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30분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노동자가 하늘이다’의 그 ‘노동면’으로 이동해 아침식사를 했다.
문경식전의장이 준비한 소머리국밥. 아궁이에선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고, 고깃국은 펄펄 끓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육식반찬이 나올 때면 늘 채식만 하는 단원들에게 괜히 미안해지는데 일단 생각나는 사람은 2명이다.
신짜꽃밴 멤버 조약골씨와 힐링음악을 하는 봄눈별씨다.
봄눈별씨는 북아메리카 원주민 악기인 인디언플륫과 아프리카 악기인 칼림바 등을 연주해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곤 했다.
소울카드로 사람들과 대화하며 심리치료도 한다.
3명이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공연을 한다고 하는데, 말이 반 음악이 반이라 한다.
봄눈별씨는 이날 공주 우금티에서 어제 세상을 떠난 쌍용차노동자 1명을 추모하는 음악을 연주했다.
“많이 먹고 가-”
“예 힘내시고요.”
예정보다 30여분 늦은 11시 공주에 도착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서민주거 불안정 해결촉구 및 부도공공건설 임대주택 임차인보호를 위한 특별법개정요구’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전국의 주거권관련단체들이 마련한 간담회 자리였다.
공주에서의 일정과 관련해 집행총괄한 공주시민단체협의회 한준혜집행위원장의 인솔을 따라 공주대학교로 향했다. 10여분 거리에 있었다.
공주대 학생들과 대안경제센터, 노동연대실천단, 충남희망청년연대 등 충남의 단체회원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정문앞에서 홍보를 진행한후 교직원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
다음 우금티로 향했다.
우금티기념사업회 활동을 하는 정선원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눴다.
정선생님은 행진중 사회자가 무녕왕릉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공주의 역사에 대해 개괄하면서 “무녕왕릉에 대해선 별로 설명할 건 없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왕보다 민초들의 역사를 더욱 중요하게 보는 사관이 인상적이었다.
우금티 아래를 관통하고 있는 흉물스러운 터널이 눈에 거슬렸다.
공주대 정태호학생이 문정현신부님에게 우금티에 대해 또박또박 설명해주는 모습도 보인다.
우금티에서 쌍용차 23번째 희생자에 대한 짧지만 의미있는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어젯밤 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한 쌍용차지부 김정운교육선전실장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사실 숫자를 21명, 22명, 23명 더 못 세겠어요. 죽음을 바라는 거 같이 느껴질때가 많아섭니다.”
보도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참 많다고 한다.
그러면서 쌍용차에서 아예 살면서 취재를 한 미디어충청의 정재은기자(지금은 참세상기자)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당시 노동자들은 ‘쌍용차 여동생’이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한다.
참 어렵게 취재하고 그 때문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진실을 알리는 기자에겐 큰 방송사든 작은 인터넷매체든 중요하지 않다.
그러면서 기자에게 “기자님 명함 꼭 받아가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어제 명함을 주지 못했는데 이날 밤이 돼서야 약속을 지켰다.
서울에서 인쇄한 명함을 버스택배로 공주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공주에서의 행진은 우금티에서 공주보까지였다.
4대강사업의 후과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은 바로 ‘녹차라떼’란 말이다.
공주보아래로 내려가 공주대 환경교육과 정민걸교수의 강의도 듣고 규탄발언도 들었다.
오늘부터 2일간 경향신문 김기남기자가 동행취재했는데 행진단은 경향신문기자를 위해 포즈를 잡아주었다.
오늘은 ‘기준 할아버지’ 문정현신부님이 기준을 잡지 않고 아예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김기남기자가 줄을 세운다.
보를 배경으로, 금강을 배경으로 그리고 강에서 길위로 줄을 지어 올라오는 3가지 자세(?)로.
만족할만한 사진을 얻자 그날 일정은 종료됐다고 말해야 할지...
토요일자 경향신문 내지 전면기사로 나간다 한다.
슬쩍 보니 신짜꽃밴의 조약골씨가 활짝 웃는 모습이 나온 사진이다.
“사실 구럼비 발파사진을 우물쭈물 하다가 못찍었어요. 그래서 회사에 시말서 썼어요.”
그래서 그런지 1박2일 동행취재를 하며 최대한 성의있게 취재해주었다.
저녁시간.
지역 로컬푸드운동을 이끌고 있는 공생공소의 사무실과 함께 있는 전원식당으로 이동했다.
100인분을 예약해놨다 한다.
벌써 사진, 영상 촬영한 사람들은 사무실에 가서 편집에 여념이 없다. 그날그날의 촬영분을 바로바로 올리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텐데 변함없이 잘해주고 있어 대행진을 전국으로 알려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저녁메뉴는 묵은지 닭도리탕이다.
(이날 남은 음식은 싸 가서 다음날 대전에서 우리 점심으로 먹었을 정도로 푸짐했다.)
기자는 문규현신부님과 정선원선생님 등과 함께 배석했다.
공주에서 수감생활을 한 문규현신부님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임수경과 함께 방북한 건으로 감옥에 가게 된 때의 이야기다.
그때 교도소측에 “1주일에 한번은 커피를 마셔야 돼지 않겠냐”며 “돈이 든다면 내가 내겠다”고 요구해 이뤄낸 일도 있다는 일화도 듣게 됐다.
2003년 노무현정부시절 이라크파병반대, 새만금사업중단을 위한 3보1배에 대한 화제로 바뀌자 “노무현정부가 미국한테 밀린거죠”라며 정곡을 찌른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한 학생이 “두분이 형제라서 비교되는 일은 없나요?”라며 뜬금없는 질문을 하자 “예전에는 문정현신부 동생 문규현신부라고 하다가 또 문규현신부 형 문정현신부라고도 하고 그럽니다. 허허-”
문규현신부님은 먼저 일어났다.
다음날 있을 쌍용차 23번째 희생자와 관련 시국회의에 문정현신부님이 참석할 예정이기 때문에 태워다드린다 한다.
저녁식사가 끝나기도 전에 대아와 대게 50만원어치나 도착했다.
식사후 한때 구운 대아를 맛있게 먹느라 시끌벅적했다.
한켠에 마련된 행진단과 공주시민사회단체회원들과의 간담회도 내용있게 잘 진행됐다.
다음날 알게 된 일이지만 고맙게도 하루3끼 모두 공주지역에서 책임져주었다.
간담회, 강의, 역사탐방, 특식까지.
행진시간을 예정한 2시간으로 딱 맞추고(답사까지 했다는 후문) 저녁식사시간까지 ‘칼’같이 지켰다.
지역에서 대행진단을 맞아주고 참여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흐름이 점차 고조되고 있음을 느끼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이날 공주보에서의 정리집회에서 한준혜집행위원장의 마무리발언.
“11월3일 공주에서 서울가는 버스 벌써 맞춰놨습니다”
이날 행진단의 환호성이 아마 가장 컸을 것이다.
나영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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