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평가지표에서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반영비율이 늘어나자 F학점을 표기하지 않거나 낮은 학점을 받은 후 재수강 후 학점을 새로 받는 학점포기제를 폐지하거나 취업용 성적표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의 반영비율을 지난해 10%에서 12.5%로 늘렸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각 대학에 이 같은 ‘성적세탁’을 막도록 하는 학생성적관리 개선방안을 3월말까지 마련해 교육부로 제출하도록 하는 공문을 지난해 12월 24일 각 대학에 보내면서 조치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 4일 ‘성적관리지침 변경공고’라는 제목으로 “교육부지침에 따라 4학년 F학점제외 성적표발급이 중단되니 이번학기 수강신청에 참고하기 바란다”는 갑작스러운 공지를 올렸다.
한국외대 학생비상대책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학교측과 면담을 요구하고 현재 졸업예정자와 졸업유예자는 변경이전의 성적관리지침을 따르기로 협의했다.
경희대는 바로 폐지하지 않고 올해부터는 6학점 이내에서 재수강을 허용하는 것으로 제한했고 국민대도 올해 1학기부터 F학점은 성적표에 표기하도록 결정하는 한편 재수강한 수업을 성적표에 표시하도록 할지 여부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성적세탁’ 문제가 제기되자 곧바로 조치에 나섰던 대학들도 학생들과의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고려대의 경우 대교협 지침에 앞서 지난해 12월 성적증명서에 재수강내역과 F학점을 받은 수업내역을 표시하는 방안을 시행하는 한편 낮은 성적을 없애는 용도로 사용돼 온 취득학점포기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혀 학내 커뮤니티 등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건국대는 지난해 11월 낮은 성적을 받은 과목을 없앨 수 있는 취득학점포기제 신청범위를 올해 1학기부터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가 학생들의 반발로 1년 유예하기로 했다.
전남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11일 학칙개정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회는 “학생의 의견을 배제한 채 학교에서 독단적이고 비민주적으로 학칙을 개정하고도 홈페이지에만 공지했다”고 비판했다.
전남대는 작년 하계계절학기부터 재수강은 C+이하만 가능하고 재수강성적은 최대 A0까지만 받을 수 있게 학칙을 개정했다.
한국외대 한 교수는 “학생들의 반발에는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감이 투영돼 있다”며 “학점 부풀리기는 사라져야 하나 충분한 의견조율 없이 학기 중에 갑자기 규정을 바꾸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른 대학들의 일방적인 성적 관리지침 변경공지에 대해 각 대학 총학생회와 학생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석회의 형태인 ‘서울시교육대책협의회’는 구체적인 대응방침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민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