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놈’ 전략가 김어준

21세기대학뉴스 2012.05.11 22:59 조회 수 : 2387

김용민과 주진우의비키니사건 수습한 것은 김어준이다. 다에게 일체 해명하지 말라고 하고는 나꼼수를 통해 한번에 역전시켰다. 우리가잡놈이긴 하지만 무식하진 않다, 성희롱의 본질인 권력관계가 없지 않은가, ‘가카에게 보내는 우리의 메시지다, 김용민과 주진우는 수도사 같은 사람이다, 결국 내가 핵심이니 나를 공격하라 ... “, 돼지새끼야 들으면서도 김용민이 김어준을 믿고 따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의리와 수완.

 

김어준이 나꼼수를 매우 공격적인 매체로 만들 때부터 쳐놓은 가장 강력한 방어막은 바로 ‘잡놈’컨셉이다. ‘방송’의 격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림으로써 그동안 조중동의 상용수법인 이전투구‘초식’을 성공적으로 무력화시켰다. 조선일보기자를 상대로 욕을 하는 유일한 정치인 정봉주도 그래서 가능한 것이고 비즈니스클래스를 타고 미국을 다녀오거나 성북구에 큰 집을 소유해도 토크콘서트에서 ‘박근혜의 쌍욕’을 성대모사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원래 그런 ‘잡놈’들이니깐.

 

꼼수의 달인 ‘가카’를 상대하는데는 이런 ‘잡놈’들이 제격이다. 나아가 ‘가카’라는 상대편 궁을 ‘잡놈’이라는 우리편 ‘졸’들이 잡는다. 이렇게 통쾌하고 효율적인 싸움은 해본 적이 있던가.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한 천만명이 듣고 웃으며 서울시장 바꾸고 민주당 새로 만들며 총선도 여기까지 끌고 왔다. 세계 팟캐스트1위라는 기록보다 더 놀라운 이러한 변화를 단 4사람이 해놓은 것이고, 그 중심에 김어준이 있다. 그리고 ‘가카헌정’방송은 ‘가카’가 물러나고 ‘큰집’ 가면 끝낸다고 한다. 역시 또 하나의 위력한 방어막이다.

 

헌데 김용민이 출마하며 이 방어막 밖으로 나가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잡놈’은 국회의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중동은 때는 이때다 하고 총공세를 펴며 무가지까지 뿌려댔다. 정동영의 ‘노인폄하’사건을 끌어대고 여성비하라고 난리치며 어버이연합까지 요란법석을 떨며 민간인사찰을 덮는 듯 보였다. 김용민과 야권이 백척간두에 서서 김어준만 쳐다본다.

 

우선 농담이다. 김용민이 대선주자급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용민이 벌거벗고 가슴판에 민주라고 쓰고 한명숙에게 안기면 끝난다, 김용민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 끝난다... 덧붙여 한마디 한다. 안철수 같은 사람이 나설 때라고 ... 그랬더니 좀 지나서 한명숙이 나타나 김용민을 안아준다. 마치 클린턴의 르윈스키스캔들을 잠재운 힐러리의 포용력을 보여주면서. 이 연출을 말없이 유도했다면 대단한거다. 그 후 이미 안배해 놓은 대번개날에 ‘삼두노출’ 퍼포먼스 후 김어준이 연설한다. ‘가카’는 김용민의 뒤에 숨지 마라, 이번 선거의 초점은 ‘가카’심판이지 김용민심판이 아니다, 김용민은 지역구민이 심판하고 ‘가카’는 국민이 심판하자, 4월11일은 ‘가카데이’다, 투표하면 이긴다, 투표한 사람들에게는 짜장면 쏜다 ... 상황은 종료되고 국면은 반전된다.

 

어버이연합이 출동했다고 겁먹은 김용민에게 ‘축복’이라고 말한 김어준이 한명숙을 향한 계란투척뉴스에 뭐라고 답했을까. 김용민을 ‘노인폄하’의 정동영으로 만들려는 꼼수가 실패하고 한명숙을 ‘면도날세례’의 박근혜로 만들려는 악수를 두었다고 했을까. 아니면 실제로 계란을 맞아야 했는데 빗나갔다고 애석해 했을까. 이제 남은 것은 투표율이다. 투표율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그래서 사퇴하면 안되는 거다. 김어준 같은 이를 두고 뭐라고 불러야 하는가. 전략가는 위기의 순간에 더욱 빛난다.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