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이 1000만이상에게 준 감동은 무엇인가. 한 속물변호사가 인권변호사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인가, 지금은 세상에 없는 노무현에 대한 가슴저린 향수인가, 사실에 기초해 감동적으로 전형화한 사실주의의 힘인가. 보기에, 그건 지구보다 무겁다는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실재했던 변호인의 모습이 아닐까싶다. 광주학살사건 후 온이남이 꽁꽁 얼어붙어있던 시절, 인권과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한 변호사의 모습에, 건설노동자가 훗날 대통령이 되고 끝내 자살하고 만 삶과 신념, 투쟁이 비끼는데 어느 누가 눈시울을 붉히지않겠는가. 

허나 현실은 그런 야수적 고문만행으로 허위자백을 받아내고 터무니없이 증거를 조작하던 때가 33년전이 아니라 바로 오늘이라는 걸 만천하에 뚜렷이 드러내보이고 있다. 유우성·유가려,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화교남매는, 고문으로 유명한 박정희정권의 계승자인 박근혜정권하의 남재준정보원에 의해, 고문을 당하고 증거까지 조작되며 <간첩>이 될 뻔하다 구사일생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변호인>에 나오는 억울한 <부림>사건피의자들과 차이가 있다면 33년만의 무죄가 아니라 바로 무죄로 밝혀졌다는 것뿐이다. 그래도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 김대중·노무현정권 10년을 거쳤다는 차이가 이런 걸까. <조금도 달라지지않은 질과 조금 달라진 양>이라고나 할까. 

애를 낳아보지않고 산모의 고통을 알 수 없듯이, 고문을 당해보지않고 그 피해자의 고통을 알 수 없다. 6개월간 합동심문센터에서 당한 고문은 누이로 하여금 오빠가 <간첩>이라고, 15번이나 북을 오고갔다고 허위자백하게 했다. <변호인>에서 고문경관이 양심증언하는 군의관을 의심케하는 증거를 조작하듯이, 정보원·검찰은 중국정부로부터 <사전적 의미의 위조>라고 확인된 증거조작으로 사상유례없는 국가망신까지 초래했다. 권력자들이 <마녀사냥>에 맛을 들이면 인권유린이나 국기문란이나 국가망신이나 도대체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법이다. 

<간첩>조작으로 이골이 난 대표적인 기관이 정보원이고 그 전가의 보도가 된 법이 보안법이며 그런 정권들이 박정희·전두환정권이다. 정확히 박근혜정권은 남재준정보원을 통해 박정희·전두환파쇼독재시절을 부활시키고 있으며 파시즘의 마지막상징인 고문과 조작의 야수적 만행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정적을 탄압하려 하고 있다. <토끼귀를 토끼뿔>이라고 강변하며 현역의원에게 12형을 들씌우고 아예 멀쩡한 합법정당을 위헌정당으로 강제해산시키려 하고 있다. 파쇼독재가 갖춘 모든 악덕을 골고루 갖추고 이젠 마지막단계인 전쟁으로 나아가려 하는 박근혜·새누리당파쇼독재정권, 남재준파쇼정보원이 얼마나 가겠는가. 박정희정권의 전철을 밟겠다면 박정희의 전철까지 밟지않을 수 없으리라. <변호인>을 본 사람이 1000만이 넘는다는 걸 기억하라.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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