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이후 조용히 변화하는 일본 사회
˂조용한 전환˃,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일본도코하대에서 코리아어와 코리아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후쿠시마 미노리가 2011년3월11일 동일본대지진이 만든 변화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일본에 있어 왔던 기존의 청년 담론을 살펴보고, 지금 일본의 청년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청년 세대들)을 둘러싼 주요한 키워드인 주거와 관계성, 교육과 노동, 여성과 결혼, 서브컬쳐와 민주주의, 후쿠시마 등을 중심으로 청년들의 움직임을 살핀다.
3.11을 전후로 일본사회는 청년세대들에 대해 해석을 달리한다.
이전 청년세대들은 계속되는 불황과 취업난으로 무기력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일본 청년들로 쓸모 없고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3.11이후 대학생과 직장인 등 젊은이들이 지진피해지역으로 향했고, 현지사람들과 교류하며 <개인의 문제>에서 <우리의 문제>로 인식이 전환됐다.
청년들의 대규모 탈원전 시위, 취업활동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은 농성, 타인과 한 집에서 살며 관계를 맺는 셰어하우스 등이 시작된 것도 이 즈음이다.
그러나 시대 역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저자는 <청년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에 한껏 기대를 가졌던 것도 잠시, 정권을 탈환한 자민당은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는 비밀보호법을 만드는 등 일본 사회가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다>며 일본청년들이 간신히 내뱉은 목소리가 다시 수그러들지는 않을까 우려한다.
그가 희망을 보는 것은 남코리아청년들에게서다.
남코리아에서 10여년을 살았던 저자는 <88만원 세대>라는 남코리아청년들의 담론에 주목한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일본청년과 달리 남코리아의 젊은 세대는 이 담론을 공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른들과 마주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두나라 청년세대의 역사가 만나 새로운 역사를 쓰길 바라는 마음에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총9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포스트3.11, 일본의 청년 담론을 묻는다>와 2장<일본의 청년들이 데모를 하기 시작했다>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일본의 청년들이 지진피해지역에서 볼런티어활동을 하면서, 또 탈원전데모에 참가하면서 어떻게 정치를 받아들이는지를 살펴본다.
3장<길 위의 생활자에게 배우는 삶의 방식>과 4장<셰어하우스, 청년들의 더불어살기실험>은 주거에 대한 이야기이다.
5장<니트론의 현재>에서는 기존에 비판의 대상이 되기만 했던 니트들의 하류 지향적 삶의 방식에 <기성세대가 끝없이 추구해 왔던 <상류지향>에 대한 거부이고, 기존 사회에 대한 일종의 소극적인 저항>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내린다.
6장<획일성 속에서 추구하는 <개성>이라는 퍼포먼스>는 일본취업활동에 대한 이야기로, <신졸일괄채용>이라는 일본의 취업활동 관행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7장 <곤카츠, 불가능의 언설>에는 기성세대로부터 <곤카츠(결혼활동)>을 강요당하거나 빈곤 때문에 생존전략으로서 결혼을 택하는 기존 청년담론에서 소외되어 온 여성청년들의 결혼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8장 <하위문화 속에서 발견한 <민의>>와 9장 <망각에 저항하라>에서는 하위문화에서 민주주의적 요소를 발견하고 사람들이 3.11을 망각하지 않도록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역발상을 제시한 젊은 청년 지식인들을 주목한다.
오소리기자