법시행 8년이 지나도록 평의원회 구성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교수평의회는 작년 3월 교육부에 “평의원회 구성에 관한 관리·감독을 해달라”고 요구한바 있으며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들은 지난 10월 대학평의원회구성과 교육부의 제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대학들은 최근까지도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어렵게 평의원회를 구성한 대학들도 단순히 껍데기만 있을뿐 내실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시행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경남대는 철학과 폐지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학과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철학과 학생들은 의견을 모아 평의원회에 제출하려 했으나 거부당했고 결국 원안대로 처리됐다. 또 중앙대와 한남대도 평의원회가 학과구조조정안을 반대했지만 평의원회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처음 평의원회를 구성한 이화여대 학생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평의원 11명 가운데 학생평의원은 1명에 불과해 학생의사반영이 어려워 2명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학교가 묵살하고 있다”며 “게다가 학칙개정 등 중요한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안건을 회의시작 직전에 배부하고 1시간만에 회의를 마치는 등 졸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화여대교수협의회에서는 지난 10월 교수평의원 4명중 3명이 이미 학교보직을 맡고 있는 단과대학장으로 구성돼있어 민주적 운영이 어렵다며 ‘교수대표선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7월부터 평의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대학의 기존 이사에 대해서는 이사승인을 내주지 않기로 했으나 몇몇 대학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연세대, 고려대는 이미 작년 상반기에 신규이사 취임승인을 끝낸 상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평의원회가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불투명한 회계와 등록금 책정과정 등 사립대비리가 자주 터져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감시할 평의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2007년 법이 재개정되면서 후퇴한 개방이사추천권 등을 보장해 평의원회가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슬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