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수요일 오전12시.
설날연휴를 앞둔 들뜬 분위기에도 어김없이 진행된 수요시위는 고향을 재촉하는 많은 이들의 분주한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우리의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듯 반대로 더 힘찬 걸음을 내딛도록 하는 듯 까랑까랑한 양심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반전평화와 인류애의 외침이 침묵하는 일본대사관을 에워쌌다.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1111차 ‘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는 특별히 고 황금자할머니의 명복을 기리는 데 의미를 두고 시작됐다.
이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김복동(89)·길원옥(87)할머니와 중·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시민단체회원들이 모였다.
김복동할머니는 “젊은이들은 마음놓고 살아갈 수 있도록 운동해주면 반갑겠다”고 발언했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상임대표도 “수요시위 22돌이 지나도록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실은 기념할 수 없다”면서도 “그동안 우리가 포기하지 않았고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린 일은 스스로 칭찬해도 될 것 같다. 22년간 이 자리를 지킨 우리 모두를 위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자”고 언제나 그렇듯 힘차게 말했다.
대학생들도 황금자할머니를 비롯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문제를 함께 하자는 목소리를 냈다.
앞서 28일 서울대련(21세기서울지역대학생연합)에서는 고 황금자할머니를 애도하는 글을 발표했다.
다음은 애도문 전문이다.
故 황금자 할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황금자 할머니께서 1월 26일 새벽, 91세의 연세로 운명하셨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간도지방에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일본군‘위안부’생활을 하셨습니다.
해방 후 고국으로 돌아와서 생활하면서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후유증과 그로 인한 대인기피증으로 외롭게 살아오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어려운 생활에도 자신이 먹을 것, 입을 것을 아껴 폐지 등을 팔아 모은 돈 전 재산을 미래 세대들을 위해 전액 기부하시는 등 평생동안 베푸는 삶을 사셨다고 합니다.
이제 일본정부에게 공식사과를 받을 수 있는 위안부 할머니분이 55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본정부의 일본군‘위안부’문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이행과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요구하며 시작한 수요시위는 1100회차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전혀 과거사를 뉘우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사과는커녕 전범들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대놓고 참배하고 ‘위안부’에 대한 망언을 서슴치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학생들은 이런 현실에 참담함과 분노스러움을 숨길 수 없습니다.
故 황금자 할머니의 삶을 추모하며 대학생들은 일본의 우경화행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가슴 아픈 헤어짐이 없도록 일본정부에 강력히 해결을 촉구해갈 것임을 결심합니다.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진상규명과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7대 요구사항을 지금 당장 수용해야 합니다.
(△전쟁범죄인정 △진상규명 △공식사과 △법적배상 △전범자처벌 △역사 교과서에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하며 故 황금자 할머니의 뜻을 잊지 않고 일본군‘위안부’문제가 해결되고 우리 할머니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대학생들이 앞장서 가겠습니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4.1.28
10기서울지역대학생연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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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