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과 부정, 일그러진 대학총학선거
서울대, 한국외대 선거 무산, 고려대, 중앙대 부정선거 의혹. 신음하는 대학 민주주의.
차기 총학선거가 한창인 지금 시기에 대학가마다 사뭇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 편에서는 선거에 무관심한 학생들에 연장 투표를 이어가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고 다른 편에서는 부정선거와 폭로전에 학교가 떠들썩하다.
지난 2일 고려대학교에서는 작년 고대공감대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신모씨가 48대 총학생회장 선거를 약 2주일 앞두고 지난 해 자행 된 현 총학생회장 부정선거를 SNS상에서 폭로해 큰 파문이 일었다. 신씨는 45대, 46대 총학생회장으로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였고, 당일 저녁 고려대 각 단과대학 학생회장들이 참석하는 중앙운영위원회가 긴급 소집, 현 47대 총학생회장 최씨는 부정선거 의혹을 대부분 시인하면서도 일부는 <기획국장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라고 답했다. 결국 지난 4일 재차 열린 중앙운영위에서 총학생회장과 부회장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해 둘 모두 사퇴와 함께 학교를 자퇴했다. 뿐만 아니라 46대 선거를 준비하던 2012년 선거에도 이와 같은 의혹이 제기되는 등 45대부터 3대 연속으로 총학생회장을 배출했던 고대공감대 정파의 부정 선거 세습이 의심되기도 했다.
이런 큰 파문 끝에 지난 26일 <지음>과 <그리다KU>의 두 선본이 후보로 등록했음에도 두 선본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선 <지음>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정후보의 경우 문제가 된 전 학생회 <고대공감대>의 일원이고 부정선거를 묵인 했으며 부후보의 경우 신씨에게 <사안을 덮어주면 당선 후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주겠다는 거래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이들 후보는 대자보를 반박하는 성명을 냈으나 논란이 쉽게 시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리다KU> 정후보에 직권남용 의혹이 제기되었다. 한 중앙동아리 회장 B씨는 전임 동연 회장인 그리다KU 정후보가 내년 동연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며 동아리방을 총학 선거 운동 본부로 쓰겠다며 빌려달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행정적 압박을 가하는 직권남용과 자치 공간 침해를 저질렀다고 폭로하는 동시에 최근 후임 동연 회장 선출과정에서 특정 후보의 출마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회칙을 개정한 의혹이 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이와 같은 진통 속에서 고려대 총학 선거는 12월 10일에서 12일에 진행될 예정이며 향후 두 선본을 둘러싼 의혹이 어떤 방향으로 풀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진행된 서울대 제 57회 총학생회선거의 실정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서울대 총학선거는 4일의 본투표동안 투표율이 37%를 넘지 못해 3일의 연장투표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개표 기준인 50%를 넘지 못하는 46,9%의 투표율을 기록해 최종적으로 선거가 무산됐다. 단일 후보가 나와 선거 운동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문제와 함께 현 총학생회장이 성적 미달로 제적되어 학생회에 대한 불신이 조장되었다는 점이 저조한 투표율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연장투표 기간 중 선거관리위원회가 전체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오늘 선거가 성사된다면 내일은 문자가 오지 않을테지요>가, 계속되는 투표 독려 문자에 염증을 느끼던 학생들이 <스팸문자 받기 싫으면 우리 상품 구매하라는 것과 다를 게 뭐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선거 최종 무산 이후 김해미루 서울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학생사회의 대표자들이 학우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고 발언했다. 서울대는 이듬해 3월 재선거를 예정하고 있고 현재 총학생회 직무대리인 2014년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는 다음달 <2015년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를 새로 꾸리고 이를 준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대에서도 부정선거의 의혹이 제기됐고 한양대, 경희대 등 상당수의 학교에서 단일후보출마로 선거가 진행됐다. 한국외대는 2012년에 이어 출마후보가 없어 선거가 무산되었다.
사회를 이끌어나갈 대학생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부정선거와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현재 민주주의사회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학 민주주의의 부패는 현 사회의 부패와도 직결되며 이를 해결하고 조정할 방안이 시급하다.
손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